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오르면 뭐하나 환율이…" 서학개미 고민 커졌다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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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미 현지시간) 뉴욕 증시에선 다우 지수가 0.08% 하락했습니다. 반면 S&P 500 지수와 나스닥은 각각 0.77%, 2.01% 올랐습니다.
지수에서 보듯 기술주, 성장주가 선전하고 가치주와 경기민감주가 약세가 보인 겁니다. 지난 9일 월요일에 화이자의 백신 소식이 나온 뒤 이틀간 급등했던 성장주가 후퇴하고 기술주가 재부상한 것입니다. 애플은 3% 올랐고 아마존 3.4%, 넷플릭스 2.2%, 페이스북이 1.5% 올랐습니다. 반면 보잉과 디즈니는 각각 3% 이상 하락했습니다. 업종 지수로 봐도 기술주는 2% 이상 오른 반면, 급등해온 에너지는 0.8%, 금융주는 0.5% 내렸습니다. 대표적인 게 줌입니다. 지난 이틀간 각각 17%, 9% 떨어졌던 줌은 이날 9.9% 올랐습니다. 좀 떨어졌다고는 하지만 이날 주가는 여전히 올 들어 500% 오른 상태지요. 70달러였던 게 지금 413달러이니까요. 이날처럼 계속 오를 수 있을까요? 월가에선 지난 이틀간 급격히 성장주에서 가치주로 이동하는 '빅 로테이션'이 나타났기 때문에 약간의 반작용이 나타난 것으로 이해합니다. 트렌드가 무너진 건 아니라는 겁니다.
사실 가치주로 몰리는 흐름은 지난 한 달 이상 지속됐고 최근 백신 소식으로 폭발했지요. 앞으로 월가 예상처럼 경기가 정상화되어 가고 물가와 금리가 조금씩 오르기 시작하면 '빅 로테이션'은 아니더라도 '로테이션'이 꾸준히 나타날 수 있습니다. 기술주가 워낙 전망은 좋지만 펀더멘털에 비해 많이 오른 주식도 많고, 대신 가치주나 경기민감주는 주가가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니까요.
오늘 이런 기술주로의 흐름을 유발한 게 몇 가지 있었는데요.
미국에서 10일 기준 13만6325명의 코로나 신규 환자가 나오며 또 다시 최대 기록을 세웠습니다. 특히 입원 환자가 총 6만2000명에 육박해 지난 4월 최고 기록이던 약 6만 명을 넘어섰습니다. 의료 체계의 수용 능력이 위험 수위에 육박하고 있는 것이죠. 이에 뉴욕 주가 12일부터 술집과 주류를 파는 식당의 영업시간을 밤 10시로 제한하고 실내 모임 최대 인원을 10명으로 낮추겠다고 발표했습니다. 뉴욕 뿐 아니라 매사추세츠, 위스콘신, 네바다 등 각지에서 비슷한 조치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에릭 로젠그렌 보스턴 연방은행 총재는 이날 "백신은 매우 좋은 소식이지만, 앞으로 6개월은 험난한 경로가 이어질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도 "백신 소식이 긍정적이지만 우리는 여전히 가파르게 가속화하는 바이러스 증가 사이클을 직면할 수 있고 강력한 봉쇄를 겪을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날 연말 S&P 500 지수 목표치를 3600에서 3700으로 올린 골드만삭스는 데일리를 통해 "소비와 고용이 최근 코로나 확산에 대응해 약해지고 있다. 이는 지난 여름 2차 확산 때와는 약간 다르다. 특히 지금의 재확산은 아직 초기 단계이고 신규 감염자와 입원율은 계속 올라갈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이날 JP모간은 그동안 급등한 에너지주인 옥시덴탈페트롤럼의 투자등급을 중립에서 매도로 낮췄고요. 반면 에버코어ISI는 옐프에 대한 투자등급을 시장 수익률 상회로 높였습니다.
또 리프트는 이날 올해 EBITDA, 즉 법인세, 감가상각비 차감 전 영업이익이 코로나 확산에도 불구하고 4분기에는 흑자로 돌아설 수 있다고 밝히면서 기술주 플러스로 돌아설 수 있을 것이라고 발표해 기술주 분위기를 띄웠습니다.
흥미로운 뉴스가 하나 있었는데, 바로 화제의 회사 화이자의 앨버트 불라 CEO가 백신 뉴스를 발표했던 지난 9일 보유주식 62%를 매각한 겁니다. 매각 총액은 560만 달러로 아주 많지는 않습니다.
그날 화이자 주가는 장중 15%까지 올랐었고, 불라 CEO의 주당 매각가는 41.94달러로 화이자의 52주 최고가인 41.99달러와 비슷합니다.
