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작스런 조정이 찾아왔습니다. 일부에겐 이미 예견된 조정이기도 했지요.

4일(미 현지시간) 새해 첫 날 뉴욕 증시는 사상 최고치의 상승기록을 세우며 출발했습니다. 하지만 장 초반부터 매물이 흘러나오며 지수는 하락세를 치달았습니다. 다우는 한 때 700포인트까지 떨어졌습니다. 다우는 결국 382.59포인트, 1.25% 하락한 채 거래를 마쳤고 S&P 500 지수는 1.48%, 나스닥은 1.47% 하락했습니다.

모든 업종에서 매도세가 나타났습니다. 그중에서도 작년 하반기 가장 많이 오른 기술주들이 조금 더 떨어졌습니다. 베스포크인베스트먼트는 이를 "차익 실현"으로 해석했습니다.
5일 치러지는 조지아 주 상원의원 2석 결선투표, 그리고 계속되는 코로나 바이러스 변종의 발견 등 위험 부담이 커진데 따른 자연스러운 차익실현이란 것입니다.
조지아 선거를 하루 앞두고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2일 래펜스퍼거 조지아주 국무장관과의 통화녹취록이 워싱턴포스트에 의해 보도됐습니다. 자신이 11월 대선때 바이든 후보에게 진 표(1만1779표)를 뒤집을 1만1780표를 찾아내라고 압박했다는 내용입니다. 이는 이날 정치도박사이트에서 승리확률이 50%까지 줄어든 공화당에 새로운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왔습니다.

영국의 맷 핸콕 보건부 장관은 "영국 변종보다 남아공에서 발견된 변종에 대해 매우 우려하고 있다"며 기존 백신이 효과가 없을 수도 있다고 밝혔습니다. 영국은 보리스 존슨 총리가 이날 잉글랜드 전역의 봉쇄 조치 재도입을 발표했습니다. 영국 변종은 뉴욕에서도 발견됐습니다.
그동안 투자자들이 너무 안주해왔다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30배에 육박하는 시장 P/E(주가수익비율)에도 ETF(상장지수펀드)엔 역대급 돈이 몰리고 있습니다. 주식신용대출(Margin Debt)도 사상 최대로 치솟았고 모두가 한 방향으로 "사자"를 외치고 있습니다. 이런 현상은 주식뿐 아니라 상품과 유가, 가상화폐까지 모든 자산에서 나타나고 있습니다. 그야말로 ‘에브리씽 랠리'(Everything rally)라고 부를만 합니다. 비트코인이 올 들어 2만8000달러에서 지난 3일 3만5000달러까지 급등한 게 이를 대변합니다.
이날은 이런 현상이 일부 되돌려졌지요. 비트코인은 떨어지고 금은 오른 겁니다.

돈 냄새를 잘 맡는 것으로 유명한 헤지펀드 투자자 칼 아이칸은 이날 CNBC에 나와 조정에 대비해 헤지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주가가 잘못 책정된 많은 랠리를 봐왔지만 결국 이런 랠리는 벽에 부딪히고 매우 고통스러운 조정에 들어간다"고 말했습니다.
이번 조정은 오래갈까요? 금과 비트코인은 새로운 로테이션을 시작한 것일까요? 혹시 버블이 터지기 시작한 것은 아닐까요?

월가 대부분은 여전히 이번 조정이 단기에 그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모건스탠리의 마이크 윌슨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조지아 선거 결과 △4분기 어닝시즌 때 기업들의 저조한 향후 실적 전망 가능성 △가상통화 시장에 대한 신규 규제 등을 계기로 "적어도 10% 조정 받을 준비가 되어 있다"면서도 "이 기회를 포트폴리오 조정 기회로 삼을 것"을 주장했습니다. UBS의 마이크 헤펠 수석전략가도 “몇 가지 문제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주식은 2021년에 더 상승 할 여지가 있다. 저금리로 인해 주식은 계속해서 채권과 현금에 비해 매력적으로 보일 것이다. 변동성을 이용해 투자자들이 장기적 포지션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월가 관계자는 "S&P 500 지수는 장 후반 반등해 지난 12월23일 산타랠리 시작점인 3690선을 지킨 채 마감했다(4일 종가는 3700.65). 이 선을 지킨다면 소폭 조정으로 끝날 수도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1월5일로 끝나는 7거래일(12월24~1월5일) 동안 산타랠리 가능성은 여전히 살아있다는 겁니다.
지금 '에브리씽 랠리'의 기반을 제공하는 건 미 중앙은행(Fed)입니다. 그리고 그들의 기조는 여전히 완화입니다. 찰스 에반스 시카고연방은행 총재는 이날 미국경제학회 온라인 컨퍼런스에서 "평균 2%인 인플레이션 목표에 도달하려면 몇 년 걸릴 텐데, 이는 통화정책이 오랜 기간 완화적일 것이라는 점을 뜻한다. 낮은 기준금리가 예상되며 Fed는 당분간 채권 매입을 지속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습니다. 전날 벤 버냉키 전 의장도 "금융시장은 거의 4년 정도 금리가 인상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날 마침 월가에서 '구루'로 일컬어지는 바이런 빈 블랙스톤 부회장의 '2021년 10가지 투자자를 놀라게 할 일'(Ten Surprises of 2021) 리스트가 발표됐습니다. 리스트엔 S&P 500이 올해 4500까지 오르는데 그 전에 20% 조정을 맞을 수 있다는 예언이 있습니다. 과연 이 예언은 맞을까요?
빈은 1965년 애널리스트로 입문했으니, 무려 55년이 넘게 투자 업무를 해온 사람입니다. 그는 1986년 모건스탠리 수석투자전략가를 지낼 때부터 매년 초‘10 서프라이즈'라는 연간 투자 전망을 발표해왔는데, 매년 초 모든 월스트리트의 모든 투자자들이 반드시 읽어야할 투자 지침으로 꼽히고 있습니다.

