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승리하면 기적"…바이든에 베팅한 월가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뉴욕 시장 분위기는 확실히 민주당 승리로 넘어갔다. 월가 투자은행(IB)들은 현재 두 가지 시나리오를 갖고 있다. 첫 번째는 민주당 조 바이든 후보가 압승하는 것이고, 두 번째는 바이든 후보가 승리하되 트럼프 대통령이 '기적적으로' 따라붙은 뒤 불복 등 진상을 부리는 것이다."
월가 관계자가 21일(미 현지시간) 밝힌 현지 분위기입니다.
바이든 승리를 예측하는 움직임은 증권 시장뿐 아니라 채권시장 등에서도 확연히 나타나고 있습니다.
만약 민주당이 대통령뿐 아니라 상원에서 과반수를 얻을 경우 10년물 금리는 순식간에 연 1%를 넘을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월가 관계자는 "10년물 기준 1%선은 심리적 저항선일 뿐 매매가 많았던 권역이 아니다"면서 "일부에선 올해 말 1.2%까지 치솟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부양책이 쏟아지면 물가가 오를 수 있다는 우려도 장기 금리에 반영되고 있습니다. 이날 Fed는 베이지북을 발표하고 물가와 관련 "지난 보고서 이후 물가가 미국 전 지역에서 완만하게 올랐다"고 평가했습니다. 지난 베이지북에서는 "물가 압력이 증가했지만, 여전히 완만했다"고 본 것보다 약간 더 강한 표현입니다. 최근 외국인 투자자의 미 국채 수요도 감소하고 있는 것도 금리 상승의 배경 중 하나입니다.
그래서 지난 주 Fed는 국채 매수 규모를 약간 늘린 것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블룸버그는 9월18일로 끝난 주에 750억 달러, 10월2일로 끝난 주에 880억 달러를 사들였다고 보도했습니다. 이는 2009년 이후 주간 매수 단위로는 신기록 수준입니다. 랜들 퀄스 Fed 부의장은 지난 14일 "금융시장이 자체적으로 처리하기에는 너무 많은 국채가 나오고 있기 때문에 Fed가 얼마동안은 국채 매입에 나서야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Fed는 현재 미 국채 유통 규모의 22% 가량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습니다.
구겐하임자산운용은 최근 바이든 당선의 수혜주로 예상되는 32개 종목과 트럼프 당선 수혜주 45개 종목으로 된 포트폴리오를 짜 비교해왔습니다. 코로나 장세가 본격화된 지난 2월 이후를 보면 바이든 포트폴리오는 26.6% 올랐지만 트럼프 포트폴리오는 평균 10.4% 하락했습니다.
두 후보 포트폴리오의 수익률 격차는 최근 더 벌어지고 있습니다. 지난 15일 기준으로 최근 30거래일간 바이든 포트폴리오는 11.1% 올랐지만, 트럼프 포트폴리오는 6.2%에 그쳤습니다. 구겐하임은“바이든이 민주당 후보로 선출된 6월 15일 이후에서 바이든 지수의 수익률은 트럼프 지수의 수익률을 17.2%포인트 앞섰다”며 “현 시점에서 시장은 바이든의 당선이 유력하다고 보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바이든 후보는 신재생에너지산업 육성, 오바마케어 부활 등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구겐하임은 이에 따라 솔라에지, 퍼스트솔라 등 태양광업체와 HCA헬스케어, 존슨앤드존슨 등 헬스케어업체들을 수혜주로 꼽았습니다.
바이든의 러닝메이트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후보가 마리화나 합법화를 찬성한다는 이유로 캐노피그로스 등의 마리화나 생산업체도 수혜주 명단에 올랐습니다.
트럼프 수혜주는 금융과 소비재 업종으로 구성됐습니다. JP모간과 모건스탠리 등 금융사와 포드, 제너럴모터스(GM), 갭 등 소비재 업종이 트럼프 포트폴리오 42개 종목 안에 포함됐습니다.
