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마다 나오는 백신 뉴스들, 하지만…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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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 백신 소식이 또 나왔습니다. 지난 9일 화이자, 16일 모더나에 이어 23일 아스트라제네카가 예상보다 좋은 임상 3상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그리고 이번에도 백신에 의한 경기 정상화를 바라는 '리플레이션 트레이드', '리커버리 트레이드'가 나타났습니다. 다우는 1.12%, 소형주 지수인 러셀2000은 무려 1.85% 솟구친 반면 S&P 500 지수는 0.56%, 나스닥은 0.22% 오르는 데 그쳤습니다. 크루즈회사 카니발은 4.78% 상승했고 유나이티드 항공도 2.58% 올랐지만 애플은 2.97% 내렸고 나스닥은 장 중 한 때 마이너스로 떨어지기도 했습니다.
또 금값은 떨어지고 국제유가는 올랐으며, 이머징마켓 주식을 사라는 목소리는 커지고 있습니다. 한국 증시에 최근 외국인 자금이 지속적으로 몰려드는 배경일 겁니다. 사실 '예방율 70%'란 헤드라인 뉴스만 보면 아스트라제네카의 발표는 약간 실망스러웠습니다. 투약 방식에 따라 예방율이 한 번은 62%, 또 한 번은 90%로 나와서 평균 70%입니다. 95%인 화이자나 94.5%인 모더나에 비해 낮습니다.
하지만 월가 애널리스트들은 상당히 좋은 평가하고 있습니다. 제프리스 등 몇몇 증권사 애널리스트의 평가를 요약하겠습니다.
① 투약방식에 따라 첫 번째는 절반, 두 번째는 전체 용량을 접종하면 예방효과를 90% 얻을 수 있다. 이는 예방율이 90%라는 뜻이나 마찬가지다.
② 보통의 냉장보관(섭씨 2∼8도)에서 최소 6개월간 보관이 가능하다. 영하 70도 이하로 보관해야하는 화이자, 냉장보관에서 30일간 유효한 모더나보다 훨씬 보관과 유통이 편리하다.
③ 1회 접종 가격이 3~4달러로 20달러인 화이자, 32~37달러인 모더나 백신에 비해 훨씬 저렴하다.
④ 내년까지 30억회 접종분 생산이 가능하다. 이는 선진국 뿐 아니라 남미 동남아 아프리카 등 제3세계에도 백신 보급이 잘 이뤄질 것이란 뜻이다.
다만 3주 연속 백신 소식이 나오다보니 뉴욕 증시의 지수 상승폭은 줄어들고 있습니다. 다우 기준 지난 9일엔 2.95% 올랐지만 16일 1.60%, 이날은 1.12%에 그쳤습니다. 그것도 장 막판에 나온 월스트리트저널의 재닛 옐런 재무장관 지명 보도 덕분에 100포인트 이상 상승폭을 키워서 그렇습니다.
이날 백신 뉴스 외에도 좋은 소식들이 쏟아졌습니다. 제약업계에서도 머크가 코로나 치료제 임상 3상을 진행 중인 온코이뮨이란 소형 제약사를 4억2500만 달러에 인수한다는 소식이 나왔고, 르제네론은 지난주 토요일 FDA에서 긴급 사용승인을 받은 치료제를 30만개 생산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또 방금 전 말씀드렸지만 옐런 전 미 중앙은행(Fed) 의장이 바이든 행정부의 초대 재무장관으로 지명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옐런은 2004∼2010년 샌프란시스코연방은행 총재를 지내며 Fed에 참여했고 이후 부의장을 거쳐 2014년부터 2017년까지는 의장으로 일했죠.
부의장 때 벤 버냉키 전 의장과 함께 양적완화를 적극 시행했고, 의장 때는 경제 개선에 따라 양적긴축을 시작했으나 4년 재임 기간 동안 금리를 다섯 번 밖에 올리지 않았고 자산도 얼마 줄이지 않았습니다. 그만큼 비둘기파입니다.
월가 관계자는 "Fed에서 부의장, 의장으로 일할 당시 제롬 파월 의장과 함께 일하면서 좋은 관계를 유지한 만큼 파월 의장의 연임 가능성과 Fed의 완화정책이 유지될 가능성이 커졌다고 보면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지난 9월 28일 옐런은 “엄청난 규모의 고통이 있다. 재정 지출이 필요하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이와 함께 시장정보업체 IHS마킷이 발표한 미국의 11월 제조업 및 서비스업 구매관리자지수(PMI)도 예상을 큰 폭으로 상회했습니다. 제조업 PMI는 56.7로 전월 53.4보다 올랐고, 서비스업 PMI도 57.7로 상승해 각각 74개월, 68개월 만에 최고를 기록했습니다. 코로나 확산세를 생각하면 놀라운 일입니다.
