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바이오팜, 벤츠가 아니었나…사지 말 걸 그랬다[고은빛의 GO!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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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차 매매로 2.3% 수익…재매수로 -14.48% '뚝'
전문가들 "업종별 가치 따져서 투자해야"
급등락 심한 바이오, '묻지마 투자' 피해야
전문가들 "업종별 가치 따져서 투자해야"
급등락 심한 바이오, '묻지마 투자' 피해야
직장인이 가장 행복한 순간은 언제일까요? 승진해서 연봉이 오른다거나 예상치 못한 성과급을 받을 때겠지만, 아쉽게도 어쩌다 한 번 찾아오는 일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꽁돈'을 벌기 위해 오늘도 투자를 합니다. 고은빛 기자가 쌈짓돈 100만원을 갖고 본격적으로 투자에 나섭니다. 고 기자의 투자기가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위해 투자하는 직장인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으면 합니다. [편집자주]
GO!투자가 1년 만에 다시 돌아왔습니다. 오랜만에 투자기를 쓰려니 떨리네요. 최근 투자한 종목은 바로 SK바이오팜입니다. 태어나서 바이오주에 투자한 건 처음이네요.SK바이오팜을 고른 이유는 가장 핫한 종목이었기 때문입니다. 공모주 청약 당시 31조원이라는 사상 최대 청약 증거금이 밀려들었습니다. 국내 바이오 기업 중 유일하게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승인한 신약 두 종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 때문이었죠. 뇌전증 치료제 '세노바메이트(미국명 엑스코프리)'와 수명장애 치료제 솔리암페놀(미국·유럽 제품명 수노시)'입니다.
사람들의 관심이 집중됐던 만큼, 매수도 쉽지 않았습니다. SK바이오팜은 상장 첫 날 상한가에 직행했습니다. 공모가(4만9000원)보다 1.5배 높은 12만7000원에 단숨에 올랐습니다. 혹시나 하고 상한가에 매수를 걸어놨지만 장이 끝날 때까지 체결은 되지 않았습니다. 이틀째에도 상한가였습니다. 3일엔 매수를 서둘렀지만, 여전히 상한가에 매매는 체결되지 않았습니다.
괜시리 더 조바심이 생겼습니다. 줄만 계속 서다간 제 차례가 오지 않을 것 같아서였죠. 지난 6일엔 상황이 조금 달라졌습니다. 장 시작 후 SK바이오팜은 20%대 상승세를 보였죠. 기회는 이때다 싶어 얼른 20만3000원에 매수를 눌렀습니다. 4주밖에 못 샀죠. 매매가 체결되자마자 9시5분께 SK바이오팜은 19만원대까지 떨어졌습니다. 조금만 더 있었으면 1주 더 살 수 있었는데 하는 아쉬움이 밀려왔습니다. 하지만 10분이 넘어가자 다시 상승세로 돌아서면서 상한가를 넘보기 시작했습니다.
이것이 '바로 개미군단의 힘이구나'하고 실감했습니다. 6일 종가는 21만4500원으로 상한가였습니다. 수익률은 5.14%. 첫 날에만 은행 적금보다 2배가 넘는 수익률을 거뒀죠. 평가이익은 4만원. 바이오주의 연상을 직접 겪는구나하는 기대감이 생겼습니다.
이달 7일부터는 조금 아니 너무 이상한 일이 벌어지기 시작했습니다. SK바이오팜은 장 초반 26만9500원까지 오르면서 최고가를 찍었습니다. '30만원까지 가는구나' 안심하고 전 일을 했죠. 그런데 그 이후부터 계속 하락세가 쭉 이어지면서 19만8000원까지 뚝 떨어졌습니다.
계속 하락세가 이어지더니만 오전 11시엔 20만원대로 회복한 뒤 오후 2시30분께엔 22만5000원까지 회복했습니다. '그럼 그렇지. 분명 종가는 상한가야'라고 기대했습니다. 이날 종가는 21만6500원으로 전날보다 0.93% 오른 수준이었습니다. '많이 빠지지 않고 선방했네'라고 생각했습니다. 잘한 건 SK바이오팜인데 괜히 혼자 뿌듯해졌습니다. 하지만 이달 8일엔 하락세가 더 거세졌습니다. 장 초반 -5~-6%대 하락하자 이젠 그냥 팔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20만7500원에 매도를 걸어놨지만, 주가는 이내 -4~-5%를 왔다갔다했습니다. 너무 손해보는 것 같아서 이렇게 해선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조금 더 두고보자'는 생각에 매도를 취소했습니다.
오후 들어서도 좀처럼 SK바이오팜엔 빨간불이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점심을 먹고 부랴부랴 노트북 앞에 앉은 전 결국 20만8000원에 매도를 눌렀습니다. 오후 1시30분께였네요. 제 최종 수익률은 2.3%대로 절반이나 낮아졌습니다.
'휴~그래도 이득을 봤으니 잘했다'라고 스스로를 칭찬할까 했지만, 다시 주가는 오르기 시작했습니다. 손가락이 다시 근질거렸습니다. 차익실현 물량은 다 나갔으니 이제 하락세는 끝나지 않았을까하는 생각도 들었죠. 사고는 싶은데 이게 맞는 결정인지 확신이 없으니 이런 저런 구실을 찾은 겁니다.