CNBC에 따르면 2016년 대선에서 트럼프에게 2000만 달러를 후원한 월가 관계자들은 올해에는 규모를 1300만 달러 수준으로 줄였습니다. 남은 2주 동안에도 별다른 모금파티 등이 예정되어 있지도 않습니다.
반면 바이든이 올 들어 받은 후원금은 5000만 달러를 넘습니다.
이는 양 후보 간 전체 후원금 격차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10월초 바이든 캠프는 1억8000만 달러를 보유하고 있지만, 트럼프 캠프는 3분의 1인 6000만 달러를 갖고 있는 데 불과합니다.
땅이 넓은 미국에서 판세를 결정하는 가장 큰 요인 중 하나가 바로 후원금 규모입니다.
CNBC는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 준비위원회에 기부했던 수많은 이들 중 다수가 현재 트럼프 캠프 후원을 꺼리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여전히 공화당을 지지하는 슈퍼 후원자 일부는 트럼프에 대한 기대는 접고 공화당 상·하원 의원들 선거에 집중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하지만 골드만삭스가 이날 아침 보고서에서 지적했듯이 주·지방정부 지원이라는 가장 큰 쟁점에서 양측 거리가 멀기 때문에 대선 전 타결은 쉽지 않아 보입니다.
마크 메도스 백악관 비서실장은 이날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민주당)과 스티브 므누신 재무장관이 협상을 끝낸 뒤 "여러 차이점이 계속 있는데 기술적 내용에서 합의를 도출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은 1조9000억 달러의 부양책을 보고 있는데, 펠로시 의장이 받아들일지는 불분명하다"며 "펠로시 의장은 부양책에서 아주 작은 양보를 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실제 대선 우세를 이어가고 있는 민주당의 펠로시 의장 측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완전히 투항하기 전에는 부양책에 합의해 대선 변수를 만들 이유가 없습니다.
대신 펠로시 의장은 부양책 결렬의 책임을 떠넘길 희생양을 찾은 듯합니다. 바로 공화당의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입니다.
펠로시는 이날 MSNBC 인터뷰에서 "나는 (타결에) 낙관적이다. 미치 매코널이 '대선 전 합의를 원하지 않는다'고 했지만 계속 협상을 할 것이고 그래서 대선 이후에라도 할 수 있게 하겠다"고 말했습니다. 협상이 안될 경우에 대비한 발언입니다.
이날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는 "백악관에 부양책을 증액하지 말라. 대선 전 협상을 타결하지 말라. 이 이슈로 공화당 의원들을 분열시키지 말라"고 경고했다고 밝혔거든요.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백악관과 펠로시 측이 오는 11월 3일 대선 이후 부양안을 통과시킬 가능성을 열어 두었다고 보도했습니다.
이처럼 여러 측면에서 월가는 바이든 후보 승리로 쏠리고 있습니다.
현재 월가가 가장 주시하는 건 바로 민주당의 상원 탈환 여부입니다. 바이든 후보가 백악관을 차지해도 공화당이 상원 지배를 유지하면 대규모 부양책 통과가 어려워질 수 있으니까요.
지금 상원은 공화당 53석, 민주당 47석 구도입니다. 이번 선거에 35석이 나오는데 이중 민주당이 1석을 잃는 것은 확실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습니다. 경합하는 지역이 7곳인데 이 가운데 민주당이 최소 4석을 가져와야 과반수를 갖게 됩니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
월가 관계자가 21일(미 현지시간) 밝힌 현지 분위기입니다.
바이든 승리를 예측하는 움직임은 증권 시장뿐 아니라 채권시장 등에서도 확연히 나타나고 있습니다.
