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콜라·나녹스 동반 급락…한국 투자자 울린 공매도 행동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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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솔루션 SK텔레콤 등 국내 주요 대기업들이 투자한 해외 기업들이 '행동주의 공매도 투자자' 공격에 흔들리고 있다. 글로벌 유동성 장세에서 장밋빛 미래를 약속하는 기술주들이 대거 고평가를 받으면서 그 반작용으로 이들의 거짓과 부정을 파고드는 공매도 행동주의도 활발해졌다는 평가다.
15일(현지시간) 뉴욕 나스닥시장에서 나녹스는 22.78% 급락한 38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14일 23.33% 하락한 데 이은 연속 급락이다. 지난달 21일 21.7달러로 나스닥에 상장한 나녹스는 나노 기술이 적용된 반도체를 이용해 엑스선을 방출, 기존 기기대비 화질과 촬영속도, 촬영비용 등을 획기적으로 개선했다는 주장으로 시장의 각광을 받았다. 지난 11일 고점(64.19달러) 당시 종가는 상장일 종가 대비 195% 오른 상태였다.
보고서는 나아가 나녹스가 공시한 제품 구매자 명단을 검토해 이 ‘고객’들이 대만의 한 노점상과 브라질의 페이퍼컴퍼니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공개했다. 시트론은 “나녹스는 주식사기에 불과하다”며 “추가적인 보고서를 통해 나녹스의 자전거래 및 자금 동원, 거짓된 시장 전망 등을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외신에서는 이번 사건이 지난 10일 발생한 힌덴버그 리서치의 니콜라 보고서 발표와 유사하다고 지적한다. 시트론과 유사한 공매도 전문 리서치 기관인 힌덴버그는 니콜라가 수소전기차 생산을 위한 기술이나 설비를 전혀 보유하지 않았고, 이들이 과거 발표한 시제품이나 자료는 모두 조작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니콜라 주가는 보고서 발표 이후 17.22% 하락한 상태다. 공교롭게도 나녹스와 니콜라는 모두 한국 대기업의 초기투자를 받았다는 공통점이 있다. 나녹스는 SK텔레콤이 지난해와 올해 두 차례에 걸쳐 2300만달러(270억원)을 투자해 2대주주에 올랐고, 니콜라는 한화솔루션이 지분 6.11%를 들고 있다.
투자 전문가들의 공매도 행동주의가 생긴 원인을 공매도의 어려움에서 찾는다. 일반적인 인식과 달리 공매도는 최대 수익이 99%로 제한되는 반면, 최대 손실폭은 무제한인 극도로 위험한 투자기법이다. 공매도 행동주의는 기업의 가치가 과대평가됐다는 것을 널리 알림으로서 투자의 성공률을 조금이라도 높이기 위해 개발된 투자기법이다. 미국 금융당국도 고서 내용에 오류가 없고, 무료로 배포되며, 펀드 수익자들의 최선의 이익을 위해 행동한다는 조건 하에 헤지펀드들의 공매도 행동주의 활동을 허락하고 있다. 한 증권사 리서치센터장은 "공매도는 기업의 비리나 부정을 찾아내 수익을 취할 수 있게 해준다는 점에서 효율적인 시장 운영을 가능하게 하는 제도"라며 "주식시장의 자정작용을 주장하는 효율적 시장 가설에서도 공매도는 필수불가결한 존재"라고 설명했다.
공매도 자체는 세계 최초의 주식회사인 동인도회사 시절부터 존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공매도 행동주의가 본격적으로 주목을 받은 것은 2000년 펼쳐진 짐 차노스의 엔론 공격 사건부터다. 차노스는 엔론을 비롯한 미국의 에너지 기업들이 SEC를 상대로 적극적인 로비를 실시해 미래 수익을 현재로 끌고오는 '창조적인' 회계기법을 사용하고 있다는 정보를 접하고 공개적으로 엔론을 상대로 공매도 포지션을 취한다. 한때 미국 시가총액 7위에 빛나던 거대 기업 엔론은 이후 회계 부정이 속속이 들어나면서 무너졌다. 엔론 공매도를 통해 차노스는 5억달러의 수익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공매도 행동주의는 2010년대 들어 중국 기업들의 미국 증시 진출과 함께 그 전성기를 맞는다. 높은 성장률을 자랑하는 중국 기업들의 주가가 치솟자, 공매도 투자자들은 이들의 의심스러운 회계 및 사업 관행을 파고들기 시작했다. 그 가운데 최고의 성과를 올린 이는 머디워터스(흙탕물) 캐피털의 카슨 블록이다. 블록은 지난 10년 동안 시노포레스트, 오리엔트페이퍼, 탈 에듀케이션, 아이치이, 루이싱커피 등 무수한 미국 상장 중국 기업들의 회계 부정을 폭로하면서 '중국 기업의 저승 사자'라는 이명을 얻는다. 머디워터스는 루이싱커피 공매도를 위해 1500명이 넘는 직원을 고용해 루이싱커피 매장 내 영상 1만1260시간어치를 분석하는 집요함을 보였다.
