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시가총액 톱10 중 상승률 꼴찌…7.3조 산 개미군단 '시련의 계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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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연일 순매도에
5만원 넘으면 개인 차익실현
저점 찍은 뒤 16% 반등 그쳐
5만원 넘으면 개인 차익실현
저점 찍은 뒤 16% 반등 그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조정장에서 ‘개미’들이 쓸어 담은 삼성전자가 5만원 근처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현재 가격이 매수 당시 가격을 넘지 못해 ‘물려 있는’ 물량만 4조원어치에 이른다. 조정장에서 개인이 삼성전자를 순매수한 전체 금액의 절반 이상이다.
국내 반도체주는 외국인 수급이 미치는 영향이 절대적이다. 하반기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 때문에 외국인이 신흥국 복귀를 주저하는 게 반도체주가 오르지 못하는 핵심 요인으로 꼽힌다. 주가가 5만원에 근접하면 개인들이 잇따라 차익 실현 매물을 내놓는 것도 주가 상승을 제한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삼성전자, 시총 10위권 내 상승률 꼴찌
28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삼성전자는 0.50% 오른 5만100원에 장을 마쳤다. 코스피지수가 저점을 찍은 지난달 19일 이후 16.65% 오른 가격이다.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가 32.69% 오른 것에 비해 반토막 수준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60.66%), LG화학(57.61%) 등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 상위 10위권 내 종목 가운데 상승률이 가장 낮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조정장이 시작된 지난 2월 17일부터 이날까지 개인은 삼성전자를 7조2798억원어치 순매수했다. 이 가운데 현재가보다 높은 가격(종가 기준)에 순매수한 게 3조8165억원어치다. 전체 순매수 금액의 52.4%가 아직 본전도 뽑지 못한 것이다.
개인이 쓸어 담은 다른 반도체 종목인 SK하이닉스도 마찬가지다. 개인은 올 2월 17일부터 이날까지 SK하이닉스를 1조2556억원어치 순매수했다. 이날 종가보다 높은 가격에 매수한 물량이 4883억원어치(38.9%)로 적지 않다. 반도체 우량 종목 두 개에 개인이 물려 있는 금액만 5조3048억원에 이른다. 외국인 복귀 지연에 개인 차익매물 부담
반도체 종목의 주가가 탄력을 받지 못하는 건 외국인의 한국 증시 귀환이 늦어지고 있는 것과 연관이 깊다. 외국인은 코로나19의 대유행(팬데믹)이 시작된 뒤 연일 순매도세를 지속하고 있다. 이날도 유가증권시장에서 1271억원어치를 팔았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각각 299억원, 468억원어치 샀지만 아직 추세적으로 돌아섰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외국인은 이달 19거래일 가운데 절반인 9거래일간 삼성전자를 순매도했다.
최근 외국인 투자자가 많이 빠져나갔다고는 하지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외국인 주주 비중은 각각 55.2%, 48.6%로 여전히 크다. 외국인 매수세 없이는 주가가 위로 치고 올라가기 어려운 구조다.
개인투자자가 5만원 인근에서 매번 대규모 차익을 실현하고 있는 것도 주가 상승을 제약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지난 17일 삼성전자가 한 달여 만에 5만원대로 올라섰을 때 개인은 3891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코스피지수가 바닥을 찍은 지난달 19일 이후부터 5만원대로 올라가기 직전인 이달 16일까지 개인의 삼성전자 평균 매수 단가는 4만5300원이다. 이때 매수한 개인이 10% 내외의 수익을 내자 차익실현에 나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후 삼성전자가 4만원 후반대에서 1주일 이상을 횡보하자 개인들은 매수세를 급격히 줄였다. 지난 22일 110억원까지 줄어든 개인 순매수액은 27일 948억원 규모 순매도로 돌아서기도 했다.
하반기 경기 불확실성이 최대 위험 요인
전문가들은 하반기 반도체 경기의 불확실성도 외국인의 국내 증시 유입을 가로막는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송명섭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현물시장의 D램 가격이 내려가고 있어 외국인이 반도체주 매수를 꺼리는 것”이라며 “특히 하반기 반도체 업황이 어떻게 될지에 대한 확신이 없는 게 문제”라고 말했다.
박성순 케이프투자증권 연구원은 “일부에서는 최근까지 계속 상승하던 반도체 고정거래가격이 올 4분기에 내리막을 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는 상황”이라며 “미국에서 코로나19 사태가 잡힌다는 확신이 있어야 외국인이 반도체주로 돌아올 것”이라고 설명했다.
