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發 급락, 역대 위기 때보다 빠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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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위기 때 지수와 비교해보니
코스피 고점 대비 20% 하락에
외환위기 땐 83일, 금융위기 55일
코로나 사태엔 불과 20일 걸려
"바닥 어디인지 가늠하기 어려워"
코스피 고점 대비 20% 하락에
외환위기 땐 83일, 금융위기 55일
코로나 사태엔 불과 20일 걸려
"바닥 어디인지 가늠하기 어려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코스피지수 하락 속도가 과거 굵직한 경제위기 때보다 훨씬 가파른 것으로 분석됐다. 북미, 유럽 등 주요 선진국에서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며 글로벌 경제가 빠르게 얼어붙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적 대유행이 이제 막 시작됐다는 점에 비춰보면 저점의 깊이도 다른 위기 때보다 더 깊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과거 위기 때보다 하락 속도 가팔라
1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지수는 지난달 14일(2243.59) 고점을 찍은 뒤 이달 13일(1771.44)까지 21.04% 하락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코로나19 사태에 대해 ‘대유행’을 선언하는 등 상황이 악화하는 데 따른 것이다. 고점 대비 20% 이상 떨어지는 데 20거래일이 걸렸다.
2011년 유럽 재정위기 때는 5월 2일(2228.96)을 기점으로 추세적 하락이 시작돼 8월 19일(1744.88)까지 21.72% 떨어졌다. 20% 선이 붕괴되는데 지금보다 훨씬 긴 75거래일이 소요된 것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도 20% 저지선이 뚫리기까지 55거래일이 걸렸다. 이보다 앞선 외환위기 때는 83거래일이 소요됐다.
해외 지수도 과거보다 최근의 하락 속도가 빠르기는 마찬가지다. 다우존스지수는 지난달 12일(29,551.42)을 고점으로 급락하기 시작해 이달 11일(23,553.22)까지 20.30% 떨어졌다. 하락폭 20%를 넘는 데 19거래일이 걸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184거래일)보다 훨씬 빨랐다.
닛케이225지수도 지난달 6일(23,873.59)부터 이달 12일(18,559.63)까지 23거래일 동안 22.26% 하락했다. 글로벌 금융위기(62거래일) 때보다 20% 선이 빨리 붕괴됐다.
미증유의 상황이다 보니 바닥이 어디인지도 가늠하기 어렵다는 관측이 나온다. 글로벌 금융위기와 외환위기 당시 코스피지수는 고점부터 바닥까지 각각 54.54%, 64.66% 떨어졌다. 과거 수준까지 주가가 떨어진다고 가정하면 아직 고점 대비 30~40% 정도 더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
낙관론 우세하지만…“매수보다 관망”
생산과 소비가 동시에 타격을 받으면서 기업 주당순이익(EPS: 순이익/주식 수)도 빠르게 악화하는 추세다. 미래에셋대우 리서치센터에 따르면 최근 국내 기업의 12개월 선행 EPS는 지난달에 비해 2.0% 낮아졌다. 미국(-1.6%), 유럽(-2.8%) 등에서도 악영향이 잇따르며 세계적으로는 평균 2.5% 떨어졌다. 고위험·고수익 회사채와 안전한 국채 간 금리 격차(스프레드)가 벌어지고 미국 부동산 가격이 급락하고 있어 추가적인 악영향도 배제할 수 없다.
