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백만명 실업도 버텼지만, '램데시비르' 뉴스에 무너진 이유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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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현지시간) 뉴욕 증시의 아침도 수백만명 실직 소식과 함께 시작됐습니다. 매주 목요일 아침 8시30분이면 노동부의 전주 실업급여 청구건수가 발표되기 때문입니다.
이날도 442만7000건(계절조정치)이 신청된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전주보다 81만건 감소했지만, 여전히 엄청난 수치입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투자자들은 걱정하지 않았습니다.
지난 5주간 매주 300만~600만명의 실업자가 쏟아졌지만 다우 지수는 한 번도 하락한 적이 없었습니다. 3월26일 331만건이 나왔을 때는 6.38% 급등했고 △4월2일 687만건에 2.24% △9일 662만건에 1.21% △16일 524만건에 0.12% 상승했었습니다.
역시 기대는 깨지지 않았습니다. 이날도 다우 지수는 0.18% 오른 채 마감됐습니다.
증시가 오르는 건 수많은 실업자가 양산되어도 별 문제가 없다는 뜻일까요?
지난 다섯 주를 따지면 모두 2650만명이 실직했습니다. 이는 미국 노동인구 1억6000만명을 기준으로 15%에 달합니다. 2주 뒤인 5월8일 발표될 4월 실업률은 기록적 수치가 나올 것입니다.
물론 투자자들은 그것도 다 예상하고 있습니다.
정말 큰 여파는 몇 달 뒤 시작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기업들의 줄파산을 말하는 겁니다.
뉴제네레이션리서치에 따르면 '챕터11' 파산신청은 올들어 4월21일까지 2063개로 지난해 같은 기간(1736개)보다 20% 가량 증가했습니다. 또 '챕터7' 신청건수는 1262개로 작년의 1253개와 엇비슷합니다.
아직 파산이 급증하지 않은 건, 미 중앙은행(Fed)과 행정부가 선제적으로 막대한 돈을 퍼부어 틀어막은 덕분입니다. 2조2000억달러 규모의 부양 정책이 이번주 시행되면서 미국의 기업들은 상당한 현금을 손에 쥐었습니다.
월가 관계자는 "2008년과 이번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한 위기가 다른 점은 Fed의 대응 속도"라고 말했습니다.
2008년엔 리먼브러더스 등 금융사나 기업들이 파산에 들어간 뒤 대응책이 하나둘씩 나왔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사태가 본격화될 무렵인 3월3일 긴급 금리 인하를 한 것을 비롯해 4월9일 정크본드 매입까지 거의 매주 전례없는 정책을 쏟아냈습니다. 이 관계자는 "사고가 생기기도 전에 미리 돈을 투입해 파산 등을 막았다"면서 "사실 너무 많은 돈을 미리 퍼붓는 바람에 금융시장엔 돈이 넘치면서 증시가 달아올랐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날 발표된 갤럽 설문조사에서 58%의 응답자가 제롬 파월 Fed 의장에 대해 '미 경제에 옳은 일을 하고 있다'고 답한 이유입니다.
하지만 Fed의 기민한 대응으로 좀 늦춰졌을 뿐 기업 파산은 시간이 흐르면서 증가할 수 있습니다.
야후파이낸스 보도에 따르면 실업청구가 늘어나면 3~6개월 뒤에 기업 파산이 따라서 증가합니다. 5주전 시작된 현기증나는 실업청구 증가 속도를 보면 이르면 두 달 뒤부터 엄청난 규모의 파산이 줄지어 나타날 수 있다는 뜻입니다. 투자자들은 3~6개월이 흐리기 전에 경제가 재개되면서 이런 줄파산이 현실화되지 않는 낙관적 시나리오를 꿈꾸고 있습니다.
CBS가 이날 공개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경제 재개가 되면 '레스토랑이나 술집에 편안하게 가겠냐'는 질문에 응답자의 71%가 "NO"라고 답했습니다. 비행기 탑승은 85%가, 대중공연 참여는 87%가 "그렇지 않다"고 밝혔습니다. 이대로 경제가 다시 열려도 경제활동이 완전히 살아나기는 어렵다는 뜻입니다.
빌게이츠는 이날 자신의 블로그에 "피해를 제한하는 열쇠는 결국 치료제나 백신이 개발되거나, 대량 테스트가 행해져야한다"고 밝혔습니다.
