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 일시적…그냥 지켜보겠다" 파월이 부른 '테크 탠트럼' [조재길의 지금 뉴욕에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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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국채 수익률 또 급등하며 기술주 급락
시장이 원했던 'Fed 개입 힌트' 없었다
유가 4.2% 뛰고 금값은 1700달러 붕괴
시장이 원했던 'Fed 개입 힌트' 없었다
유가 4.2% 뛰고 금값은 1700달러 붕괴
글로벌 경제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인물은 말 한 마디로 시장을 뒤흔들 수 있습니다. 제롬 파월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이 4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이 주최한 화상 컨퍼런스에서 한 발언이 대표적입니다.
파월은 이날 “경기 회복으로 인플레이션 상승 압력이 있을 수 있으나 인내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잠잠했던 주식·채권 시장이 이 발언 직후 요동쳤습니다. 미국 국채 수익률이 급등했고 증시는 급락했습니다. ‘인내하겠다’는 건 ‘인위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겠다’는 말입니다. 즉 국채 금리가 더 뛰더라도 시장 개입에 나서지 않겠다는 의미로 시장이 해석했습니다.
투자회사 바이털날리지의 애덤 크리사풀리 창업자는 “파월이 (국채 시장과 관련해) 시장 안정성 발언을 내놓지 않았다는 건 다소 부정적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며 “특히 국채 금리 급등 때 어떤 조치를 취할 지에 대해 모호한 입장을 보였다”고 말했습니다.
작년 초저금리를 등에 업고 급등했던 대형 기술주들의 주가는 급락세를 보였습니다. 월가에선 ‘테크 텐트럼’(Tech Tantrum·기술주 발작)으로 묘사할 정도입니다. 2013년 벤 버냉키 당시 Fed 의장이 자산매입 규모를 축소할 의사를 내비치자 국채 금리가 급등하고 주가가 급락했던 ‘테이퍼 탠트럼’(Taper Tantrum·긴축 발작)에 빗댄 겁니다.
이날 미국 시장에서 주목 받은 지수·가격 움직임은 아래와 같습니다.
- 미 국채 금리 또 급등(10년 만기 연 1.54%로 0.07%P 상승)
- 나스닥의 올해 상승률, 마이너스로 전환
- 국제 유가 급등(WTI, 배럴당 63.83달러로 4.2% 상승)
- 국제 금값(4월 선물)은 온스당 1700달러 붕괴
- 달러인덱스 급등(0.75% 상승한 91.627)
아래는 오늘 아침 한국경제TV ‘굿모닝 투자의 아침’과의 인터뷰 내용입니다.
▶먼저 (한국시간으로 오늘 새벽) 마감한 미국 증시의 특징적인 부분을 짚어주시죠.
그동안 친(親)시장적인 발언을 이어왔던 제롬 파월 Fed 의장이 오늘은 달랐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이 주최한 화상 컨퍼런스에 참석해서 발언한 시간이 미국 동부시간 기준으로 오후 12시 5분(한국시간 오전 2시 5분)이었는데, 여기서 “백신 보급 확대로 경제가 재개되면 인플레이션 상승 압력이 있을 것”이라면서도 “Fed는 인내하겠다”고 했습니다.
파월은 “인플레이션이 연내 목표치(2.0%)를 넘지 않을 것이고, 또 일시 급등하더라도 다시 떨어질 것이기 때문”이란 설명도 내놨습니다. 경제 재개 후 물가 상승은 자연스러운 현상이고, 국채 금리 상승이 수반될 수 있지만 중앙은행이 인위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을 것이란 의미로 시장이 해석했습니다.
직접 국채 금리에 대해서도 얘기했는데요 “국채 금리 급등을 지켜봤는데, 우리는 이것만 주시하지 않고 금융 시장 전반을 지켜보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Fed가 장기 국채 금리를 안정화시킬 수 있는 방안인 수익률 곡선 통제(YCC·목표 금리를 초과 상승하는 장기 국채의 무제한 매입)나 오퍼레이션 트위스트(OT·단기 채권을 매도하고 장기 채권을 매입)를 도입할 것이란 관측이 있었는데, 전혀 힌트를 주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시장에 맡기겠다’는 쪽으로 해석될 여지가 컸습니다. 주식과 채권 시장은 크게 실망했습니다. 어제 연 1.47%로 마감했던 미 국채 10년 만기 수익률은 오전 중 별 변동이 없다가 파월 발언 직후 1.555%까지 급등했습니다. 장중 0.1%포인트 넘게 움직였습니다. 다만 지난주 기록했던 연 1.614%의 최고 기록보다는 조금 낮습니다.