연말 소비도 마찬가지입니다. 미국소매협회(National Retail Federation)은 이날 11~12월 연말 쇼핑시즌 소비액 예측 자료를 내놓았는데 소비가 전년 대비 3.6~5.2 %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이는 지난 5년간 평균인 3.5% 증가를 넘어서는 겁니다. NRF의 잭 클라인핸즈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코로나를 감안하면 소비 불확실성이 있지만, 소비자들 대부분은 지출할 능력을 갖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정부 보조를 받았고 여기에 여행과 오락에 대한 지출이 크게 줄이면서 공산품 소비에는 예년보다 더 많은 돈을 쓸 수 있을 것이란 관측입니다. 백신 소식과 더불어 연말 투자 심리는 달아오르고 있습니다. 주식 ETF엔 막대한 돈이 몰리고 있습니다. 공매도를 할때 주식을 빌리는 금리는 최저 수준으로 낮아졌습니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락은 이날 미국 주식에 대한 투자의견을 '비중 확대로 높였습니다. 블랙락은 "백신이 내년에 우리를 구해내기 전에 험난한 겨울이 있을 수 있다"면서도 구조적 성장의 수혜를 입을 수 있는 탄탄한 대형주, 잠재적 경기 확장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소형주를 추천했습니다. 골드만삭스는 이날 4분기와 1분기 경제 전망을 낮췄습니다. 연율 4.5%로 예상했던 4분기 성장률은 3.5%로 낮췄고, 내년 1분기는 3.5%에서 1%로 확 내렸습니다. 지난 주 JP모간이 1분기에 -1% 성장할 것으로 내다본 것과 비슷한 연장선상입니다. 다들 백신이 풀리는 내년 2분기까지 어려운 시절을 예상하고 있지만, "몇 달만 참고 넘어가자, 그러면 정상화될 거야" 이렇게 참고 견디자는 분위기입니다. 일부에선 미국의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세가 정점에 다가서고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습니다.
트럼프의 핵심 지지자인 크리스 크리스티 전 뉴저지 주지사에 이어 블랙스톤의 스티븐 슈워츠만 회장도 "이제는 승복할 때"라고 밝히는 등 트럼프 불복 사태도 이제는 별다른 걸림돌이 되지 못하는 분위기입니다. 방금 전 미시간 주도 바이든 승리를 확정지었다고 발표했습니다.
테슬라는 증권사 웨드부시에서 전기차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최상의 시나리오에서 목표주가를 최대 1000달러까지 올렸습니다. 이에 따라 이날 또 다시 6% 상승해 신고가를 기록했습니다.
게다가 계절효과, 즉 연말 강세장을 믿는 사람들도 여전합니다. 1985년 이후만 따지면 11~12월에 두달 평균 2% 가량 상승했지요. 그런데도 왜 S&P 500 지수는 3600선을 번번히 넘지 못하고 좌절하고 있을까요? 월가 관계자는 "분위기가 너무 좋은 게 결국 문제가 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런 상태라면 일단 재정 부양책이 쉽게 나오기 어렵습니다. 부양책이 없다면 이번 겨울을 제대로 견뎌낼 수 있을 지 누구도 확신하지 못합니다. CNBC에 따르면 이날 제이슨 퍼먼 하버드대 교수 등 125명의 경제학자들이 침체를 극복하기 위해 지난 4월처럼 1인당 1200달러씩 지급해야한다고 의회에 청원을 냈습니다. 하지만 시장이 좋은 탓인지, 양당은 합의할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뉴욕타임스는 이날 소식통을 인용해 ‘바이든 당선인의 참모들이 더블딥 가능성을 걱정해서 민주당에 비록 소규모라도 빠르게 부양책에 합의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이에 대해 바이든 당선인의 대변인인 앤드류 바이츠가 "보도는 부정확하며, 당선인은 낸시 펠로시 의장과 의회 리더들의 협상을 전적으로 지지한다"고 밝히면서 한 때 시장이 주춤대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모든 사람들이 들떠있을 때 주식을 팔라는 증시의 오랜 격언을 주장하는 투자자들도 있습니다. 지난주 뱅크오브아메리카의 마이클 하넷 전략가가 외친 '백신 뉴스에 팔아라'가 대표적입니다.
이날 모건스탠리의 마이크 윌슨 최고투자책임자(CIO)도 고객 메모에서 "지난주 가장 눈에 띄는 건 거의 강세론만 보인다는 것"이라며 "연말 이전에 S&P500 지수가 최대 12%까지 급락할 수 있다"고 예상했습니다. 그는 여전히 내년 강세장을 예상하면서도 "최근 힘이 빠진 듯한 주가 움직임을 보면 또 다른 조정장이 조성될 여건이 무르익었다"고 관측했습니다. 사실 지난 2주 동안 뉴욕 증시는 백신 뉴스에 월요일 급등했다가 이후 화~금요일 상승폭을 반납하는 장세를 나타냈습니다. 추수감사절로 이번 주 뉴욕 증시는 목요일 휴장, 금요일 조기 폐장합니다. 이번 주 장세도 마찬가지일까요?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