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주 vs 경기민감주…지금 뭘 사야하나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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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이 미국의 46대 대통령으로 취임한 20일(현지시간) 뉴욕 증시의 주요 지수는 모두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다우는 0.83%, S&P 500은 1.39% 뛰었고 나스닥은 1.97%나 솟구쳤습니다. 신임 미국 대통령의 취임식 날 S&P 500 지수가 1% 이상 오른 건 사상 처음입니다. 나스닥의 경우 재임 대통령까지 포함해 취임식 날 기록입니다. 이날 백악관을 떠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여러 번 "바이든이 당선되면 증시가 폭락할 것"이라고 저주했었지만 이날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이미 지난해 11월3일 대선일 직후 바이든의 당선 가능성이 커지자 뉴욕 증시는 랠리를 벌여왔습니다. 3일 이후 전날까지 S&P 500 지수는 13% 올랐고 나스닥은 18%나 급등했습니다.
이런 뉴욕 증시의 뜨거운 랠리 뒤에는 세 가지 월가의 컨센서스가 이를 뒷받침하고 있습니다.
① 경제는 회복될 것이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의 1월 글로벌 펀드매니저 설문에서 나타났듯이 가장 큰 위협요인은 백신의 보급 차질입니다. 백신만 제대로 보급된다면 올 봄부터 경제는 차차 정상화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습니다.
바이든 행정부의 코로나 바이러스에 대한 대응 자세는 전임 트럼프 행정부와는 180도 다릅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매일 백신 접종 인원을 100만 명으로 늘리겠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이날 처음으로 서명한 행정명령은 마스크를 쓰라는 겁니다. '100일 마스크 챌린지'로 명명된 첫 행정명령은 미국인들에게 100일간 마스크를 쓰라고 당부하고, 연방시설에서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하는 내용입니다.
이날 웰스파고는 미국의 2021년 경제성장률을 기존 3,8%에서 4.7%로 높였습니다. 그리고 S&P 500 목표치도 3900에서 4100으로 상향 조정했습니다.
② 기업 이익도 점차 증가할 것이다
월가는 당초 4분기 실적에 기대하지 않았습니다. 팩트셋 집계 기준으로 작년 말까지 4분기 기업 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7~9%까지 감소할 것으로 예상됐었습니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예상보다는 훨씬 좋은 결과가 나오고 있습니다. 크레디트스위스에 따르면 지난 19일까지 S&P 500 기업의 10.2%에 달하는 기업이 실적을 발표한 가운데 이중 91%가 월가 예상을 뛰어넘는 실적을 발표했습니다. 이들 기업은 평균적으로 예상을 24.3%나 상회하는 이익을 보고했습니다.
전날 넷플릭스가 유료구독자 2억 명을 넘었다고 발표하면서 이날 16% 폭등했고, 이날 아침 실적을 발표한 프록터앤드갬블(P&G), 유나이티드헬스, 모건스탠리 등이 줄줄이 예상을 상회했습니다. 이런 기업 실적은 경제 회복과 함께 더욱 개선될 것입니다. 월가의 상당수는 지금은 증시 밸류에이션이 높지만 기업 실적 개선이 이어질 경우 높은 주가를 정당화시킬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조시 브라운 리트홀츠자산운용 설립자는 CNBC 인터뷰에서 "올해 미국 경제가 6~7% 성장하고 기업 이익이 40%까지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는데 주식을 팔 때는 아니다"라고 말했습니다.
③ 완화적 재정·통화정책은 지속된다
전날 재닛 옐런 신임 재무장관 지명자는 상원 청문회에서 "금리가 역사적으로 낮은 수준에서 가장 현명한 일은 크게 행동하는 것이다. 그 혜택이 비용을 훨씬 초과할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습니다. 1조9000억 달러에 달하는 추가 부양책을 빨리 통과시켜달라는 뜻입니다. 그러면서 50년물 국채 발행까지 검토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지난 14일 제롬 파월 미 중앙은행(Fed) 의장은 "인플레가 있어도 급격하지 않다면 금리를 올리지는 않겠다", "테이퍼링에는 신중할 것이고 할 때가 되면 한참 전에 알려주겠다"고 밝혔습니다.
이 두 사람은 지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양적완화(QE)를 실시하던 Fed에서 2012년부터 2018년까지 손발을 맞춰왔습니다. 이들이 한 목소리로 돈을 계속 쓰겠다고 말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월가의 컨센서스처럼 시장 환경이 좋다는 건 투자자들도 모두 알고 있습니다. 최근에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은 "그럼 무엇을 살 것인가"라는 겁니다.
시장을 이끌어온 이른바 'FAANG'이라고 불리우는 대형 기술주들은 최근 성과가 좋지 않았습니다. 그동안 코로나 수혜주로 꼽히며 주가가 급등한데다 새로 출범하는 바이든 행정부가 이들을 반독점 등 규제로 옥죌 가능성도 있습니다. 게다가 상승하는 금리는 기술주 전반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또 경기 회복 기대가 강화되면서 증시의 무게중심이 경기순환주로 이동하고 있고, 에어비앤비 등 새로운 기술주나 S&P500 지수에 새로 포함된 테슬라로 매수세가 쏠리면서 상대적으로 소외된 감도 있습니다.