회사 측은 이미 지난 8월에 승인된 매각 계획에 따른 것이고, 불라 CEO는 여전히 많은 양의 스톡옵션을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는 이날 여러 가지 추측을 자아냈는데, '백신 약효가 발표한 것보다 떨어진다는 걸 알고 판 게 아니냐'는 의심도 있었습니다.
월가에선 화이자의 주가가 올해 거의 오르지 않았고, 백신으로 인한 실적 향상 폭이 그리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음모론에 불과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화이자의 한 해 매출은 500억 달러가 넘는데, 사실 미국이 1억 개 백신을 2억 달러에 사기로 한 것을 감안하면 그리 많은 매출이 발생할 것 같지는 않습니다. 또 국가와 계약하는 만큼 많은 이익을 내기도 어려울 것이고, 게다가 모더나 등 다른 제약사들도 줄줄이 백신을 내놓을 겁니다.
기술주뿐 아니라 이날 달러도 강세를 보였습니다. 달러도 그동안 약세를 보였는데 달라진 흐름이죠. 오늘은 달러 얘기를 좀 하려고 합니다. 달러는 올 3월 급등했다가 이후 조금씩 내려왔고 최근엔 급락했습니다. 특히 위안화와 원화에 비해 많이 떨어져 기존에 미국 주식에 투자했던 분들은 헤지를 하지 않았다면 환차손이 10% 정도 발생했을 겁니다. 주가가 조금 올랐다 해도 환차손이 이렇게 커지면 수익률에서 타격을 받게 되겠지요. 관심은 앞으로 방향성일 텐데요. 골드만삭스에서 관련해서 재미있는 보고서를 하나 냈습니다.
골드만삭스는 내부의 자크 팬들 환율·이머징마켓 전략책임자과 베리 아이켄그린 버클리대 교수 인터뷰를 통해 달러에 대한 뷰를 비교했습니다.
골드만삭스의 핵심 질문은 두 가지였는데요. '지난 3월 말 시작된 달러 약세가 향후 몇 년간 나타날 추세냐, 아니면 단기 움직임이냐' 하는 것과 '달러의 기축통화 지위가 흔들리면서 약달러가 시작된 게 아니냐'하는 겁니다. 팬들 전략가는 "달러가 현재 무역가중치 인덱스를 기준으로 10~15% 정도 고평가되어 있다"면서 최소 몇 분기, 길게는 2023년까지 3년간 15% 정도 하락할 수 있다고 예상했습니다.
그는 "통상 과거를 보면 이런 움직임이 시작되면 약 5년에 걸쳐 가치가 30% 정도 움직였다"며 "조금 더 강한 움직임도 가능하다"고 말했습니다.
팬들 전략가는 달러는 미국 국내통화, 국제 기축통화라는 두 가지 면을 갖고 있는데 이 중 국내보다는 국제적 요인에 의해 가치가 많이 좌우된다고 설명했습니다.
그 예로 지난 3월에 코로나 팬데믹이 시작되면서 미 중앙은행(Fed)이 제로 금리, 무제한 양적완화를 선언했지만 오히려 달러 가치는 높아졌다는 걸 들었습니다. 국제 수요가 더 많았기 때문이라는 겁니다. 하지만 이후 위기로 인한 국제 수요가 감소하면서 달러는 꾸준히 하락하고 있습니다. 그는 지금 나타나고 있는 달러의 고평가, 미국의 낮은 실질금리, 예상되는 글로벌 경제의 회복은 약달러 상황을 만드는 표준적 환경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버클리대의 정치경제학자인 아이켄그린 교수는 다른 뷰를 갖고 있습니다. 그는 달러가 지금 고평가나 저평가되어 있지 않다고 봤습니다. 그는 미국의 쌍둥이 적자는 달러 가치와 별 관계가 없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달러 가치는 "미국과 글로벌 경제의 상대적 성장률에 달려있다"면서 "글로벌 경제가 회복되더라도 미국 경제의 성장이 더 가파르다면 달러 가치는 여전히 지탱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아이켄그린은 또 달러의 기축통화 지위는 약화되고는 있지만 유로, 위안 등을 포함해 신뢰할 만하고 광범위하게 유통되는 대체 통화가 없기 때문에 수십 년간은 유지될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사실 제가 뉴욕특파원으로 가있던 지난 3년 간 골치 아픈 것 중 하나가 환율이었습니다. 가끔씩 환전을 해야 하는데 제가 처음 갔던 2017년 7월엔 1달러당 1020원 수준이었지만 올해 초엔 달러당 1250원까지 올랐었죠. 그래서 JP모간 등 월가의 환율전문가들을 만나 취재를 해봤는데, 모두들 하나의 의견엔 일치하더군요. 모든 경제 변수 중에 가장 예측하기 어려운 게 환율이라고요. 왜냐하면 재정정책, 통화정책, 무역 등 경제 변수뿐 아니라 국제 정세, 각국의 정권 성향, 중앙은행 인사 등 정치적 변수들까지 환율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기 때문입니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