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로템이 2400억원어치 전환사채(CB) 발행을 위한 본격적인 준비 작업에 들어갔다. 장기간 곤두박질쳤던 주가가 두 달 전부터 크게 반등하면서 대규모 CB 발행이 성공할 것이란 기대를 키우고 있다.

현대로템, 추락했던 주가 급반등…2400억 CB 흥행 '청신호' 켜졌다
현대로템은 오는 12일부터 15일까지 사흘간 주주를 상대로 2400억원 규모 CB 발행을 위한 청약을 진행할 계획이다. CB는 일정 기간 후 투자자가 발행 회사의 신주로 바꿀 수 있는 채권이다. 다음달 17일 3년 만기로 발행되는 이번 CB의 표면금리는 연 1%, 만기 수익률은 연 3.7%로 결정됐다. 투자자들은 오는 7월 17일부터 주당 9750원에 해당 CB를 현대로템 신주로 바꿀 수 있다.

이 회사가 대규모 CB 발행 계획을 발표했던 지난 3월 말만 해도 무사히 자금 조달에 성공할지 장담하기 어려웠다. 현대로템은 두 달 전만 해도 장기간에 걸친 실적 악화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충격까지 겹치면서 고전했다.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 연속 영업적자를 쌓으며 재무구조가 악화된 여파로 지난해 초까지 ‘A’였던 이 회사 신용등급은 1년 만에 두 단계 아래인 ‘BBB+’로 떨어졌다. 현대로템 주가는 지난 3월 19일 역대 최저가인 8850원까지 추락했다.

하지만 그 이후 주가가 크게 뛰면서 단숨에 분위기가 바뀌었다. 현대로템은 지난 두 달여간 80.7% 상승하며 1일 1만6000원까지 올랐다. CB 전환가격보다 64.1%나 높은 수준이다. 1분기 흑자전환(영업이익 117억원)에 성공하는 등 실적 개선 조짐이 나타난 것이 주가 반등을 이끌었다.

당초 예상보다 CB의 기대수익률이 치솟자 주주들이 청약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번 CB는 발행한 지 한 달만 지나면 주식으로 바꿀 수 있는 것도 투자 매력을 더욱 키우고 있다는 평가다.

현대로템 주가가 7월 17일까지 크게 떨어지지만 않는다면 투자자들은 CB를 주식으로 전환해 쏠쏠한 시세 차익을 거둘 수 있다.

현대로템으로서도 오버행(잠재적 매도 물량) 불안감을 줄인 채 증자나 다름없는 자금 조달에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 투자자들이 한 달 뒤부터 CB를 주식으로 줄줄이 바꾸면 이자 지급 없이 대규모 자본을 손에 쥐기 때문이다. CB는 발행 물량이 전부 주식으로 바뀔지 장담할 수 없기 때문에 유상증자보다 오버행 우려가 적은 편이다.

김진성 기자 jskim102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