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라임운용 결국 퇴출…'배드뱅크' 만들어 수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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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兆6600억 부실펀드 처리위해
신한금융 등 판매사 19곳 참여
신한금융 등 판매사 19곳 참여
은행 증권회사 등 금융회사들이 ‘부실 덩어리’ 라임 펀드를 회수하기 위해 자산운용사를 설립한다. 환매 중단된 펀드를 모두 넘겨받는 일종의 ‘배드뱅크’가 출범하는 것이다. 배드뱅크란 금융회사의 부실 자산을 처리하기 위해 한시적으로 운영되는 기관이다. 운용사 형태의 배드뱅크가 설립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19일 금융감독원과 업계에 따르면 라임 펀드 주요 판매사들은 자본금 50억원 정도로 ‘라임 배드뱅크 운용사’를 신설하기로 했다. 라임펀드 판매사들이 금감원과 협의해 배드뱅크를 설립하는 방식이다.
우리은행 신한은행 신한금융투자 대신증권 KB증권 등 라임 펀드 주요 판매사 19곳은 20일 금감원과 회의를 열어 출자금을 확정할 예정이다.
배드뱅크 운용사가 설립되면 한때 국내 헤지펀드 1위이던 라임자산운용은 퇴출된다.
금감원은 라임운용의 등록을 취소하고, 모든 부실 라임펀드를 배드뱅크 운용사로 이관할 예정이다. 환매가 중단된 라임 펀드의 판매 규모는 1조6679억원(자펀드 173개 기준)에 이른다.
금융회사 관계자는 “지난 1월 환매 중단된 펀드에서 스타모빌리티로 자금이 유출된 사건까지 발생해 기존 라임 경영진에 자금 회수를 맡기기 힘들다고 판단해 사상 처음 배드뱅크 형태의 수습책이 나왔다”고 설명했다.'라임 배드뱅크' 세워도…부실펀드 회수 첩첩산중
금감원 "원종준 대표 못 믿겠다"…안전하다던 펀드 매출채권도 연체 금융회사들이 라임 부실 펀드 회수를 위해 ‘배드뱅크’ 운용사를 설립하기로 한 데는 금융감독원 의중이 반영돼 있다. 라임 펀드에 투자금이 묶인 지 반년이 더 지났지만 상환은커녕 피해 규모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금감원 감시하에서도 각종 사고가 잇따르고, 지난 18일 구속된 금감원 출신 김모 전 청와대 행정관까지 연루되면서 부실 감독 책임론이 일고 있다.
한 달 전 터진 ‘스타모빌리티 사건’이 중요한 계기가 됐다. 라임자산운용이 올해 초 환매 중단된 펀드에서 고객 돈 195억원을 빼내 라임 ‘실세’로 알려진 김봉현 스타모빌리티 회장의 횡령을 지원한 것으로 뒤늦게 밝혀진 사건이다. 금감원은 원종준 대표 등 기존 라임 경영진 체제에서 정상적인 회수가 어렵다고 판단하고 라임 펀드 주요 판매사와 새로운 방안을 찾기 시작했다. 그 결과가 민간 주도의 라임 배드뱅크 운용사 설립이다.
신한금융그룹, 배드뱅크 최대주주로
배드뱅크 운용사에는 라임 펀드 주요 판매사가 대부분 참여한다. 환매 중단된 라임 펀드 잔액이 많을수록 배드뱅크 운용사에 더 많이 출자할 계획이다. 대주주는 신한금융그룹이 될 전망이다. 단일 금융회사로는 우리은행(3577억원)이 가장 많이 팔았지만 그룹사로 보면 신한금융투자(3248억원) 신한은행(2769억원) 등 신한금융그룹이 더 많다.
신생 운용사는 라임 부실 펀드 회수에만 총력을 기울이게 된다. 구체적으로 라임의 무역금융펀드(플루토 TF-1호), 테티스 2호, 플루토 FI D-1호, 크레디트인슈어런스(CI) 1호 등 4개 모펀드에 돈을 태운 173개 자펀드가 이관 대상이다. 전체 1조6679억원 규모다. 라임의 ‘아바타’ 운용사로 불리는 포트코리아자산운용과 라움자산운용의 펀드를 통해 편입하고 있는 자산도 모두 이관시킨다. 라임의 정상 펀드는 다른 운용사로 옮겨질 가능성이 높다.
