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막차 놓친 2030…"주식은 생존수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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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레니얼 세대 주식투자 리포트 '왜 투자하는가'
한국증시 세대교체…올해 신규계좌 57%가 2030
평균 1600만원 투자…등락 큰 바이오·테마주 '단타'
한국증시 세대교체…올해 신규계좌 57%가 2030
평균 1600만원 투자…등락 큰 바이오·테마주 '단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폭락장을 계기로 증시 세대교체가 이뤄지고 있다. 모험적인 투자성향을 갖고 있는 밀레니얼 세대(2030세대)가 시장의 새로운 주력군으로 부상중이다. 이들이 선택한 종목들은 ‘성장주’로 떠올랐다. 한국뿐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밀레니얼 주주 시대’가 성큼 다가왔다는 평가다.
한국경제신문이 미래에셋대우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삼성증권 KB증권 키움증권 등 6개 증권사에서 올해 새로 개설된 420만개 주식 계좌를 분석한 결과, 2030세대 비중이 57%에 달했다. 6개사의 전체 주식 계좌에서 2030이 차지하는 비중은 30% 였지만 새로운 고객은 다수를 이들이 차지했다.
아직 투자금액은 많지 않다. 2030세대의 평균 투자금액은 1600만원이었다. 자본이 부족한 이들은 우량주를 중심으로 투자하는 기성세대와 달리, 등락폭이 큰 바이오주나 중소형 테마주에 주로 투자했다.
‘단타’ 성향도 두드러졌다. NH투자증권이 올해 투자를 시작한 주식 계좌를 분석한 결과 회전율은 20대(2365%), 30대(25135%), 40대(1383%), 50대(2009%), 60대 이상(728%) 순이었다. 1600만원이 들어있는 계좌를 가지고 있는 30대는 1600만원어치 주식을 251번 샀다 팔았다는 얘기다.
‘빚투(빚내서 투자)’에도 거리낌이 없다. 신용 거래를 한 올해 신규 개설 계좌 중 2030세대가 차지한 비중은 47%로 파악됐다.
지금까지는 성공적이었다. 기존 20대와 30대 투자자들의 평균 수익률은 약 14% 수준이었지만 신규 개설 계좌의 평균 수익률은 20대가 18%, 30대가 22%였다.
2030세대의 주식 투자에는 절박함이 녹아 있다. 부동산 투자의 ‘막차’를 놓쳤다는 좌절감도 이들을 주식시장으로 이끌었다. 연일 치솟는 부동산 가격은 이들을 더 불안하게 하고 있다. 가만히 있으면 근로소득이 전부인 무주택자는 꾸준히 도태될 수밖에 없다는 위기감이다. 본지가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2030세대 76%는 “초저금리, 부동산 투자 규제 등으로 주식 투자가 유일한 자산 증식의 기회가 됐다”고 답했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2030세대에게 주식 투자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되고 있다”며 “다만 주식 투자는 ‘시간을 사는 게임’인 만큼 과도한 레버리지는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30대 중반 직장인 정모씨는 서울 마포구 원룸에 살고 있다. 대구에서 고등학교를 나오고 서울 명문대를 졸업했다. 대기업에 다니는 그의 연봉은 5000만원이 넘는다. 저축도 매달 200만원 정도 한다. 친구들과 비교해도 나쁠 것이 없는 처지다. 하지만 그를 따라다니는 질문 하나에 대한 답을 찾지 못하고 있다. ‘월 200만원을 저축해 서울에서 집을 살 수 있을까.’ 집값 상승세가 계속되면서 불안감은 더 커졌다. 그는 “부동산 막차를 못 타 불안하다. 대체 투자처로 주식을 선택했다”고 했다. 올해 주식에 입문한 그는 주로 바이오주와 급등주에 투자한다.
한국경제신문은 20~30대 남녀 5757명의 주식투자 동기를 조사했다. 그 결과 33%가 ‘근로소득만으로 자산증식 및 계층 이동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다른 30%는 ‘초저금리로 예적금이 무의미해져 주식투자에 나섰다’고 답했다. 근로와 저축만으로는 미래 준비가 불가능하다는 게 이들의 생각이다.
주식투자로 돈을 벌면 어디에 쓰고 싶냐고 물었다. 35%는 생활비, 24%는 주택 구입비 마련, 24%는 은퇴자산 마련이라고 답했다.
다른 조사에서는 보다 구체적인 목적이 나타난다. 미래에셋은퇴연구소가 25~39세 남녀 700명을 설문한 결과 61%가 부동산 구입을 최우선 재무 목표로 꼽았다. 71%는 ‘내집 마련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30 대부분이 부동산을 없어서는 안 될 필수자산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의미다.