오전 중 별 움직임이 없던 증시는 오후에 급락했습니다. 저금리 수혜를 가장 많이 봤던 나스닥 기술주의 하락폭이 컸습니다. 나스닥 지수의 올해 상승률은 마이너스로 돌아섰습니다.
월가의 공포지수로 불리는 시카고옵션거래소 변동성지수(VIX)는 한때 10% 넘게 뛰었다가 7.12% 오른 28.57로 마감했습니다.
▶Fed는 미 경제가 완만히 회복하고 있다고 진단하면서도, 국채금리 급등 땐 개입할 수 있다고 시사하지 않았습니까.
파월 의장이 오늘 언급하지 않았지만 Fed 핵심 인사 중 일부는 채권 시장 개입을 시사했었습니다. Fed 산하 필라델피아연방은행의 패트릭 하커 총재와 시카고연방은행의 찰스 에번스 총재는 어제 “국채 금리가 급등할 경우 YCC 정책을 쓸 수도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Fed 내부적으로도 다양한 검토를 하고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Fed는 기본적으로 향후 경기에 대해 낙관하고 있습니다. 어제 경기동향 보고서인 베이지북에서 “올 들어 완만한 회복세를 지속하고 있고, 인플레이션 징후도 거의 없다”고 진단했습니다. 파월은 오늘 “경제를 긍정적으로 전망할 이유는 충분하다”고 했습니다.
국채 금리가 이달 들어 치솟고 있는 건 크게 보면 두 가지 이유에서입니다. 첫 번째는 당초 예상보다 경제가 빠르게 회복하고 있는 겁니다. 백신 보급 확대 등의 영향으로 경제 조기 재개에 대한 기대가 커졌고 물가 상승 압력이 높아졌습니다. 두 번째는 슈퍼 부양책입니다. 작년 말 9000억달러에 이어 이번 달 1조9000억달러가 추가 집행될 것으로 보입니다. 그럼 대규모 국채 발행이 불가피한데, 물량이 쏟아지면 채권값이 떨어지고 금리는 오를 것으로 시장이 예측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오는 16~17일로 예정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가 주목 받고 있습니다. Fed는 국채 금리 급등이 일시적인 현상이라고 보고 있지만 지금처럼 시장 불안이 지속될 경우 이 회의 직후 열리는 브리핑에서 시장 개입을 시사할 수도 있습니다.
▶지속적으로 시장을 주시해야겠는데요, 앞으로 체크할 이슈나 이벤트가 있다면.
역시 국채 금리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해야 합니다. 금리 급등이 Fed의 조기 테이퍼링(자산 매입 축소)을 유도할 것이란 걱정이 크고, 또 채권 금리 상승 자체도 기업·가계의 대출 금리 부담을 키우는 만큼 경제엔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기 때문입니다.
1조9000억달러짜리 슈퍼 부양책은 조만간 상원을 통과할 가능성이 대단히 높습니다. 법안에서 최저임금 인상안이 빠지면서 상원의 여당 내에선 더 이상 이견이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민주당이 상원 과반 의석을 사실상 확보한 만큼 다음주 내 새 법안을 처리하고 다시 하원으로 보낼 것으로 보입니다.
다음주에 유의해서 봐야 할 경제 지표로는 물가지수가 있습니다. 수요일인 10일에 2월의 소비자 물가지수, 12일엔 생산자 물가지수가 각각 나옵니다. 국제 유가가 많이 뛰었던 만큼 인플레이션 압력이 다소 셌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작년 4분기 기업 실적 발표는 마무리되는 분위기인데요, 그나마 주목할 만한 기업으로는 소프트웨어 업체인 오라클과 극장 체인 AMC 엔테테인먼트가 있습니다. 두 회사 모두 10일에 실적을 공개합니다.
