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투자업계에서 신흥국의 통화가치 급락과 이로 인한 증시 투매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신흥 시장은 제조업 비중이 높은 아시아와 원자재 가격에 민감한 남미 시장이 차별화된 모습을 보이는 가운데 외환 건전성이 취약한 중남미 국가 중심으로 위기가 확산될 수 있다는 전망이다.

블룸버그는 지난 6일 61명의 금융투자업계 전문가들을 설문조사한 결과 오는 9월 이전에 신흥국 증시에서 다시 한번 투매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응답자 중 15명은 2분기에, 11명은 3분기에 신흥 시장에서 대규모 자금 유출이 일어날 수 있다고 응답했다. 올해 중 신흥국의 증시 투매를 예상한 전문가가 절반에 달했다.

블룸버그는 조사를 토대로 올해 3조달러에 달하는 자본유출이 신흥국에서 일어날 것으로 추정했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올 들어 신흥국 증시에선 총 330억달러가 빠져나갔다.

특히 중남미는 올 하반기 통화, 채권, 주식시장에서 가장 수익률이 부진한 지역이 될 것으로 관측됐다. 반면 코로나19 국면에서 비교적 잘 대처한 아시아 국가들은 주식, 통화, 채권 모두 투자 매력도가 높아질 것으로 평가됐다. 자산 선호도 측면에서 통화, 채권, 주식 모두 중국이 1위였고, 한국이 2위를 기록했다. 인도네시아, 브라질 등 고수익 투자처로 분류되던 곳들은 선호도가 후순위로 밀려났다.

국내 증권가에서도 신흥 시장에 대한 우려를 다룬 보고서가 잇따라 나왔다. 메리츠증권은 12일 “지난 3월 미 중앙은행의 무제한 양적완화 선언과 각종 신용시장 지원책이 맞물리면서 달러화의 일방적인 강세는 진정됐지만 신흥국 통화는 추가 절하가 진행됐다”며 “신흥국은 자원 가격 급락과 재정건전성 악화 외채 위험 등으로 취약성이 부각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승훈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신청 등 외채 불이행을 맞을 가능성이 높은 국가로 남아프리카공화국과 터키를 꼽았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