이날 뉴욕증시는 수백만명 실업자 증가 소식에도 아침부터 큰 폭의 오름세를 보였습니다. 이렇게 실업은 견뎌냈지만 오후 12시40분께 나온 뉴스 하나에 다우 지수의 상승폭 400포인트는 와르르 무너졌습니다.
파이낸셜타임스(FT)가 중국에서 실시된 길리어드의 '램데시비르' 임상 시험과 관련해 세계보건기구(WHO) 보고서 초안을 인용, "이 약이 코로나19 치료 효과를 입증하는 데 실패했다"고 보도한 것입니다. WHO가 실수로 이 결과를 홈페이지에 띄어놓았고 FT가 이를 잡아 쓴 것입니다. 렘데시비르를 158명에게, 79명에게는 위약을 투여한 뒤 비교한 결과 효과를 입증할 만한 데이터를 얻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사망률은 렘데시비르 투약 환자가 13.9%, 대조군이 12.8%로 나왔습니다. 게다가 일부에게 부작용도 나타났습니다.
지난주 미국의 의료 전문지 STAT뉴스는 시카고대 연구진이 환자들에게 렘데시비르를 투약한 결과 대다수가 증상이 빠르게 회복돼 1주일 이내에 퇴원할 수 있었다고 보도했었습니다.
지난주 뉴스와 완전히 다른 결과에 투자자들은 충격을 받았습니다.
길리어드사는 이후 "중국에서의 실험은 참여자 부족 등으로 조기 종결됐기 때문에 통계적으로 유의미하지 않다"고 해명했습니다. WHO도 이 보고서가 '동료 심사'를 거치지않았으며, 실수로 노출된 만큼 삭제했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주요 지수는 반등을 시도하다가 결국 강보합 수준에 마감됐습니다.길리어드의 주가는 4.34% 떨어져 지난주 주가 수준으로 되돌아갔습니다. 수백만명 실업에도 꿈쩍않던 뉴욕 증시가 램데시비르 뉴스에 급락한 건, 경제의 완전한 재개를 통해 기업 줄파산을 막는 희망적 시나리오의 가능성이 낮아진 탓일 겁니다.
유명한 기업인인 마크 큐반은 이날 폭스비즈니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경제 회복은 특히 중소기업들에게 매우 힘들고 긴 시간이 될 것"이라며 "그건 잔인할 것이고, 어떻게 설탕(달콤하게) 코팅하는 방법은 없다"고 말했습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
이날도 442만7000건(계절조정치)이 신청된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전주보다 81만건 감소했지만, 여전히 엄청난 수치입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투자자들은 걱정하지 않았습니다.
지난 5주간 매주 300만~600만명의 실업자가 쏟아졌지만 다우 지수는 한 번도 하락한 적이 없었습니다. 3월26일 331만건이 나왔을 때는 6.38% 급등했고 △4월2일 687만건에 2.24% △9일 662만건에 1.21% △16일 524만건에 0.12% 상승했었습니다.
역시 기대는 깨지지 않았습니다. 이날도 다우 지수는 0.18% 오른 채 마감됐습니다.
증시가 오르는 건 수많은 실업자가 양산되어도 별 문제가 없다는 뜻일까요?
지난 다섯 주를 따지면 모두 2650만명이 실직했습니다. 이는 미국 노동인구 1억6000만명을 기준으로 15%에 달합니다. 2주 뒤인 5월8일 발표될 4월 실업률은 기록적 수치가 나올 것입니다.
물론 투자자들은 그것도 다 예상하고 있습니다.
정말 큰 여파는 몇 달 뒤 시작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기업들의 줄파산을 말하는 겁니다.
뉴제네레이션리서치에 따르면 '챕터11' 파산신청은 올들어 4월21일까지 2063개로 지난해 같은 기간(1736개)보다 20% 가량 증가했습니다. 또 '챕터7' 신청건수는 1262개로 작년의 1253개와 엇비슷합니다.
아직 파산이 급증하지 않은 건, 미 중앙은행(Fed)과 행정부가 선제적으로 막대한 돈을 퍼부어 틀어막은 덕분입니다. 2조2000억달러 규모의 부양 정책이 이번주 시행되면서 미국의 기업들은 상당한 현금을 손에 쥐었습니다.
월가 관계자는 "2008년과 이번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한 위기가 다른 점은 Fed의 대응 속도"라고 말했습니다.