그의 10가지 예상을 옮겨봅니다.

①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자신의 TV 네트워크를 출범시키고 2024년 대선 캠페인을 계획한다. 그의 주요 프로그램은 'The Chief'로, 매주 주정부 수반과 CEO와 같은 경영자를 인터뷰한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가상 인터뷰는 역사상 어떤 TV 프로그램보다 더 많은 시청자를 끌어들인다.

② 작년 대선캠페인 당시 양측의 적대적 수사에도 불구하고 조 바이든 대통령은 중국과 건설적 외교 및 무역 관계를 회복하기 시작한다. 중국 A주는 이머징마켓 증시를 더 높게 이끈다.

③ 5~10개에 이르는 코로나 백신 개발 성공 및 치료법 개선에 힘입어 미국은 2021년 메모리얼데이(5월31일)까지 어떤 형태로든 '정상'으로 돌아간다. 사람들은 통상적으로 비행기를 타거나 극장, 스포츠 이벤트 등에 참여하기 전에 백신 접종 증명을 제시해야한다. 작년 연기된 하계 올림픽이 7월에 열리며 관중도 입장할 수 있게 된다.

④ 미 법무부는 '소비자가 기술기업들이 제공하는 서비스로부터 실제 혜택을 누린다'는 주장을 수용해 구글, 페이스북에 대한 반독점소송 수위를 완화한다. 일부 사업의 매각이 제안되고 감시 조치가 취해지지만 유럽을 제외하고는 이들을 해체하려는 노력은 힘을 잃는다.

⑤ 억눌린 수요가 폭발하면서 경제 성장 모멘텀은 커진다. 눌려있던 호텔 등 접객업종 및 항공사 주식이 크게 오른다. 재정 및 통화 정책은 역사적으로 완화적 상태를 지속한다. 명목 성장률은 연 6%를 넘게 되고 실업률은 5 %로 떨어진다. 2010~2020년 이어졌던 역사적인 장기 경기 사이클을 넘어설 새로운 사이클이 시작된다.

⑥ 완화적 정책을 이어가던 미 중앙은행(Fed)과 재무부는 현대통화이론(MMT)을 공개적으로 받아들인다. 성장률이 인플레이션을 초과하는 한 적자는 중요하지 않은 것 같아진다. 인플레이션이 완만하게 상승하기 때문에 금, 가상화폐 등은 1년 내내 더 많은 지지를 받게 된다.

⑦ 에너지 회사들이 장기 성장에 대한 예상치를 낮추고 있지만, 단기 투자 기회는 커지고 있다. 경제 정상화는 산업 활동과 이동을 촉진하고 서부텍사스원유(WTI)는 배럴당 65달러로 상승한다. 셰일오일 채굴기 수가 다시 증가하며 에너지 업종의 하이일드 채권이 급등한다. 에너지 주식은 2021년 최고의 성과를 거둔다.

⑧ 뉴욕 증시는 오름세를 지속한다. 기술주 헬스케어주 외의 주식들도 동참한다. 여기엔 위험이 있다. 증시는 상반기 거의 20% 수준의 조정을 받지만 S&P 500 지수는 연말이면 4500 수준에서 거래된다. 경기민감주와 소형주는 경기방어주, 대형주에 비해 수익률에서 앞서고 K자형 회복세는 완화된다. 대형 기술주들은 유동성의 원천(매도 대상)이며 수익률은 한 해 내내 뒤처진다.

⑨ 경제가 성장하면서 미 국채 10년물의 수익률(금리)은 연 2%까지 상승한다. 수익률 곡선은 가팔라지지만, 인플레이션도 상승하면서 실질 금리는 0에 가깝게 유지된다. Fed는 주택 매매와 자동차 소비 확대가 이어지길 원한다. 이를 위해 장기 금리 상승을 막기 위해 국채 장기물의 매입을 확대한다.

⑩ 달러화 하락 추세는 바뀐다. 백신 접종이 확대되면서 미국 경제와 금융 시장은 강세를 보인다. 투자자들은 부채 증가와 성장 둔화가 계속되는 유럽과 일본에서 이탈해 미국으로 돌아온다. 미 국채는 플러스 수익률을 유지하고 캐리 트레이드는 계속된다.

(빈은 매년 10개에 들어가지 못하는 몇 가지 서프라이즈를 덧붙입니다. 10가지에 들어갈 정도의 가능성은 없는 것들이지만 참고할 만합니다)

⑪ 대부분 동유럽과 중동에서 오는 사이버 공격이 경제적 영향을 미치기 시작한다. 은행계좌 정보가 유출되거나 왜곡되고 병원에선 환자 기록이 손실된다. 채권추심 기업들은 고객들을 추적하기 어렵게 된다. 관련 비용은 점점 커진다.

⑫ 테슬라가 글로벌 자동차 제조업체를 현금과 주식을 주고 인수한다. 일론 머스크는 10년 내로 내연기관을 없애겠다고 약속한다.

⑬ 북한 김정은은 로스앤젤레스에 도달할 수 있는 최신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하겠다고 위협한다. 트럼프는 그를 자신의 TV에 초대해 "다른 나라를 협박하기보다 협력하면 세계는 더 나은 곳이 될 것"이라고 설득하고 김정은은 미사일 실험을 중단한다. 트럼프는 카메라를 들여다보며 "사람들은 내가 최고의 협상가라고 말한다"고 우쭐댄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