① 채권시장-민주당 집권 예상해 금리 급등
이날 뉴욕 채권시장에선 국채 금리가 큰 폭으로 올랐습니다. 10년물은 수익률은 3.3bp(1bp=0.01%포인트) 상승한 연 0.822%에 거래됐습니다. 10년물이 연 0.8%를 넘은 것은 지난 6월 초 이후 4개월여 만입니다. 30년물 금리는 그보다 더 높아져 3.9bp 상승한 1.633%를 나타냈습니다. 반면 미 중앙은행(Fed)이 제로금리 정책으로 묶어놓은 2년물은 보합인 0.149%을 유지하면서 10년물과 2년물 격차는 68bp로 확대됐습니다. 장기 금리가 오르는 건 대규모 부양책에 대한 기대감 때문입니다. 현재 협상이 진행 중인 부양책만을 말하는 게 아닙니다. 대선 전 타결되지 않는다해도 11월3일 대선에서 민주당이 집권할 경우 더 큰 규모의 부양책이 쏟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는 겁니다. 통상 '큰 정부'를 원하는 민주당 정권이 들어섰을 때 금리는 많이 뛰었습니다.만약 민주당이 대통령뿐 아니라 상원에서 과반수를 얻을 경우 10년물 금리는 순식간에 연 1%를 넘을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월가 관계자는 "10년물 기준 1%선은 심리적 저항선일 뿐 매매가 많았던 권역이 아니다"면서 "일부에선 올해 말 1.2%까지 치솟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부양책이 쏟아지면 물가가 오를 수 있다는 우려도 장기 금리에 반영되고 있습니다. 이날 Fed는 베이지북을 발표하고 물가와 관련 "지난 보고서 이후 물가가 미국 전 지역에서 완만하게 올랐다"고 평가했습니다. 지난 베이지북에서는 "물가 압력이 증가했지만, 여전히 완만했다"고 본 것보다 약간 더 강한 표현입니다. 최근 외국인 투자자의 미 국채 수요도 감소하고 있는 것도 금리 상승의 배경 중 하나입니다.
그래서 지난 주 Fed는 국채 매수 규모를 약간 늘린 것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블룸버그는 9월18일로 끝난 주에 750억 달러, 10월2일로 끝난 주에 880억 달러를 사들였다고 보도했습니다. 이는 2009년 이후 주간 매수 단위로는 신기록 수준입니다. 랜들 퀄스 Fed 부의장은 지난 14일 "금융시장이 자체적으로 처리하기에는 너무 많은 국채가 나오고 있기 때문에 Fed가 얼마동안은 국채 매입에 나서야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Fed는 현재 미 국채 유통 규모의 22% 가량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습니다.
② 증시-바이든 포트폴리오 수익률 압도
주식시장에서도 바이든 당선을 전제로 한 베팅이 지속되고 있습니다.구겐하임자산운용은 최근 바이든 당선의 수혜주로 예상되는 32개 종목과 트럼프 당선 수혜주 45개 종목으로 된 포트폴리오를 짜 비교해왔습니다. 코로나 장세가 본격화된 지난 2월 이후를 보면 바이든 포트폴리오는 26.6% 올랐지만 트럼프 포트폴리오는 평균 10.4% 하락했습니다.
두 후보 포트폴리오의 수익률 격차는 최근 더 벌어지고 있습니다. 지난 15일 기준으로 최근 30거래일간 바이든 포트폴리오는 11.1% 올랐지만, 트럼프 포트폴리오는 6.2%에 그쳤습니다. 구겐하임은“바이든이 민주당 후보로 선출된 6월 15일 이후에서 바이든 지수의 수익률은 트럼프 지수의 수익률을 17.2%포인트 앞섰다”며 “현 시점에서 시장은 바이든의 당선이 유력하다고 보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바이든 후보는 신재생에너지산업 육성, 오바마케어 부활 등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구겐하임은 이에 따라 솔라에지, 퍼스트솔라 등 태양광업체와 HCA헬스케어, 존슨앤드존슨 등 헬스케어업체들을 수혜주로 꼽았습니다.
바이든의 러닝메이트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후보가 마리화나 합법화를 찬성한다는 이유로 캐노피그로스 등의 마리화나 생산업체도 수혜주 명단에 올랐습니다.
