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의 주가가 지속적으로 오르고 있다. 이미 이들 기업의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수준)이 높아진 만큼 테크 분야에서 반도체 투자 비중을 줄이고, 다시 플랫폼 기업으로 눈을 돌릴 때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달 들어 미국 빅테크 기업과 반도체 기업들이 동시에 시장 수익률을 웃돌았다. 2일(현지시간)까지 S&P500이 3.02% 오르는 동안 NYSE FANG+지수는 4.82%,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는 5.55% 올랐다. 플랫폼 기업은 지난해 4분기부터 조정 구간에 진입한 반면 반도체 기업들은 4분기 급등했다. 코로나19로 침체됐던 경기가 회복될 조짐을 보이면서 경기민감주에 속하는 반도체 기업 주가도 살아난 것이다. 작년 4분기부터 이날까지 NYSE FANG+지수는 24.80% 오른 데 비해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는 35.79% 급등했다.

마크 해펠르 UBS 글로벌자산관리(WM)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이날 보고서를 통해 “지난 분기 반도체가 앞서나갔다면 이번에는 플랫폼이 치고나갈 때”라며 반도체 비중을 조정하고 플랫폼 기업에 다시 투자할 타이밍이라고 조언했다. 반도체 분야가 시장을 웃도는 시기가 끝나가고 있다는 것이다.

해펠르 CIO는 “UBS는 올해 반도체 기업들의 이익 증가율이 30%에 달할 것으로 전망하는데, 반도체 기업들의 올해 이익 기준 밸류에이션은 26배로 이미 가격에 기대치가 상당 부분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플랫폼 기업들은 올해 20%의 이익 증가율이 기대되는데, 이들이 받고 있는 밸류에이션에 비해 더 긍정적이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기술 투자 사이클을 봤을 때도 플랫폼 기업들의 차례가 오고 있다고 강조했다. 역사적으로 대규모 투자 사이클이 왔을 때 반도체와 하드웨어가 사이클을 시작하고, 플랫폼과 인터넷 기업이 그 뒤를 따라간다는 것이다. 경기민감주로 분류되는 반도체뿐만 아니라 플랫폼 기업을 통해서도 경기 회복기의 수혜를 볼 수 있다는 의미다. 특히 5세대(5G) 이동통신 시대의 수혜를 플랫폼 기업이 가장 많이 누릴 것으로 예상했다. 해펠르 CIO는 “투자자들이 이런 순환의 시기를 미리 준비해야 할 시점”이라며 “중국의 플랫폼 기업들이 지난해 말 상승 랠리를 시작한 게 대표적 사례”라고 설명했다.

반도체 기업들의 주가 상승을 기회로 삼아 차익을 실현하고, 플랫폼 기업 성장의 과실을 누리라고 강조하면서도 예외는 있었다. 반도체 기업 중에서도 한국 기업은 여전히 긍정적으로 평가한다고 했다. 해펠르 CIO는 “UBS는 일부 반도체 기업은 긍정적으로 평가하는데 메모리 반도체 기업, 그중에서도 한국 기업들을 여전히 선호한다”고 강조했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