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글로벌 금융시장이 큰 변동성 장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아시아 주요국 증시 중 한국에서 최근 가장 많은 자금이 유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 증시는 규모가 큰 편이고 유동성이 좋아 금융시장이 불안할 때 외국인들이 먼저 현금화에 나서는 것으로 분석된다.

'외국인의 ATM' 된 한국 증시…코로나 이후 亞서 순매도 1위
15일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지난 5~11일 한국 주식시장에서 외국인의 순매도 규모는 36억달러로 아시아 주요국 중 가장 많았다. 대만 35억6000만달러, 인도 22억달러, 태국 7억3000만달러, 인도네시아가 1억1000만달러로 뒤를 이었다.

이 전주(2월 27일~3월 4일)에도 외국인 투자자들은 한국에서 17억8000만달러어치를 팔아치워 순매도 1위 국가에 올랐다. 외국인은 국내 증시에서 지난 1월 셋째주(16~22일)부터 8주 연속 순매도를 보이며 87억9000만달러를 빼갔다. 같은 기간 아시아 7개국에서 219억3000만달러의 자금이 유출됐는데 이 중 40%가 한국 증시에서 빠진 것이다. 이어 대만이 85억1000만달러로 순매도 규모가 컸다.

한국과 대만의 대표 반도체주인 삼성전자와 TSMC에서 외국인 투매가 많았던 것으로 분석된다. 이 영향으로 코로나19가 본격 확산되기 시작한 1월 16일 이후 삼성전자는 17.7%, TSMC는 12.9% 주가가 떨어졌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세계 공급망이 타격을 받아 반도체주의 업황 개선에도 악영향을 줄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 주식시장은 금융시장 변동성이 커질 때 외국인 투자자가 먼저 돈을 빼가는 시장으로 알려지면서 외국인의 ‘현금인출기’라는 오명을 얻었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