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 닛케이비즈니스가 경계감을 드러낸 한국 기업은 4개였다. 삼성전자 LG전자 현대자동차 포스코. 포스코 대신 SK가 들어온 것이 눈에 띄는 변화다. 10년 후 코로나19 위기를 거친 한국 기업들은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구축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국내 대기업들의 강한 생존력의 원동력은 ‘발 빠른 변화’라는 것을 보여준 셈이다.

SK그룹이 대표적이다. 2010년 SK그룹의 대장주(株)는 SK텔레콤이었다. 2009년 50만 명에 불과하던 국내 스마트폰 이용자는 1년 새 689만 명으로 급증했다. 삼성전자의 갤럭시S와 애플의 아이폰4가 격돌하며 스마트폰은 보편화됐고 이득은 SK텔레콤이 챙겼다. 당시 SK텔레콤은 SK에너지(현 SK이노베이션)와 함께 그룹을 이끌었다. 하지만 시장에서 삼성, 현대차, LG그룹보단 한 수 아래라는 평을 받았다. SK텔레콤의 시가총액은 물론 포스코, 현대중공업에도 크게 못 미쳤다. 10년 새 SK의 존재감은 달라졌다. SK텔레콤의 자금력을 기반으로 인수한 반도체와 집중 투자한 바이오가 그룹의 핵심이 됐다. 미래에 대한 기대감에 투자자가 몰리면서 SK그룹 시가총액은 삼성에 이어 2위로 올라섰다. SK하이닉스가 시총 2위 자리를 지키고 있는 데다 SK바이오팜, SK케미칼이 새로운 미래 성장동력으로 떠올랐다. 섬유업체에서 시작해 정유화학, 통신, 반도체, 바이오로 그룹의 포트폴리오가 변화하며 몸집을 키우고 있다. SK이노베이션도 최근 배터리 강자 대열에 합류했다.

2010년 글로벌 플레이어로는 삼성전자만 눈에 띄던 삼성그룹도 달라졌다. 바이오(삼성바이오로직스)와 배터리(삼성SDI)가 금융·조선·건설 등의 부진을 메워주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삼성SDI의 시총만 84조원에 달한다.

가전이 이끌던 LG그룹에서도 배터리가 새로운 먹거리로 급부상했다. 10년 전 LG그룹은 20조원에 달하던 신규 투자금 가운데 14조원가량을 전자에 쏟아부었을 만큼 역량을 집중했다. 하지만 상황이 달라졌다. 탄탄한 시장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는 백색가전을 버팀목으로 차량용 전장사업과 배터리 사업을 그룹의 성장동력으로 삼고 있다. 2010년 시총 6위였던 LG화학의 핵심 사업이 석유화학 부문이었던 데 비해 현재 시총 5위로 올라선 LG화학을 이끄는 것은 2차전지로 바뀌었다는 점이 단적인 예로 꼽힌다. LG화학에 가려 조명은 덜 받았지만 LG그룹의 LG전자는 세계 최대의 가전업체 자리를 확고히 했고, LG생활건강도 글로벌 플레이어로 손색없는 수준에 올라섰다.

박재원 기자 wonderf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