<다음주에 나오는 경제 지표>
- 10일(수) : 2월 소비자 물가지수(1월엔 0.3% 상승)
- 11일(목) : 신규 주간 실업수당 청구건수
- 12일(금) : 2월 생산자 물가지수(1월엔 1.3% 상승) / 3월 미시간대 소비자 태도지수(예비치·2월은 76.8이었음)
<다음주 발표하는 기업 실적>
- 9일(화) : 딕스 스포팅 구스, 익스프레스
- 10일(수) : 오라클, AMC 엔터테인먼트
- 12일(금) : 커크랜드
뉴욕=조재길 특파원 road@hankyung.com
파월은 이날 “경기 회복으로 인플레이션 상승 압력이 있을 수 있으나 인내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잠잠했던 주식·채권 시장이 이 발언 직후 요동쳤습니다. 미국 국채 수익률이 급등했고 증시는 급락했습니다. ‘인내하겠다’는 건 ‘인위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겠다’는 말입니다. 즉 국채 금리가 더 뛰더라도 시장 개입에 나서지 않겠다는 의미로 시장이 해석했습니다.
투자회사 바이털날리지의 애덤 크리사풀리 창업자는 “파월이 (국채 시장과 관련해) 시장 안정성 발언을 내놓지 않았다는 건 다소 부정적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며 “특히 국채 금리 급등 때 어떤 조치를 취할 지에 대해 모호한 입장을 보였다”고 말했습니다.
작년 초저금리를 등에 업고 급등했던 대형 기술주들의 주가는 급락세를 보였습니다. 월가에선 ‘테크 텐트럼’(Tech Tantrum·기술주 발작)으로 묘사할 정도입니다. 2013년 벤 버냉키 당시 Fed 의장이 자산매입 규모를 축소할 의사를 내비치자 국채 금리가 급등하고 주가가 급락했던 ‘테이퍼 탠트럼’(Taper Tantrum·긴축 발작)에 빗댄 겁니다.
이날 미국 시장에서 주목 받은 지수·가격 움직임은 아래와 같습니다.
- 미 국채 금리 또 급등(10년 만기 연 1.54%로 0.07%P 상승)
- 나스닥의 올해 상승률, 마이너스로 전환
- 국제 유가 급등(WTI, 배럴당 63.83달러로 4.2% 상승)
- 국제 금값(4월 선물)은 온스당 1700달러 붕괴
- 달러인덱스 급등(0.75% 상승한 91.627)
아래는 오늘 아침 한국경제TV ‘굿모닝 투자의 아침’과의 인터뷰 내용입니다.
▶먼저 (한국시간으로 오늘 새벽) 마감한 미국 증시의 특징적인 부분을 짚어주시죠.
그동안 친(親)시장적인 발언을 이어왔던 제롬 파월 Fed 의장이 오늘은 달랐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이 주최한 화상 컨퍼런스에 참석해서 발언한 시간이 미국 동부시간 기준으로 오후 12시 5분(한국시간 오전 2시 5분)이었는데, 여기서 “백신 보급 확대로 경제가 재개되면 인플레이션 상승 압력이 있을 것”이라면서도 “Fed는 인내하겠다”고 했습니다.
파월은 “인플레이션이 연내 목표치(2.0%)를 넘지 않을 것이고, 또 일시 급등하더라도 다시 떨어질 것이기 때문”이란 설명도 내놨습니다. 경제 재개 후 물가 상승은 자연스러운 현상이고, 국채 금리 상승이 수반될 수 있지만 중앙은행이 인위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을 것이란 의미로 시장이 해석했습니다.
직접 국채 금리에 대해서도 얘기했는데요 “국채 금리 급등을 지켜봤는데, 우리는 이것만 주시하지 않고 금융 시장 전반을 지켜보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Fed가 장기 국채 금리를 안정화시킬 수 있는 방안인 수익률 곡선 통제(YCC·목표 금리를 초과 상승하는 장기 국채의 무제한 매입)나 오퍼레이션 트위스트(OT·단기 채권을 매도하고 장기 채권을 매입)를 도입할 것이란 관측이 있었는데, 전혀 힌트를 주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시장에 맡기겠다’는 쪽으로 해석될 여지가 컸습니다. 주식과 채권 시장은 크게 실망했습니다. 어제 연 1.47%로 마감했던 미 국채 10년 만기 수익률은 오전 중 별 변동이 없다가 파월 발언 직후 1.555%까지 급등했습니다. 장중 0.1%포인트 넘게 움직였습니다. 다만 지난주 기록했던 연 1.614%의 최고 기록보다는 조금 낮습니다.
