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인터넷 대표주인 네이버가 연일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우고 있다. 미국 인터넷 대표주인 알파벳(구글 지주회사)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급락한 뒤 반등이 더딘 것과 비교된다. 전문가들은 온라인 광고 수입에 절대적으로 의존하는 알파벳과 달리 네이버가 금융과 콘텐츠, 전자상거래 등 다양한 사업으로 매출원을 다변화한 덕분이라고 분석했다.

구글 '게걸음'…네이버는 사상 최고가
네이버는 27일 유가증권시장에서 2.60%(5000원) 오른 19만7500원에 마감했다. 전날(19만2500원)에 이어 또 한 번 사상 최고치 기록을 새로 썼다. 코로나19로 인해 지난 1월 19만원대에서 지난달 14만원대로 수직 낙하한 네이버는 바닥에서 38.1% 오르는 저력을 보여주고 있다. 덕분에 2017년 6월 세운 종가 기준 사상 최고치 기록(19만2269원)을 약 4년 만에 깼다.

네이버의 가파른 상승세는 인터넷 검색 및 광고 시장에서 경쟁 관계에 있는 알파벳의 더딘 반등과 비교돼 더욱 눈길을 끈다. 알파벳은 지난 2월 1524.87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찍었지만 코로나19로 지난달 1054.13달러까지 떨어졌다. 지난 24일 종가는 저점 대비 21.1% 오른 1276.60달러로 전고점 회복이 요원한 상황이다. 알파벳은 다른 미국 기술주와 비교해도 부진한 편이다. 아마존은 바닥에서 43.8% 반등하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마이크로소프트(MS)도 현재 174.55달러로 지난 2월의 사상 최고치(188.7달러) 회복을 눈앞에 두고 있다.

전문가들은 사업 다각화로 여러 곳에서 매출이 나오는 기업이 코로나19 증시에서 선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알파벳은 지난해 4분기 매출의 82.3%가 광고 사업에서 나왔다. 황승택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글로벌 광고 지출이 10% 넘게 줄었는데 이번엔 그보다 더 많이 줄어들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며 “광고 시장 위축은 2분기로 갈수록 심해져 알파벳 주가가 부진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반면 23일 1분기 실적을 발표한 네이버는 영업이익이 시장 예상을 14.1% 웃돌았다. ‘어닝 서프라이즈’였다. 김소혜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광고가 부진했지만 전자상거래와 클라우드, 콘텐츠 등 나머지 사업이 이를 만회했다”고 말했다. 스마트스토어 쇼핑 거래액은 전년 동기 대비 50% 넘게 증가했다. 네이버페이와 클라우드 사업을 하는 정보기술(IT)플랫폼 부문 매출이 49.4% 늘었다. 웹툰 등 콘텐츠 매출도 두 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네이버는 정확한 광고 매출을 발표하지 않는다. 증권가에선 디스플레이 광고 부문과 비즈니스플랫폼 부문 매출을 합해 50%가량을 광고 매출 비중으로 본다. 다만 비즈니스플랫폼엔 전자상거래 관련 매출이 섞여 있다.

사업 다각화 효과는 카카오와 페이스북에서도 그대로 나타나고 있다. 27일 카카오 종가는 18만4000원으로 3.5%만 더 오르면 지난 2월 기록한 사상 최고치(19만500원)를 회복한다. 반면 페이스북은 24일 종가가 190.07달러로 지난 1월의 사상 최고치(223.23달러)까지 17.4% 올라야 한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카카오의 광고 매출은 28.6%로 추정되며 음악(19.9%), 게임(12.8%), 콘텐츠(9.6%), 전자상거래(9.3%), 카카오페이(3.8%), 모빌리티(3.9%) 등으로 다변화돼 있다. 페이스북은 지난해 4분기에 매출의 98.4%가 광고에서 나왔다. 오동환 삼성증권 연구원은 “네이버와 카카오는 미국으로 치면 구글과 페이스북, 아마존, 넷플릭스 등을 섞어 놓은 것과 같은 사업 구조를 갖고 있다”며 “코로나19로 위기에 강한 면모가 드러나고 있다”고 말했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