서울 송파구 빌라에 전세로 거주하는 30대 초반 김모씨는 올해 주식에 3000만원을 투자했다. 그는 “2020년 대한민국에서 활용할 수 있는 재테크 수단은 부동산, 주식, 저축, 파생상품인데 부동산은 물 건너갔고, 저축은 집값 상승률을 못 따라가고, 파생상품은 일반인의 영역이 아니다”고 했다. 결국 남은 수단은 주식밖에 없다는 얘기다.
초저금리 시대에 ‘내집 마련’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지난달 국회 입법조사처가 양경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가구소득 대비 주택가격비율(PIR) 현황 조사’에 따르면 작년 서울의 PIR은 12.13으로 조사됐다. 서울에 사는 가구가 연간 소득을 한푼도 쓰지 않으면 아파트를 구입하는 데 12.13년 걸린다는 뜻이다.
주택을 구입한 사람도 마음은 편하지 않다. 3억원을 대출해 올해 5월 노원구의 한 아파트를 구입한 29세 여성 최모씨도 그렇다. 최씨는 “맞벌이로 월 700만원을 벌고 있지만 출산 후에는 외벌이가 되고 아이에 대한 지출도 늘어날 것을 생각하면 벌써 걱정이 된다”며 “출산 전 2년을 자산 증식의 마지막 기회로 생각해 2000만원을 추가로 빌려 주식에 넣었다”고 말했다.
2030세대가 급하게 자산 증식을 원하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여기에도 이유가 있었다. 미래에셋은퇴연구소에 따르면 설문 대상 700명의 68%가 “미래에는 경제성장, 자산 축적이 힘들 것”이라고 응답했다. 미래를 비관하고, 지금만이 돈을 벌 수 있는 시기로 보고 있는 것이다. 미래에셋은퇴연구소 관계자는 “밀레니얼 세대의 상당수는 미래의 경제성장에 대해 비관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다”며 “2030세대가 코로나19 이후 뜨거워진 주식시장에 참여하지 않으면 평생 뒤처진다고 생각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고재연/박의명 기자 yeon@hankyung.com
한국경제신문이 미래에셋대우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삼성증권 KB증권 키움증권 등 6개 증권사에서 올해 새로 개설된 420만개 주식 계좌를 분석한 결과, 2030세대 비중이 57%에 달했다. 6개사의 전체 주식 계좌에서 2030이 차지하는 비중은 30% 였지만 새로운 고객은 다수를 이들이 차지했다.
아직 투자금액은 많지 않다. 2030세대의 평균 투자금액은 1600만원이었다. 자본이 부족한 이들은 우량주를 중심으로 투자하는 기성세대와 달리, 등락폭이 큰 바이오주나 중소형 테마주에 주로 투자했다.
‘단타’ 성향도 두드러졌다. NH투자증권이 올해 투자를 시작한 주식 계좌를 분석한 결과 회전율은 20대(2365%), 30대(25135%), 40대(1383%), 50대(2009%), 60대 이상(728%) 순이었다. 1600만원이 들어있는 계좌를 가지고 있는 30대는 1600만원어치 주식을 251번 샀다 팔았다는 얘기다.
‘빚투(빚내서 투자)’에도 거리낌이 없다. 신용 거래를 한 올해 신규 개설 계좌 중 2030세대가 차지한 비중은 47%로 파악됐다.
지금까지는 성공적이었다. 기존 20대와 30대 투자자들의 평균 수익률은 약 14% 수준이었지만 신규 개설 계좌의 평균 수익률은 20대가 18%, 30대가 22%였다.
2030세대의 주식 투자에는 절박함이 녹아 있다. 부동산 투자의 ‘막차’를 놓쳤다는 좌절감도 이들을 주식시장으로 이끌었다. 연일 치솟는 부동산 가격은 이들을 더 불안하게 하고 있다. 가만히 있으면 근로소득이 전부인 무주택자는 꾸준히 도태될 수밖에 없다는 위기감이다. 본지가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2030세대 76%는 “초저금리, 부동산 투자 규제 등으로 주식 투자가 유일한 자산 증식의 기회가 됐다”고 답했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2030세대에게 주식 투자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되고 있다”며 “다만 주식 투자는 ‘시간을 사는 게임’인 만큼 과도한 레버리지는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저축으론 집 못 사…자산 늘리려면 주식밖에 없다"
밀레니얼 세대에게 주식은 단순한 재테크 수단이 아니다. 어떤 사람에겐 삶의 활력소지만, 많은 이에게는 미래를 위한 절박한 재산 증식 수단이기도 하다.30대 중반 직장인 정모씨는 서울 마포구 원룸에 살고 있다. 대구에서 고등학교를 나오고 서울 명문대를 졸업했다. 대기업에 다니는 그의 연봉은 5000만원이 넘는다. 저축도 매달 200만원 정도 한다. 친구들과 비교해도 나쁠 것이 없는 처지다. 하지만 그를 따라다니는 질문 하나에 대한 답을 찾지 못하고 있다. ‘월 200만원을 저축해 서울에서 집을 살 수 있을까.’ 집값 상승세가 계속되면서 불안감은 더 커졌다. 그는 “부동산 막차를 못 타 불안하다. 대체 투자처로 주식을 선택했다”고 했다. 올해 주식에 입문한 그는 주로 바이오주와 급등주에 투자한다.