신생 운용사는 신규 영업은 못 하고 라임 펀드의 투자자산 회수만을 목적으로 6년 안팎 운영될 전망이다. 판매사들은 라임이 신규 영입한 문경석 최고운용책임자(CIO)를 주축으로 20명 규모의 운용사를 꾸릴 방침이다. 금융회사 관계자는 “라임 환매 중단 펀드에서도 매년 30억원 안팎의 수수료가 나온다는 점을 감안하면 자본금 50억원이 적정하다고 판단했다”며 “펀드 자산 회수에 총력을 다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CI 펀드마저 회수 난항
배드뱅크 운용사가 세워져도 가시밭길이 예상된다. 라임 부실 펀드 회수 작업은 곳곳에서 난항을 겪고 있다. 오히려 피해 규모는 커지고 있다. 신한은행이 주도적으로 판매한 라임 CI 펀드가 대표적이다. 이 펀드는 라임의 ‘펀드 돌려막기’ 피해를 보면서 올 1월 뒤늦게 환매 중단됐다. 라임운용은 지난해 10월 환매 중단 선언 직전에 CI 펀드 자금 1200억원을 빼내 라임 플루토 FI D-1호(719억원) 등 부실 펀드로 돌렸다. 라임운용은 당시 라임 CI 펀드의 2700억원 규모 무역금융 매출채권 회수에는 문제가 없다고 장담했다.
하지만 지난달부터 만기가 돌아오고 있는 무역금융 매출채권의 상환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코로나19 여파로 세계 무역금융 결제시장이 얼어붙어 상환이 지연되고 있다. 여기에 상품제안서에서는 레버리지를 사용하지 않는다고 해놓고 추가로 700억원을 대출받아 투자한 것으로 드러났다. 투자자 손실은 더 커졌다는 얘기다.
다른 부실 펀드도 회수는 요원하다. 라임 무역금융펀드는 싱가포르 로디움과 맺은 복잡하고도 불리한 재구조화 계약서에 발목이 잡혀 있다. 플루토 FI D-1호, 테티스 2호 펀드도 곳곳에서 횡령 사고가 터져 회수 자체가 불확실하다. 한 운용사 관계자는 “라임 자산 대부분이 일반 주식이나 채권이 아니어서 고난도 회수 작업이 요구된다”며 “운용사 신설은 새로운 시도지만 신규 영업을 못 하는데 양질의 운용 인력을 끌어올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금감원은 운용사 신설과 함께 라임자산운용의 전문 사모 운용사 등록을 취소할 계획이다. 라임에 남은 현금 100억여원 등 자산은 각종 소송 구상권 청구 등으로 동결될 것으로 보인다. 라임을 시작으로 금감원 제재는 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포트코리아자산운용 라움자산운용 등 연관 운용사, 신한금융투자 KB증권 대신증권 우리은행 등 관련 증권사 및 은행에 대한 무더기 징계가 예상된다.
조진형 기자 u2@hankyung.com
19일 금융감독원과 업계에 따르면 라임 펀드 주요 판매사들은 자본금 50억원 정도로 ‘라임 배드뱅크 운용사’를 신설하기로 했다. 라임펀드 판매사들이 금감원과 협의해 배드뱅크를 설립하는 방식이다.
우리은행 신한은행 신한금융투자 대신증권 KB증권 등 라임 펀드 주요 판매사 19곳은 20일 금감원과 회의를 열어 출자금을 확정할 예정이다.
배드뱅크 운용사가 설립되면 한때 국내 헤지펀드 1위이던 라임자산운용은 퇴출된다.
금감원은 라임운용의 등록을 취소하고, 모든 부실 라임펀드를 배드뱅크 운용사로 이관할 예정이다. 환매가 중단된 라임 펀드의 판매 규모는 1조6679억원(자펀드 173개 기준)에 이른다.
금융회사 관계자는 “지난 1월 환매 중단된 펀드에서 스타모빌리티로 자금이 유출된 사건까지 발생해 기존 라임 경영진에 자금 회수를 맡기기 힘들다고 판단해 사상 처음 배드뱅크 형태의 수습책이 나왔다”고 설명했다.'라임 배드뱅크' 세워도…부실펀드 회수 첩첩산중
금감원 "원종준 대표 못 믿겠다"…안전하다던 펀드 매출채권도 연체 금융회사들이 라임 부실 펀드 회수를 위해 ‘배드뱅크’ 운용사를 설립하기로 한 데는 금융감독원 의중이 반영돼 있다. 라임 펀드에 투자금이 묶인 지 반년이 더 지났지만 상환은커녕 피해 규모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금감원 감시하에서도 각종 사고가 잇따르고, 지난 18일 구속된 금감원 출신 김모 전 청와대 행정관까지 연루되면서 부실 감독 책임론이 일고 있다.
