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간 합병이 ‘초읽기’ 수순에 들어갔다. 한진그룹은 다음주 초 산업경쟁력장관회의에서 이 방안이 통과되면 한진칼 이사회를 열어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확정할 계획이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측(41.14%)보다 더 높은 한진칼 지분율을 확보한 KCGI 등 3자연합 측(46.71%)은 크게 반발하고 있다.

KCGI 등 3자연합은 13일 입장문을 내고 “산업은행이 한진칼에 자금을 지원해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고려하는 것은 다른 주주들의 권리를 무시한 채 현 경영진의 지위 보전을 위한 대책”이라고 비판했다. KCGI는 “재무적으로 최악의 위기 상황을 겪고 있는 아시아나항공을 한진그룹에 편입시키는 것은 임직원 고용과 항공안전 문제 등 고객들의 피해와 주주 및 채권단의 손실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KCGI는 당초 이달 임시 주주총회를 소집한 뒤 내년 1월께 주총에서 경영권을 확보할 계획이었다. 이제는 조 회장 측만이 아니라 정부 전체의 결정에 맞서 싸워야 하는 처지가 됐다. KCGI 측은 지난 8월 한진칼에 유상증자가 필요하다면 참여할 의사가 있다는 내용증명을 발송했다. 그럼에도 일방적으로 현 주주를 배제하고 다른 이에게 신주를 발행하는 결정을 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주장이다.

관련 규정이나 판례, 정관을 살펴보면 KCGI 주장에도 일리가 있다. ‘증권의 발행 및 공시 등에 관한 규정’ 제5-21조와 5-24조에 따르면 경영권 분쟁사실이 신고 공시된 기업은 전환사채(CB)와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제3자에게) 발행하는 데 제약을 받는다. 대법원도 2009년 경영권 분쟁 중 3자배정 유상증자로 신주가 발행되는 것을 무효라고 판시했다. 분쟁 상황에서 대주주가 일방적으로 신주나 주식으로 전환 가능한 채권을 발행해 우군을 확보하면 기존 주주의 이익이 침해된다는 취지다.

다만 한진칼 정관 제8조는 ‘긴급한 자금조달을 위해 국내외 금융기관 등에’ 발행주식 총수의 30% 미만으로 신주를 발행하는 게 가능하다고 밝히고 있다. 이 대목이 산은의 출자 근거가 될 전망이다. 따라서 한진그룹·산은과 KCGI 측은 내년 주총을 앞두고 ‘긴급한 자금조달’의 필요성이 대한항공이 아니라 그 모회사 한진칼에 대해서도 인정되느냐에 관해 법적 다툼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