증권가에서는 아직 비관론보다 낙관론이 많다. 박정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각국 중앙은행과 재정당국의 대처 능력이 과거보다 훨씬 좋아졌다”며 “글로벌 금융위기 같은 최악의 상황은 피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코로나19 사태를 가장 먼저 겪은 중국 증시가 최근 하락을 멈춘 점에 비춰 사태가 과거보다는 빨리 수습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상하이종합지수는 지난 1월 14일(3127.17)부터 2월 4일(2685.27)까지 14.13% 급락했다가 최근 반등해 2900~3000선에서 횡보하고 있다. 정다운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저점 확인까지 그리 오래 걸리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낙관하긴 이르다는 분석도 만만치 않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최근 위기를 촉발한 코로나19 사태가 잡히는 신호가 나와야 비로소 시장이 반등할 수 있을 것”이라며 “기간이 길어질수록 반등 곡선은 완만하게 그려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최근 상황은 불안 심리에서 비롯된 면이 큰 만큼 당분간 주식시장도 불안정한 움직임을 보일 것”이라며 “과도하게 빠진 면이 있다고 해도 단기간 상승을 기대하기보다는 상황을 관망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
1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지수는 지난달 14일(2243.59) 고점을 찍은 뒤 이달 13일(1771.44)까지 21.04% 하락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코로나19 사태에 대해 ‘대유행’을 선언하는 등 상황이 악화하는 데 따른 것이다. 고점 대비 20% 이상 떨어지는 데 20거래일이 걸렸다.
2011년 유럽 재정위기 때는 5월 2일(2228.96)을 기점으로 추세적 하락이 시작돼 8월 19일(1744.88)까지 21.72% 떨어졌다. 20% 선이 붕괴되는데 지금보다 훨씬 긴 75거래일이 소요된 것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도 20% 저지선이 뚫리기까지 55거래일이 걸렸다. 이보다 앞선 외환위기 때는 83거래일이 소요됐다.
해외 지수도 과거보다 최근의 하락 속도가 빠르기는 마찬가지다. 다우존스지수는 지난달 12일(29,551.42)을 고점으로 급락하기 시작해 이달 11일(23,553.22)까지 20.30% 떨어졌다. 하락폭 20%를 넘는 데 19거래일이 걸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184거래일)보다 훨씬 빨랐다.
닛케이225지수도 지난달 6일(23,873.59)부터 이달 12일(18,559.63)까지 23거래일 동안 22.26% 하락했다. 글로벌 금융위기(62거래일) 때보다 20% 선이 빨리 붕괴됐다.
미증유의 상황이다 보니 바닥이 어디인지도 가늠하기 어렵다는 관측이 나온다. 글로벌 금융위기와 외환위기 당시 코스피지수는 고점부터 바닥까지 각각 54.54%, 64.66% 떨어졌다. 과거 수준까지 주가가 떨어진다고 가정하면 아직 고점 대비 30~40% 정도 더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
낙관론 우세하지만…“매수보다 관망”
생산과 소비가 동시에 타격을 받으면서 기업 주당순이익(EPS: 순이익/주식 수)도 빠르게 악화하는 추세다. 미래에셋대우 리서치센터에 따르면 최근 국내 기업의 12개월 선행 EPS는 지난달에 비해 2.0% 낮아졌다. 미국(-1.6%), 유럽(-2.8%) 등에서도 악영향이 잇따르며 세계적으로는 평균 2.5% 떨어졌다. 고위험·고수익 회사채와 안전한 국채 간 금리 격차(스프레드)가 벌어지고 미국 부동산 가격이 급락하고 있어 추가적인 악영향도 배제할 수 없다.
증권가에서는 아직 비관론보다 낙관론이 많다. 박정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각국 중앙은행과 재정당국의 대처 능력이 과거보다 훨씬 좋아졌다”며 “글로벌 금융위기 같은 최악의 상황은 피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코로나19 사태를 가장 먼저 겪은 중국 증시가 최근 하락을 멈춘 점에 비춰 사태가 과거보다는 빨리 수습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상하이종합지수는 지난 1월 14일(3127.17)부터 2월 4일(2685.27)까지 14.13% 급락했다가 최근 반등해 2900~3000선에서 횡보하고 있다. 정다운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저점 확인까지 그리 오래 걸리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낙관하긴 이르다는 분석도 만만치 않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최근 위기를 촉발한 코로나19 사태가 잡히는 신호가 나와야 비로소 시장이 반등할 수 있을 것”이라며 “기간이 길어질수록 반등 곡선은 완만하게 그려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최근 상황은 불안 심리에서 비롯된 면이 큰 만큼 당분간 주식시장도 불안정한 움직임을 보일 것”이라며 “과도하게 빠진 면이 있다고 해도 단기간 상승을 기대하기보다는 상황을 관망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