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확산에 따른 주식시장 급락에 대응해 ‘공매도 규제 강화’ 카드를 꺼내들었다. 공매도 거래가 일시 금지되는 종목 수를 늘려 투자자 공포심리를 완화시키려는 취지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경제관계장관회의(녹실회의)에서 “시장안정 조치의 일환으로 3개월간 공매도 과열종목 지정 요건을 완화하고 거래 금지 기간을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공매도는 주가 하락이 예상되는 경우 주식을 빌려 판 뒤 주가가 떨어지면 싼값에 사서 갚는 투자기법이다. 공매도가 주가 하락을 부추긴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지수가 4.19% 급락한 지난 9일 유가증권시장 공매도 거래대금은 8933억원으로 사상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이에 금융위원회는 공매도 과열종목 지정 요건인 공매도 거래대금 증가배율을 유가증권시장은 현행 ‘6배 이상’에서 ‘3배 이상’으로 낮췄다. 주가가 20% 이상 하락한 종목은 공매도 거래가 두 배만 증가해도 과열종목으로 지정하기로 했다. 과열종목의 공매도 금지 기간은 현행 1거래일에서 10거래일로 대폭 늘렸다.
공매도 3배 이상 증가한 종목, 주가 5% 이상 하락 땐 '과열종목' 지정
공매도 규제 한시 강화


11일부터 과열종목 10거래일간 '공매도 금지'
공매도는 수년 동안 ‘뜨거운 감자’였다. 급락장이 돌아올 때마다 공매도 규제를 요구하는 여론이 들끓었지만 금융당국은 세계에서 통용되고 있는 공매도를 한국에서만 규제하는 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확산하면서 증시가 요동치자 한시적 공매도 규제 카드를 꺼내들었다.

금융위원회가 10일 내놓은 공매도 과열종목 지정제도 강화방안은 과열종목 지정요건을 대폭 낮추고, 지정종목의 공매도 거래 금지기간을 대폭 늘리는 것을 골자로 한다. 3개월 동안 적용된다.

유가증권시장에선 공매도 거래대금이 평소 대비 3배 이상 증가한 종목은 주가가 5% 이상 하락하면 과열종목으로 지정할 수 있도록 했다. 종전에는 공매도 거래대금 증가배율이 6배 이상인 종목만 과열종목으로 지정할 수 있었다. 코스닥시장에선 공매도 거래대금 증가배율 요건을 5배 이상에서 2배 이상으로 더 낮췄다.

아울러 당일 주가 하락폭이 전일 대비 20% 이상인 종목에 대해선 공매도 거래대금 증가배율을 더욱 낮추는 조항을 신설했다. 유가증권시장 상장사의 경우 주가 하락률 20% 이상이면 공매도가 2배만 증가해도 바로 과열종목으로 지정된다. 코스닥 상장사에 대해선 이 문턱을 1.5배로 더욱 낮췄다. 과열종목으로 지정된 상장사에 적용되는 공매도 거래 금지기간은 현행 1거래일에서 10거래일로 10배 늘렸다.

당국은 석 달 동안 공매도 과열종목 지정건수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동안 공매도 과열종목으로 지정돼 공매도 거래가 금지된 종목은 많지 않았다. 이날 현재 삼성중공업 등 12개에 불과하다. 한 당국 관계자는 “전날 코스피가 4% 이상 급락하고 공매도 거래규모가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음에도 공매도 과열종목은 전 거래일 대비 7개 늘어나는 데 그쳤다”며 “공매도 과열종목 지정이 크게 늘면 투자심리를 안정시키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시적 공매도 전면 금지나 홍콩식 공매도 지정제 도입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이런 공매도 규제 강화가 바람직한 방향이 아니라는 게 전문가들 의견이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한시적 공매도 금지는 유효한 수단이 될 수 있다”면서도 “홍콩식으로 공매도 가능 종목을 정해 상시적으로 공매도를 제한하는 것은 시장의 가격효율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점에서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오형주/하수정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