상장 첫날부터 3일 연속 상한가도 괜히 눈 앞에 아른거렸습니다. 똥차인지 벤츠인지 모를 SK바이오팜에 그렇게 또 탑승했습니다. 매수가 21만7136원에, 4주를 사들였습니다.
SK바이오팜이 상승세를 재개하나 싶었지만, 주가는 여지없이 주르륵 내려갔습니다. 9일엔 종가로 20만5500원까지 뚝 떨어졌습니다. 주가만 회복하면 바로 팔겠다고 결심했지만, 다른 개미들은 절 도와주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20만원선은 지키겠거니 했지만, 이런 근거 없는 기대도 여지없이 무너졌죠.
13일 출근길은 비도 내리고 유독 우중충한 날이었습니다. 시간이 지나고 난 뒤 생각해보니 그건 SK바이오팜의 앞날을 보여주는 전조였네요. 주가는 20만원 아래로 곤두박질치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도 손절매를 못했던 이유는 장 초반엔 주가가 상승세를 보였기 때문입니다. 장 초반 주가의 상승세를 확인하고 일하다보면 여지없이 파란색으로 변해있었습니다. 하루 등락폭도 너무나 크게 느껴졌습니다. 우주에서 연결된 끈 없이 팽팽 돌고 있는 느낌이랄까요. 15일 종가 기준으로 수익률은 -18.84%까지 추락했습니다. 하지만 16일과 17일에 각각 3.67%, 4.09% 상승 마감하면서 손실폭도 조금씩 줄었습니다. 17일엔 -12.42%까지 6%나 회복했죠. 더 놔둬야 하나, 팔아야 하나는 고민에 결정을 도와줄 증권사 리포트를 찾아봤습니다. 하지만 SK바이오팜 상장 후에도 증권사 리포트는 없었습니다. 상장 전 7월 초에 나온 리포트들의 목표가는 10만원대. 지금 현재 주가도 거품이라고 볼 수밖에 없는 수준이었습니다.
희망의 빛이 저를 감싸기도 했습니다. 지난 27일 SK바이오팜은 장중 4%대까지 오르기도 했습니다. 그날 현지에서 빌 게이츠가 SK바이오사이언스에 대한 발언 때문에 관심도가 집중된 영향이었습니다.
빌 게이츠는 "게이츠 재단이 연구개발을 지원한 SK바이오사이언스가 백신 개발에 성공한다면 내년 6월부터 연간 2억개의 백신을 생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청와대로 보낸 서한을 통해 밝혔습니다. 하지만 상승세는 종가까지 이어지지 못하면서 1.32% 상승으로 마감했습니다. 그래도 그간 지지부진했던 주가가 다시 상승세를 타는 느낌적인 느낌이 왔죠.
아직 SK바이오팜을 팔지 않은 이유입니다. 최근엔 20만원 돌파하려는 시도도 여러번 나왔구요. 혹시 다시 상승 동력이 생기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있습니다. 29일 종가 기준으로 총 수익률은 -14.48%입니다. 이번 바이오주 투자를 통해 확실히 깨달은 건 있습니다. 모르고 함부로 덤비진 말아야겠다는 거죠. "바이오는 업종별 밸류에이션을 잘 따져서 투자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조언입니다. 하지만 개미 입장에서 기업의 성장성을 평가하기엔 쉽지 않습니다.
대부분의 바이오주는 영업적자로, 회계상 지표로 기업을 평가하기엔 부족합니다. 바이오는 꿈을 쫓는 주식이라고 합니다. 앞으로 나올 연구개발 성과에 기대 투자하는 것이죠. 전 솔직히 성장성을 분석해 투자할 자신이 없습니다. 기사만 봐선 '1'도 모르겠더라구요.
그래서 전 과감하게 잘 모르면 아예 손대지 말 것을 권하고 싶습니다. 꿈에 기대어 내가 고생해서 번 돈을 투자하기엔 조금 무리라는 생각이 듭니다. 최근 홀로 한강에 있으면 아저씨들이 "신풍?" "신일?"이라고 묻는다는 우스개소리도 나옵니다. 신풍제약과 신일제약이 폭등한 뒤 급락하면서 여기에 물린 개미들이 한강에 가는 거 아니냐는 얘기죠. 뒷맛이 참 씁쓸한 얘기입니다.
어느 누군가 돈 벌었다는 소리에 무턱대고 뛰어들다간 저 블랙코미디가 나에게도 벌어질 수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SK바이오팜에 투자하기 전엔 바이오 광풍을 보면서 솔직히 "부럽다. 왜 난 안 샀을까"하는 생각이 앞섰습니다.
하지만 인생에 가정법은 없습니다. 타임머신을 타고 돌아가도 전 그 주식을 안 샀을 사람인거죠. 돈을 번 분들은 본인들의 투자를 잘했거나 혹은 선택을 잘 했던겁니다. 누군가에게 온 행운이 당연하게 나에게 찾아오리라는 법은 없습니다.
고은빛 한경닷컴 기자 silverligh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