올 들어 나스닥시장이 사상 최고가를 경신하는 등 성장주 강세가 이어지면서 고평가된 기업의 부정을 탐구하는 공매도 행동주의자들의 활동은 더욱 활발해질 전망이다. '공매도 행동주의의 아버지' 차노스는 올초 언론 인터뷰에서 "주식시장으로 집중된 유동성이 '사기의 황금기'를 만들었다"며 "투자자들은 대체 언제까지 매년 40~50%의 성장률을 보여주면서 관계자와 각종 수상한 거래를 일삼는, '사실이기엔 너무나 매력적인' 기업들을 믿을 것인가"라고 비판했다.
전범진 기자 forward@hankyung.com
15일(현지시간) 뉴욕 나스닥시장에서 나녹스는 22.78% 급락한 38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14일 23.33% 하락한 데 이은 연속 급락이다. 지난달 21일 21.7달러로 나스닥에 상장한 나녹스는 나노 기술이 적용된 반도체를 이용해 엑스선을 방출, 기존 기기대비 화질과 촬영속도, 촬영비용 등을 획기적으로 개선했다는 주장으로 시장의 각광을 받았다. 지난 11일 고점(64.19달러) 당시 종가는 상장일 종가 대비 195% 오른 상태였다.
특허 0건, 최대 고객은 노점상... 나녹스 거짓 파고든 시트론
비상하던 나녹스를 끌어내린 것은 공매도 행동주의 투자자인 시트론 리서치다. 시트론은 15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나녹스가 뛰어난 기술력을 입증하는 특허는 커녕 작동하는 시제품이나 미국 식약처(FDA)의 제품 승인을 전혀 받지 못했다는 점을 지적했다. 보고서는 “메디컬 이미징 산업은 GE와 지멘스, 필립스와 후지 등 극소수의 대기업들이 십수년의 시간동안 천문학적인 금액을 투자해 발전시킨 산업”이라며 “2018년 설립 이후 2년 동안 겨우 750만 달러를 투자했고, 연구 인력은 15명에 불과한 나녹스가 지난해에만 1000명 이상의 연구진과 10억달러 이상의 예산을 쏟아붓은 GE의 X레이·CT 연구소를 뛰어넘었다는 것은 믿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시트론에 따르면 나녹스는 자신들의 기술력을 주당 0.14센트, 즉 사실상 무가치하다고 평가하고 있다.보고서는 나아가 나녹스가 공시한 제품 구매자 명단을 검토해 이 ‘고객’들이 대만의 한 노점상과 브라질의 페이퍼컴퍼니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공개했다. 시트론은 “나녹스는 주식사기에 불과하다”며 “추가적인 보고서를 통해 나녹스의 자전거래 및 자금 동원, 거짓된 시장 전망 등을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외신에서는 이번 사건이 지난 10일 발생한 힌덴버그 리서치의 니콜라 보고서 발표와 유사하다고 지적한다. 시트론과 유사한 공매도 전문 리서치 기관인 힌덴버그는 니콜라가 수소전기차 생산을 위한 기술이나 설비를 전혀 보유하지 않았고, 이들이 과거 발표한 시제품이나 자료는 모두 조작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니콜라 주가는 보고서 발표 이후 17.22% 하락한 상태다. 공교롭게도 나녹스와 니콜라는 모두 한국 대기업의 초기투자를 받았다는 공통점이 있다. 나녹스는 SK텔레콤이 지난해와 올해 두 차례에 걸쳐 2300만달러(270억원)을 투자해 2대주주에 올랐고, 니콜라는 한화솔루션이 지분 6.11%를 들고 있다.