오전 중 별 움직임이 없던 증시는 오후에 급락했습니다. 저금리 수혜를 가장 많이 봤던 나스닥 기술주의 하락폭이 컸습니다. 나스닥 지수의 올해 상승률은 마이너스로 돌아섰습니다.
월가의 공포지수로 불리는 시카고옵션거래소 변동성지수(VIX)는 한때 10% 넘게 뛰었다가 7.12% 오른 28.57로 마감했습니다.
▶Fed는 미 경제가 완만히 회복하고 있다고 진단하면서도, 국채금리 급등 땐 개입할 수 있다고 시사하지 않았습니까.
파월 의장이 오늘 언급하지 않았지만 Fed 핵심 인사 중 일부는 채권 시장 개입을 시사했었습니다. Fed 산하 필라델피아연방은행의 패트릭 하커 총재와 시카고연방은행의 찰스 에번스 총재는 어제 “국채 금리가 급등할 경우 YCC 정책을 쓸 수도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Fed 내부적으로도 다양한 검토를 하고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Fed는 기본적으로 향후 경기에 대해 낙관하고 있습니다. 어제 경기동향 보고서인 베이지북에서 “올 들어 완만한 회복세를 지속하고 있고, 인플레이션 징후도 거의 없다”고 진단했습니다. 파월은 오늘 “경제를 긍정적으로 전망할 이유는 충분하다”고 했습니다.
국채 금리가 이달 들어 치솟고 있는 건 크게 보면 두 가지 이유에서입니다. 첫 번째는 당초 예상보다 경제가 빠르게 회복하고 있는 겁니다. 백신 보급 확대 등의 영향으로 경제 조기 재개에 대한 기대가 커졌고 물가 상승 압력이 높아졌습니다. 두 번째는 슈퍼 부양책입니다. 작년 말 9000억달러에 이어 이번 달 1조9000억달러가 추가 집행될 것으로 보입니다. 그럼 대규모 국채 발행이 불가피한데, 물량이 쏟아지면 채권값이 떨어지고 금리는 오를 것으로 시장이 예측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오는 16~17일로 예정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가 주목 받고 있습니다. Fed는 국채 금리 급등이 일시적인 현상이라고 보고 있지만 지금처럼 시장 불안이 지속될 경우 이 회의 직후 열리는 브리핑에서 시장 개입을 시사할 수도 있습니다.
▶지속적으로 시장을 주시해야겠는데요, 앞으로 체크할 이슈나 이벤트가 있다면.
역시 국채 금리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해야 합니다. 금리 급등이 Fed의 조기 테이퍼링(자산 매입 축소)을 유도할 것이란 걱정이 크고, 또 채권 금리 상승 자체도 기업·가계의 대출 금리 부담을 키우는 만큼 경제엔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기 때문입니다.
1조9000억달러짜리 슈퍼 부양책은 조만간 상원을 통과할 가능성이 대단히 높습니다. 법안에서 최저임금 인상안이 빠지면서 상원의 여당 내에선 더 이상 이견이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민주당이 상원 과반 의석을 사실상 확보한 만큼 다음주 내 새 법안을 처리하고 다시 하원으로 보낼 것으로 보입니다.
다음주에 유의해서 봐야 할 경제 지표로는 물가지수가 있습니다. 수요일인 10일에 2월의 소비자 물가지수, 12일엔 생산자 물가지수가 각각 나옵니다. 국제 유가가 많이 뛰었던 만큼 인플레이션 압력이 다소 셌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작년 4분기 기업 실적 발표는 마무리되는 분위기인데요, 그나마 주목할 만한 기업으로는 소프트웨어 업체인 오라클과 극장 체인 AMC 엔테테인먼트가 있습니다. 두 회사 모두 10일에 실적을 공개합니다.
<다음주에 나오는 경제 지표>
- 10일(수) : 2월 소비자 물가지수(1월엔 0.3% 상승)
- 11일(목) : 신규 주간 실업수당 청구건수
- 12일(금) : 2월 생산자 물가지수(1월엔 1.3% 상승) / 3월 미시간대 소비자 태도지수(예비치·2월은 76.8이었음)
<다음주 발표하는 기업 실적>
- 9일(화) : 딕스 스포팅 구스, 익스프레스
- 10일(수) : 오라클, AMC 엔터테인먼트
- 12일(금) : 커크랜드
뉴욕=조재길 특파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