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경영권을 사들이는 사모펀드(PEF)는 최근 수년 새 자본시장의 한 축으로 떠올랐다. 야심찬 뱅커, 회계사, 컨설턴트 출신들이 선호하는 곳으로 꼽힌다. 최근 인수합병(M&A)시장이 재개할 움직임을 보이면서 물밑에서 채용을 늘리려는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다. PEF에 갓 입사한 초년병들이 어느 정도의 연봉을 받을지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몸값 오른 PEF 초년생

PEF 직급 체계는 통상 ‘애널리스트→어쏘시에이트(일명 ‘어쏘’·차장급)→시니어 어쏘시에이트(부장급)→바이스 프레지던트(VP·이사급)→디렉터(상무급)→매니징 디렉터(MD·전무급 이상)’ 순으로 이어진다. MBK파트너스 서울사무소의 경우 어쏘 2명, 시니어 어쏘 5명, VP 3명, 디렉터 2명, MD 3명으로 구성돼 있다. 어쏘에서 시니어 어쏘 승진까지 2~3년, 시니어 어쏘에서 VP 승진까지 평균 3~4년이 걸린다.

해외의 글로벌 PEF에선 애널리스트 직급 없이 어쏘부터 PEF 경력을 시작하는 게 일반적이다. 대학 졸업 후 투자은행(IB)에서 애널리스트로 먼저 경험을 쌓고 경력직으로 PEF에 입사한다. 대형 PEF 운용사들이 가장 선호하는 주니어 인력은 글로벌 IB 출신이다. 미국 내 IB에 입사하면 2년여간 계약직 애널리스트로 일한다. 3년차부터 기존 IB에서 정규직 어쏘가 돼 경력을 쌓을지, PEF에 어쏘로 입사할지 등을 결정한다.

국내 대형 PEF에서 주니어 직원으로 일하는 경로는 애널리스트로 입사해 경력을 쌓든가, 어쏘 혹은 시니어 어쏘 단계에서 회사에 합류하는 방법으로 나뉜다. 국내에서 조 단위 블라인드펀드를 보유한 한 대형 PEF는 대졸 애널리스트로 입사했을 때 초봉이 약 8000만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애널리스트 3년차엔 연봉이 1억원 수준으로 상승한다. 손꼽히는 대형 PEF들은 어쏘 초년차 기준 기본급으로 평균 약 1억5000만원 수준을 보장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 들어 인력난이 심화하면서 주요 PEF들이 경쟁적으로 처우를 올리고 있다. 유럽계 한 PEF는 최근 어쏘 2~3년차 후 MBA(경영학 석사)를 마친 인력에게 성과급 포함 4억5000만~5억원 수준의 보장 연봉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연봉’보다 ‘성과 보수’

골드만삭스, 모건스탠리, JP모간 등 최상위 글로벌 IB 출신에겐 급여보다는 성과보수(carry)가 PEF로 자리를 옮기는 주요 요인이다. 투자자(LP)의 국적, 하우스 성향, 펀드 성격별로 천차만별이지만 글로벌 PEF들의 성과보수 표준은 ‘8/20 룰’(연내부수익률 8% 초과 성과 시 차액의 20%)이다.

1000억원을 투자해 1000억원을 벌면(1년 후 회수 가정시) 투자원금의 8%(80억원)를 투자자가 갖고, 나머지 920억원의 20%(184억원)를 소수 인력이 나눠 갖는 방식이다. 한 대형 PEF는 설립 직후 단행한 한 건의 딜로 핵심 파트너들이 최소 80억원이 넘는 보너스를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PEF의 꽃’으로 불리는 성과 보수는 여전히 창업자와 지분을 보유한 소수의 파트너가 독식하고 있다는 불만도 나온다.

대형 PEF는 주니어 인력에게도 자기 자산을 투입해 직접 거래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열어주기도 한다. 본봉의 일정 퍼센트 이상 한도를 뒀다. 이 때문에 오히려 손실을 본 인력도 있다.

차준호 기자 chac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