2008년엔 리먼브러더스 등 금융사나 기업들이 파산에 들어간 뒤 대응책이 하나둘씩 나왔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사태가 본격화될 무렵인 3월3일 긴급 금리 인하를 한 것을 비롯해 4월9일 정크본드 매입까지 거의 매주 전례없는 정책을 쏟아냈습니다. 이 관계자는 "사고가 생기기도 전에 미리 돈을 투입해 파산 등을 막았다"면서 "사실 너무 많은 돈을 미리 퍼붓는 바람에 금융시장엔 돈이 넘치면서 증시가 달아올랐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날 발표된 갤럽 설문조사에서 58%의 응답자가 제롬 파월 Fed 의장에 대해 '미 경제에 옳은 일을 하고 있다'고 답한 이유입니다.
하지만 Fed의 기민한 대응으로 좀 늦춰졌을 뿐 기업 파산은 시간이 흐르면서 증가할 수 있습니다.
야후파이낸스 보도에 따르면 실업청구가 늘어나면 3~6개월 뒤에 기업 파산이 따라서 증가합니다. 5주전 시작된 현기증나는 실업청구 증가 속도를 보면 이르면 두 달 뒤부터 엄청난 규모의 파산이 줄지어 나타날 수 있다는 뜻입니다. 투자자들은 3~6개월이 흐리기 전에 경제가 재개되면서 이런 줄파산이 현실화되지 않는 낙관적 시나리오를 꿈꾸고 있습니다.
CBS가 이날 공개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경제 재개가 되면 '레스토랑이나 술집에 편안하게 가겠냐'는 질문에 응답자의 71%가 "NO"라고 답했습니다. 비행기 탑승은 85%가, 대중공연 참여는 87%가 "그렇지 않다"고 밝혔습니다. 이대로 경제가 다시 열려도 경제활동이 완전히 살아나기는 어렵다는 뜻입니다.
빌게이츠는 이날 자신의 블로그에 "피해를 제한하는 열쇠는 결국 치료제나 백신이 개발되거나, 대량 테스트가 행해져야한다"고 밝혔습니다.
이날 뉴욕증시는 수백만명 실업자 증가 소식에도 아침부터 큰 폭의 오름세를 보였습니다. 이렇게 실업은 견뎌냈지만 오후 12시40분께 나온 뉴스 하나에 다우 지수의 상승폭 400포인트는 와르르 무너졌습니다.
파이낸셜타임스(FT)가 중국에서 실시된 길리어드의 '램데시비르' 임상 시험과 관련해 세계보건기구(WHO) 보고서 초안을 인용, "이 약이 코로나19 치료 효과를 입증하는 데 실패했다"고 보도한 것입니다. WHO가 실수로 이 결과를 홈페이지에 띄어놓았고 FT가 이를 잡아 쓴 것입니다. 렘데시비르를 158명에게, 79명에게는 위약을 투여한 뒤 비교한 결과 효과를 입증할 만한 데이터를 얻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사망률은 렘데시비르 투약 환자가 13.9%, 대조군이 12.8%로 나왔습니다. 게다가 일부에게 부작용도 나타났습니다.
지난주 미국의 의료 전문지 STAT뉴스는 시카고대 연구진이 환자들에게 렘데시비르를 투약한 결과 대다수가 증상이 빠르게 회복돼 1주일 이내에 퇴원할 수 있었다고 보도했었습니다.
지난주 뉴스와 완전히 다른 결과에 투자자들은 충격을 받았습니다.
길리어드사는 이후 "중국에서의 실험은 참여자 부족 등으로 조기 종결됐기 때문에 통계적으로 유의미하지 않다"고 해명했습니다. WHO도 이 보고서가 '동료 심사'를 거치지않았으며, 실수로 노출된 만큼 삭제했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주요 지수는 반등을 시도하다가 결국 강보합 수준에 마감됐습니다.길리어드의 주가는 4.34% 떨어져 지난주 주가 수준으로 되돌아갔습니다. 수백만명 실업에도 꿈쩍않던 뉴욕 증시가 램데시비르 뉴스에 급락한 건, 경제의 완전한 재개를 통해 기업 줄파산을 막는 희망적 시나리오의 가능성이 낮아진 탓일 겁니다.
유명한 기업인인 마크 큐반은 이날 폭스비즈니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경제 회복은 특히 중소기업들에게 매우 힘들고 긴 시간이 될 것"이라며 "그건 잔인할 것이고, 어떻게 설탕(달콤하게) 코팅하는 방법은 없다"고 말했습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