행동주의는 공매도 투자자 성공률 높이는 전략
나녹스를 공격한 시트론과 니콜라를 겨냥한 힌덴버그처럼, 미국 시장에서는 공매도 투자 사실을 공표한 이후 기업의 약점을 알리는 공매도 투자자들이 활발하게 활동한다. 행동주의 전문 연구기관 액티비스트 인베스팅에 따르면 지난해말을 기준으로 미국 내에서는 52개의 행동주의 공매도 투자기관이 활동중이다. 이들이 지난해 진행한 공매도 캠페인은 168회에 달한다.투자 전문가들의 공매도 행동주의가 생긴 원인을 공매도의 어려움에서 찾는다. 일반적인 인식과 달리 공매도는 최대 수익이 99%로 제한되는 반면, 최대 손실폭은 무제한인 극도로 위험한 투자기법이다. 공매도 행동주의는 기업의 가치가 과대평가됐다는 것을 널리 알림으로서 투자의 성공률을 조금이라도 높이기 위해 개발된 투자기법이다. 미국 금융당국도 고서 내용에 오류가 없고, 무료로 배포되며, 펀드 수익자들의 최선의 이익을 위해 행동한다는 조건 하에 헤지펀드들의 공매도 행동주의 활동을 허락하고 있다. 한 증권사 리서치센터장은 "공매도는 기업의 비리나 부정을 찾아내 수익을 취할 수 있게 해준다는 점에서 효율적인 시장 운영을 가능하게 하는 제도"라며 "주식시장의 자정작용을 주장하는 효율적 시장 가설에서도 공매도는 필수불가결한 존재"라고 설명했다.
공매도 자체는 세계 최초의 주식회사인 동인도회사 시절부터 존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공매도 행동주의가 본격적으로 주목을 받은 것은 2000년 펼쳐진 짐 차노스의 엔론 공격 사건부터다. 차노스는 엔론을 비롯한 미국의 에너지 기업들이 SEC를 상대로 적극적인 로비를 실시해 미래 수익을 현재로 끌고오는 '창조적인' 회계기법을 사용하고 있다는 정보를 접하고 공개적으로 엔론을 상대로 공매도 포지션을 취한다. 한때 미국 시가총액 7위에 빛나던 거대 기업 엔론은 이후 회계 부정이 속속이 들어나면서 무너졌다. 엔론 공매도를 통해 차노스는 5억달러의 수익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공매도 행동주의는 2010년대 들어 중국 기업들의 미국 증시 진출과 함께 그 전성기를 맞는다. 높은 성장률을 자랑하는 중국 기업들의 주가가 치솟자, 공매도 투자자들은 이들의 의심스러운 회계 및 사업 관행을 파고들기 시작했다. 그 가운데 최고의 성과를 올린 이는 머디워터스(흙탕물) 캐피털의 카슨 블록이다. 블록은 지난 10년 동안 시노포레스트, 오리엔트페이퍼, 탈 에듀케이션, 아이치이, 루이싱커피 등 무수한 미국 상장 중국 기업들의 회계 부정을 폭로하면서 '중국 기업의 저승 사자'라는 이명을 얻는다. 머디워터스는 루이싱커피 공매도를 위해 1500명이 넘는 직원을 고용해 루이싱커피 매장 내 영상 1만1260시간어치를 분석하는 집요함을 보였다.
올 들어 나스닥시장이 사상 최고가를 경신하는 등 성장주 강세가 이어지면서 고평가된 기업의 부정을 탐구하는 공매도 행동주의자들의 활동은 더욱 활발해질 전망이다. '공매도 행동주의의 아버지' 차노스는 올초 언론 인터뷰에서 "주식시장으로 집중된 유동성이 '사기의 황금기'를 만들었다"며 "투자자들은 대체 언제까지 매년 40~50%의 성장률을 보여주면서 관계자와 각종 수상한 거래를 일삼는, '사실이기엔 너무나 매력적인' 기업들을 믿을 것인가"라고 비판했다.
전범진 기자 forwar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