대표적인 예가 아마존입니다. 아마존은 지난해 9월2일 3552.25달러의 사상 최고가 기록을 세운 뒤 3000~3300달러 선에 머물러 왔습니다. 올 들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지난주까지 S&P 500 지수가 1.14% 오른 반면 아마존은 4.18% 내렸지요. 또 같은 기간 페이스북,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등도 각각 4.41%, 3.66%, 2.69%씩 떨어졌습니다. 하지만 전날 페이스북, 알파벳 등이 3%씩 오르는 등 대형 기술주가 일제히 반등한데 이어 이날도 16.85% 폭등한 넷플릭스를 필두로 아마존 4.57%, 애플 3.29%, 마이크로소프트 3.65%, 페이스북 2.44% 등 폭등세를 이어갔습니다. 전날 JP모간은 "FANG 주에 대한 피로감을 떨쳐 버리고 매수에 나서야한다"는 리포트를 내놓았습니다. 4분기 실적 발표를 계기로 다시 수익성을 증명할 것이란 겁니다. JP모간은“구글은 곧 보고서를 통해 클라우드 사업의 수익이 얼마나 되는지를 밝힐 예정”이라며 “이는 투자자들이 구글을 새로운 눈으로 보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또“페이스북도 릴스(중국의 틱톡 같은 짧은 동영상 플랫폼)나 확장한 쇼핑기능이 주가를 더 올릴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그러면서 알파벳, 페이스북, 아마존, 넷플릭스 순으로 매수할 것을 권했습니다. 이들 기술주들은 다음주 초부터 실적을 내놓습니다. 실제 월가에는 여전히 기술주에 돈을 묻어두는 투자자가 많습니다. 전날 BofA 1월 글로벌 펀드매니저 설문(1월8~14일 실시)에서도 두 번째로 붐비는 거래로 '기술주 매수'가 꼽혔습니다. 하지만 많이 오른 기술주보다는 경기민감주, 소형주의 상대적 수익률이 앞설 것이란 관측이 더 강합니다. 모건스탠리의 마이크 윌슨 최고투자책임자는 지난 19일 보고서에서 경제가 정상화되고 부양책에 따른 현금이 쏟아지는 걸 감안해 FAANG보다는 경기민감주, 소형주를 매수할 것을 권했습니다.
윌슨 CIO는 "백신 보급과 함께 경제의 V자 회복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이 1조9000억 달러의 부양책을 제안했다"며 이들 주식을 추천한 이유를 밝혔습니다.
월슨은 "추가 부양책이 의회 논의 과정에서 어느 규모로 수정될지는 모르지만 최소 1조 달러는 넘을 것"이라며 "12월말 통과되어 아직 모두 집행되지도 않은 9000억 달러와 더하면 미국 GDP의 10%에 달하는 돈이 풀리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특히 1인당 2000달러씩 나눠지는 부양책 수표, 연방정부의 추가실업급여 주당 400달러를 감안하면 미국 소비자들에게 약 1조 달러가 직접 지급됩니다.
윌슨은 "모건스탠리 경제학자들의 추정에 따르면 이번 팬데믹으로 발생한 미국인들의 총 임금손실은 3500억 달러인데 그보다 훨씬 더 많은 돈이 필요하지도 않은 사람들에게도 주어지기 때문에 이는 결국 저축과 소비로 이어질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팬데믹으로 인한 침체 속에서도 소매 판매가 지속적으로 강세를 보이는 게 그런 이유 때문이란 겁니다. 그는 특히 이 돈이 투자에 쓰여 증시 등으로 유입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윌슨은 "시장은 최근 강한 투기적 열기를 보여주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예를 들어 주식신용대출(Margin debt)가 지난 6개월 동안 급증해 사상 최고 수준에 달했고, 주식옵션 시장의 풋/콜옵션 비율은 사상 최저로 떨어졌습니다. 개인투자자들의 콜옵션 매입 비중이 급증한 게 원인입니다.
지난 5개월 동안 S&P 500아 약 5% 상승한 반면, 개인들이 몰린 러셀2000 소형주 지수는 무려 35% 폭등했습니다. 윌슨은 "결론은 2021년에는 지난 10년간 시장을 이끈 대형 기술주에서 벗어나 계속 증가할 재정 부양의 혜택을 받을 경기민감주에 투자하라. 특히 인플레이션 압력을 버텨낼 수 있는 주식을 사라"고 조언했습니다.
인플레이션이 높아질 것이란 건 월가의 컨센서스입니다. 그 정도와 속도가 문제겠지요.
이와 관련, 열렬한 민주당 지지자인 폴 크루그먼 뉴욕시립대 교수는 19일 트위터를 통해 의미있는 메시지를 전했습니다. 더 많은 국가 빚을 내서 써도 괜찮을 것이란 내용이었습니다. 물론 많은 사람들이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이지만 2008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그로부터 들으면 더 명쾌할 겁니다. 그의 트윗 내용을 그대로 전합니다.
"많은 사람들로부터 그 많은 부채를 미국이 어떻게 갚을 지 걱정하는 메일을 받고 있다. 미국은 그 빚을 꼭 갚을 필요가 없다. 세계 2차 대전 때를 봐라. 미국은 한 번도 전쟁 빚을 갚은 적이 없다. 그냥 계속 차환 발행을 통해 국채의 만기를 연장했다. 그러면 경제 성장과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시간이 흐르면서 그 빚이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점점 줄었다. 그래서 1960년대에는 2차 대전 전쟁 빚의 경제적 의미는 미미해졌다.
우리는 매년 달러 기준 3~4% 성장하는 GDP를 갖고 있다. 그리고 연방정부는 금리 1% 미만으로 돈을 빌리고 있다. 이건 정말 감당할 수 없는 엄청난 빚이 아니라면, 시간이 흐를수록 GDP에서 차지하는 빚의 비중은 저절로 녹아버릴 것이란 뜻이다. 우리가 24조 달러에 달하는 국가 부채를 갖고 있지만 당신이 이걸 과대 평가하지 않고 분석한다면 별다른 가시적 문제는 없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