트럼프 수혜주는 금융과 소비재 업종으로 구성됐습니다. JP모간과 모건스탠리 등 금융사와 포드, 제너럴모터스(GM), 갭 등 소비재 업종이 트럼프 포트폴리오 42개 종목 안에 포함됐습니다.
③ 월가 정치후원금도 바이든 쏠림
월가는 정치후원금에서도 바이든에게 더 많은 돈을 내고 있습니다.CNBC에 따르면 2016년 대선에서 트럼프에게 2000만 달러를 후원한 월가 관계자들은 올해에는 규모를 1300만 달러 수준으로 줄였습니다. 남은 2주 동안에도 별다른 모금파티 등이 예정되어 있지도 않습니다.
반면 바이든이 올 들어 받은 후원금은 5000만 달러를 넘습니다.
이는 양 후보 간 전체 후원금 격차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10월초 바이든 캠프는 1억8000만 달러를 보유하고 있지만, 트럼프 캠프는 3분의 1인 6000만 달러를 갖고 있는 데 불과합니다.
땅이 넓은 미국에서 판세를 결정하는 가장 큰 요인 중 하나가 바로 후원금 규모입니다.
CNBC는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 준비위원회에 기부했던 수많은 이들 중 다수가 현재 트럼프 캠프 후원을 꺼리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여전히 공화당을 지지하는 슈퍼 후원자 일부는 트럼프에 대한 기대는 접고 공화당 상·하원 의원들 선거에 집중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④ 부양책 협상 가능성은
부양책 협상은 이어지고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1조9000억 달러까지 부양책 규모를 높였습니다.하지만 골드만삭스가 이날 아침 보고서에서 지적했듯이 주·지방정부 지원이라는 가장 큰 쟁점에서 양측 거리가 멀기 때문에 대선 전 타결은 쉽지 않아 보입니다.
마크 메도스 백악관 비서실장은 이날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민주당)과 스티브 므누신 재무장관이 협상을 끝낸 뒤 "여러 차이점이 계속 있는데 기술적 내용에서 합의를 도출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은 1조9000억 달러의 부양책을 보고 있는데, 펠로시 의장이 받아들일지는 불분명하다"며 "펠로시 의장은 부양책에서 아주 작은 양보를 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실제 대선 우세를 이어가고 있는 민주당의 펠로시 의장 측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완전히 투항하기 전에는 부양책에 합의해 대선 변수를 만들 이유가 없습니다.
대신 펠로시 의장은 부양책 결렬의 책임을 떠넘길 희생양을 찾은 듯합니다. 바로 공화당의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입니다.
펠로시는 이날 MSNBC 인터뷰에서 "나는 (타결에) 낙관적이다. 미치 매코널이 '대선 전 합의를 원하지 않는다'고 했지만 계속 협상을 할 것이고 그래서 대선 이후에라도 할 수 있게 하겠다"고 말했습니다. 협상이 안될 경우에 대비한 발언입니다.
이날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는 "백악관에 부양책을 증액하지 말라. 대선 전 협상을 타결하지 말라. 이 이슈로 공화당 의원들을 분열시키지 말라"고 경고했다고 밝혔거든요.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백악관과 펠로시 측이 오는 11월 3일 대선 이후 부양안을 통과시킬 가능성을 열어 두었다고 보도했습니다.
이처럼 여러 측면에서 월가는 바이든 후보 승리로 쏠리고 있습니다.
현재 월가가 가장 주시하는 건 바로 민주당의 상원 탈환 여부입니다. 바이든 후보가 백악관을 차지해도 공화당이 상원 지배를 유지하면 대규모 부양책 통과가 어려워질 수 있으니까요.
지금 상원은 공화당 53석, 민주당 47석 구도입니다. 이번 선거에 35석이 나오는데 이중 민주당이 1석을 잃는 것은 확실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습니다. 경합하는 지역이 7곳인데 이 가운데 민주당이 최소 4석을 가져와야 과반수를 갖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