코로나19로 인한 실물 충격이 가시화하면서 주식시장이 ‘2차 충격’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도 꾸준히 나오고 있다. 이 경우 삼성전자를 5만원대에 매수한 개인 손실률이 커질 수 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 주가가 빠지거나 장기 횡보하면 빚내 투자한 개인 손실이 급격히 불어날 수 있다”며 “그때는 물려 있던 개인도 매도세로 돌아서면서 주가가 추가 하락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양병훈/고윤상 기자 hun@hankyung.com
국내 반도체주는 외국인 수급이 미치는 영향이 절대적이다. 하반기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 때문에 외국인이 신흥국 복귀를 주저하는 게 반도체주가 오르지 못하는 핵심 요인으로 꼽힌다. 주가가 5만원에 근접하면 개인들이 잇따라 차익 실현 매물을 내놓는 것도 주가 상승을 제한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삼성전자, 시총 10위권 내 상승률 꼴찌
28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삼성전자는 0.50% 오른 5만100원에 장을 마쳤다. 코스피지수가 저점을 찍은 지난달 19일 이후 16.65% 오른 가격이다.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가 32.69% 오른 것에 비해 반토막 수준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60.66%), LG화학(57.61%) 등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 상위 10위권 내 종목 가운데 상승률이 가장 낮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조정장이 시작된 지난 2월 17일부터 이날까지 개인은 삼성전자를 7조2798억원어치 순매수했다. 이 가운데 현재가보다 높은 가격(종가 기준)에 순매수한 게 3조8165억원어치다. 전체 순매수 금액의 52.4%가 아직 본전도 뽑지 못한 것이다.
개인이 쓸어 담은 다른 반도체 종목인 SK하이닉스도 마찬가지다. 개인은 올 2월 17일부터 이날까지 SK하이닉스를 1조2556억원어치 순매수했다. 이날 종가보다 높은 가격에 매수한 물량이 4883억원어치(38.9%)로 적지 않다. 반도체 우량 종목 두 개에 개인이 물려 있는 금액만 5조3048억원에 이른다. 외국인 복귀 지연에 개인 차익매물 부담
반도체 종목의 주가가 탄력을 받지 못하는 건 외국인의 한국 증시 귀환이 늦어지고 있는 것과 연관이 깊다. 외국인은 코로나19의 대유행(팬데믹)이 시작된 뒤 연일 순매도세를 지속하고 있다. 이날도 유가증권시장에서 1271억원어치를 팔았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각각 299억원, 468억원어치 샀지만 아직 추세적으로 돌아섰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외국인은 이달 19거래일 가운데 절반인 9거래일간 삼성전자를 순매도했다.
최근 외국인 투자자가 많이 빠져나갔다고는 하지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외국인 주주 비중은 각각 55.2%, 48.6%로 여전히 크다. 외국인 매수세 없이는 주가가 위로 치고 올라가기 어려운 구조다.
개인투자자가 5만원 인근에서 매번 대규모 차익을 실현하고 있는 것도 주가 상승을 제약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지난 17일 삼성전자가 한 달여 만에 5만원대로 올라섰을 때 개인은 3891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코스피지수가 바닥을 찍은 지난달 19일 이후부터 5만원대로 올라가기 직전인 이달 16일까지 개인의 삼성전자 평균 매수 단가는 4만5300원이다. 이때 매수한 개인이 10% 내외의 수익을 내자 차익실현에 나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후 삼성전자가 4만원 후반대에서 1주일 이상을 횡보하자 개인들은 매수세를 급격히 줄였다. 지난 22일 110억원까지 줄어든 개인 순매수액은 27일 948억원 규모 순매도로 돌아서기도 했다.
하반기 경기 불확실성이 최대 위험 요인
전문가들은 하반기 반도체 경기의 불확실성도 외국인의 국내 증시 유입을 가로막는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송명섭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현물시장의 D램 가격이 내려가고 있어 외국인이 반도체주 매수를 꺼리는 것”이라며 “특히 하반기 반도체 업황이 어떻게 될지에 대한 확신이 없는 게 문제”라고 말했다.
박성순 케이프투자증권 연구원은 “일부에서는 최근까지 계속 상승하던 반도체 고정거래가격이 올 4분기에 내리막을 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는 상황”이라며 “미국에서 코로나19 사태가 잡힌다는 확신이 있어야 외국인이 반도체주로 돌아올 것”이라고 설명했다.
코로나19로 인한 실물 충격이 가시화하면서 주식시장이 ‘2차 충격’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도 꾸준히 나오고 있다. 이 경우 삼성전자를 5만원대에 매수한 개인 손실률이 커질 수 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 주가가 빠지거나 장기 횡보하면 빚내 투자한 개인 손실이 급격히 불어날 수 있다”며 “그때는 물려 있던 개인도 매도세로 돌아서면서 주가가 추가 하락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양병훈/고윤상 기자 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