한 달 전 터진 ‘스타모빌리티 사건’이 중요한 계기가 됐다. 라임자산운용이 올해 초 환매 중단된 펀드에서 고객 돈 195억원을 빼내 라임 ‘실세’로 알려진 김봉현 스타모빌리티 회장의 횡령을 지원한 것으로 뒤늦게 밝혀진 사건이다. 금감원은 원종준 대표 등 기존 라임 경영진 체제에서 정상적인 회수가 어렵다고 판단하고 라임 펀드 주요 판매사와 새로운 방안을 찾기 시작했다. 그 결과가 민간 주도의 라임 배드뱅크 운용사 설립이다.
신한금융그룹, 배드뱅크 최대주주로
배드뱅크 운용사에는 라임 펀드 주요 판매사가 대부분 참여한다. 환매 중단된 라임 펀드 잔액이 많을수록 배드뱅크 운용사에 더 많이 출자할 계획이다. 대주주는 신한금융그룹이 될 전망이다. 단일 금융회사로는 우리은행(3577억원)이 가장 많이 팔았지만 그룹사로 보면 신한금융투자(3248억원) 신한은행(2769억원) 등 신한금융그룹이 더 많다.
신생 운용사는 라임 부실 펀드 회수에만 총력을 기울이게 된다. 구체적으로 라임의 무역금융펀드(플루토 TF-1호), 테티스 2호, 플루토 FI D-1호, 크레디트인슈어런스(CI) 1호 등 4개 모펀드에 돈을 태운 173개 자펀드가 이관 대상이다. 전체 1조6679억원 규모다. 라임의 ‘아바타’ 운용사로 불리는 포트코리아자산운용과 라움자산운용의 펀드를 통해 편입하고 있는 자산도 모두 이관시킨다. 라임의 정상 펀드는 다른 운용사로 옮겨질 가능성이 높다.
신생 운용사는 신규 영업은 못 하고 라임 펀드의 투자자산 회수만을 목적으로 6년 안팎 운영될 전망이다. 판매사들은 라임이 신규 영입한 문경석 최고운용책임자(CIO)를 주축으로 20명 규모의 운용사를 꾸릴 방침이다. 금융회사 관계자는 “라임 환매 중단 펀드에서도 매년 30억원 안팎의 수수료가 나온다는 점을 감안하면 자본금 50억원이 적정하다고 판단했다”며 “펀드 자산 회수에 총력을 다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CI 펀드마저 회수 난항
배드뱅크 운용사가 세워져도 가시밭길이 예상된다. 라임 부실 펀드 회수 작업은 곳곳에서 난항을 겪고 있다. 오히려 피해 규모는 커지고 있다. 신한은행이 주도적으로 판매한 라임 CI 펀드가 대표적이다. 이 펀드는 라임의 ‘펀드 돌려막기’ 피해를 보면서 올 1월 뒤늦게 환매 중단됐다. 라임운용은 지난해 10월 환매 중단 선언 직전에 CI 펀드 자금 1200억원을 빼내 라임 플루토 FI D-1호(719억원) 등 부실 펀드로 돌렸다. 라임운용은 당시 라임 CI 펀드의 2700억원 규모 무역금융 매출채권 회수에는 문제가 없다고 장담했다.
하지만 지난달부터 만기가 돌아오고 있는 무역금융 매출채권의 상환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코로나19 여파로 세계 무역금융 결제시장이 얼어붙어 상환이 지연되고 있다. 여기에 상품제안서에서는 레버리지를 사용하지 않는다고 해놓고 추가로 700억원을 대출받아 투자한 것으로 드러났다. 투자자 손실은 더 커졌다는 얘기다.
다른 부실 펀드도 회수는 요원하다. 라임 무역금융펀드는 싱가포르 로디움과 맺은 복잡하고도 불리한 재구조화 계약서에 발목이 잡혀 있다. 플루토 FI D-1호, 테티스 2호 펀드도 곳곳에서 횡령 사고가 터져 회수 자체가 불확실하다. 한 운용사 관계자는 “라임 자산 대부분이 일반 주식이나 채권이 아니어서 고난도 회수 작업이 요구된다”며 “운용사 신설은 새로운 시도지만 신규 영업을 못 하는데 양질의 운용 인력을 끌어올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금감원은 운용사 신설과 함께 라임자산운용의 전문 사모 운용사 등록을 취소할 계획이다. 라임에 남은 현금 100억여원 등 자산은 각종 소송 구상권 청구 등으로 동결될 것으로 보인다. 라임을 시작으로 금감원 제재는 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포트코리아자산운용 라움자산운용 등 연관 운용사, 신한금융투자 KB증권 대신증권 우리은행 등 관련 증권사 및 은행에 대한 무더기 징계가 예상된다.
조진형 기자 u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