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을 중심으로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인플레이션이 화두로 떠오르면서 추세 이상의 인플레이션이 진행될 경우에 대비해 헤지(위험 회피) 수단에도 투자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흔히 인플레이션 위험을 헤지할 때 금 투자를 선호하는 이들이 많지만 의외로 금값은 물가와 크게 연관성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월가에서는 연초부터 기대 인플레이션(BEI)이 최근 2년여 만에 처음으로 2%를 웃돌고 있어 올해 물가 상승 압력이 강해질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골드만삭스, 씨티그룹 등 글로벌 투자은행(IB)들도 올해 근원물가상승률이 2%를 웃돌 것이란 전망을 내놨다. 이에 따라 인플레이션 압력이 커질 때 투자 전략도 주목받고 있다.

미국 투자자문사인 날리지리더스캐피털이 1971년 이후 주요 자산·부문의 수익률과 인플레이션의 상관관계를 분석한 결과 물가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자산은 구리, 원유, 가치주, 에너지주 등으로 조사됐다.

이 분석은 과거 추세 이상의 인플레이션 상승·하락기 3개월 동안 각종 자산군별 수익률을 찾아 T검정 및 상관계수를 통해 연관성을 도출했다.

구리는 인플레이션과 상관계수가 가장 높은 자산이었다. 연관성은 37.5%에 달했다. 이어 서부텍사스원유(WTI)가 32.5%로 연관성이 높았다. 또 S&P500 내 순가치주, S&P500 내 에너지주 순으로 물가와 관련이 큰 것으로 집계됐다.

금과 인플레이션은 상관관계가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은은 금보다 높은 연관성을 보여줬다. 이 자문사는 “구리가 왜 지난 5년 동안 움직임이 없다가 최근 들어 S&P500 수익률을 뛰어넘어 로켓처럼 치솟고 있는지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투자자로선 인플레이션 가능성을 높게 본다면 구리, 원유 같은 자산이나 관련 광산 업체의 주식, 에너지주 및 가치주 등에 포트폴리오를 분배하는 것도 괜찮은 전략이 될 수 있다는 조언이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