‘부동산 막차’ 놓쳐 주식투자 시작
2030세대에게 주식투자는 절박함의 표현이기도 하다. 주식에 입문한 2030 가운데 상당수는 ‘부동산 막차’를 놓쳤다고 생각한다. 급등하는 집값은 이들을 더 불안하게 한다. 저축만으로 계층 이동이 불가능하다는 것은 더 말할 필요도 없다. 생존하려면 주식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는 공감대가 쌓인 배경이다.한국경제신문은 20~30대 남녀 5757명의 주식투자 동기를 조사했다. 그 결과 33%가 ‘근로소득만으로 자산증식 및 계층 이동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다른 30%는 ‘초저금리로 예적금이 무의미해져 주식투자에 나섰다’고 답했다. 근로와 저축만으로는 미래 준비가 불가능하다는 게 이들의 생각이다.
주식투자로 돈을 벌면 어디에 쓰고 싶냐고 물었다. 35%는 생활비, 24%는 주택 구입비 마련, 24%는 은퇴자산 마련이라고 답했다.
다른 조사에서는 보다 구체적인 목적이 나타난다. 미래에셋은퇴연구소가 25~39세 남녀 700명을 설문한 결과 61%가 부동산 구입을 최우선 재무 목표로 꼽았다. 71%는 ‘내집 마련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30 대부분이 부동산을 없어서는 안 될 필수자산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의미다.
서울 송파구 빌라에 전세로 거주하는 30대 초반 김모씨는 올해 주식에 3000만원을 투자했다. 그는 “2020년 대한민국에서 활용할 수 있는 재테크 수단은 부동산, 주식, 저축, 파생상품인데 부동산은 물 건너갔고, 저축은 집값 상승률을 못 따라가고, 파생상품은 일반인의 영역이 아니다”고 했다. 결국 남은 수단은 주식밖에 없다는 얘기다.
“적금으론 내 집 마련 힘들다”
초저금리는 2030의 주식투자를 더 부추기고 있다. 적금으로는 집값 상승을 감당할 수 없어서다. 부모세대에는 연 14~16%의 고금리 ‘근로자 재산형성저축(재형저축)’이라는 상품이 있었다. 1976년 처음 도입돼 1995년까지 대표적 서민 저축상품이었다. 이 상품은 2013년 부활하기도 했지만 최대 연 4.5%의 금리로, 기존 재형저축의 3분의 1 수준이었다. 하지만 이마저도 2015년 판매를 종료했다. 2030이 현재 이용할 수 있는 상품은 연 1~2%의 예적금뿐이다.초저금리 시대에 ‘내집 마련’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지난달 국회 입법조사처가 양경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가구소득 대비 주택가격비율(PIR) 현황 조사’에 따르면 작년 서울의 PIR은 12.13으로 조사됐다. 서울에 사는 가구가 연간 소득을 한푼도 쓰지 않으면 아파트를 구입하는 데 12.13년 걸린다는 뜻이다.
주택을 구입한 사람도 마음은 편하지 않다. 3억원을 대출해 올해 5월 노원구의 한 아파트를 구입한 29세 여성 최모씨도 그렇다. 최씨는 “맞벌이로 월 700만원을 벌고 있지만 출산 후에는 외벌이가 되고 아이에 대한 지출도 늘어날 것을 생각하면 벌써 걱정이 된다”며 “출산 전 2년을 자산 증식의 마지막 기회로 생각해 2000만원을 추가로 빌려 주식에 넣었다”고 말했다.
2030세대가 급하게 자산 증식을 원하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여기에도 이유가 있었다. 미래에셋은퇴연구소에 따르면 설문 대상 700명의 68%가 “미래에는 경제성장, 자산 축적이 힘들 것”이라고 응답했다. 미래를 비관하고, 지금만이 돈을 벌 수 있는 시기로 보고 있는 것이다. 미래에셋은퇴연구소 관계자는 “밀레니얼 세대의 상당수는 미래의 경제성장에 대해 비관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다”며 “2030세대가 코로나19 이후 뜨거워진 주식시장에 참여하지 않으면 평생 뒤처진다고 생각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고재연/박의명 기자 y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