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15일만 바라보고 있었는데, 공매도 조치가 다시 연장돼 올해 목표 수익률 달성이 사실상 불가능해졌습니다.”

지난 3일, 다음달 만료 예정이었던 국내 주식시장의 공매도 금지 조치가 오는 5월 2일까지 연장되자 한 전문사모운용사 대표는 “사모펀드 업계는 존폐를 걱정해야 하는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며 위기감을 토로했다. 이 운용사는 재작년까지 5000억원이 넘는 순자산총액(AUM)을 전액 롱쇼트 전략에 투입하던 운용사다. 지난달 기준 롱쇼트 AUM은 300억원대로 쪼그라들었다. 공매도가 금지되면서 주식형 사모펀드의 주축인 롱쇼트 전략이 ‘무용지물’로 전락한 영향이다.

업계에서는 한국형 헤지펀드의 위축에 공매도 금지도 주요한 역할을 했다고 주장한다. 라임 사태를 겪으며 사모펀드로의 신규 자금 유입이 막힌 상황에서 환매중단 사태와 무관한 롱쇼트 전략까지 정상적으로 기능하지 못하며 부진하자 사모펀드를 향한 투자자들의 실망이 더욱 커졌다는 분석이다. 전문사모운용업계에 따르면 복수 전략을 병행하는 멀티 스트래티지(다중전략)를 제외한 순수 롱쇼트 전략 펀드의 순자산은 7000억원대로 집계된다. 이들은 지난해 평균적으로 13.88% 수익을 올리며 코스피지수 상승률(30.76%)을 밑도는 성적을 냈다.

전문가들은 공매도에 대한 개인 투자자들의 인식에 오해가 있다고 항변한다. 사모운용사들은 공매도를 매수와 병행해 안정적인 수익률을 올리기 위한 ‘안전장치’로 활용할 뿐, 악의적으로 주가를 끌어내리려는 목적으로 사용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경쟁사인 A와 B가 존재하는 상황에서 보다 유망하다고 판단하는 A기업을 매수(롱)하고 B기업을 매도(쇼트)해 손실 리스크를 축소하고 두 종목 간 수익률 차이를 가져가는 것이 롱쇼트 전략의 핵심이다.

익명을 요청한 한 전직 사모펀드 매니저는 “공매도 금지에 대응해 지수 선물 등을 활용한 롱쇼트 전략을 구사하려고 노력했지만, 시장이 급등하고 변동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정상적인 운용이 불가능했다”며 “최대 손실이 무한대인 공매도를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사례는 드물다”고 말했다.

전범진 기자 forwar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