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셋대우가 대우증권을 품에 안은 지 4년 만에 사명에서 ‘대우’를 지운다. 지난해 업계 최초로 연간 영업이익 1조원을 달성하며 국내 1위 증권사 자리를 굳힌 만큼 ‘미래에셋’으로 브랜드를 통합해 새출발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미래에셋대우는 9일 이사회를 열어 사명을 ‘미래에셋대우’에서 ‘미래에셋증권’으로 변경하기로 했다. 국내외에서 쓰이는 CI(기업 이미지)를 통합해 브랜드 가치를 높여나가겠다는 취지다. 해외에서는 이미 ‘Mirae Asset Securities’라는 이름을 사용하고 있다. 국내에서만 쓰이는 ‘대우’ 흔적을 제거하는 셈이다.

미래에셋 측은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한 지금이 브랜드 통합 작업에 나설 적기라고 판단했다. 통합 미래에셋대우 출범 이후 3~5년 정도면 이질적인 조직문화가 어우러질 것이란 기대도 있었다. 회사 관계자는 “합병 이후 두 회사 간 화학적 결합을 마치고 완전히 하나의 조직으로 융합된 상태”라며 “사명 변경을 통해 브랜드 가치를 제고할 적절한 시기라고 보고 결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래에셋대우는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 1조1047억원(잠정 실적)을 달성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주식 광풍에 해외주식 열기까지 더해져 1년 새 영업이익이 52%나 늘었다.

2015년 12월 KDB대우증권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미래에셋증권은 이듬해 대우증권을 합병, 통합 미래에셋대우를 출범시킨 바 있다. 당시 박현주 회장은 대우증권의 브랜드 가치를 존중해 새 합병법인 이름을 미래에셋대우로 정했다.

미래에셋증권과 대우증권이 합병할 당시 증권업계는 “미꾸라지들만 우글거리던 업계에 초대형 가물치가 등장했다”며 긴장했다. 당시 자기자본 1위였던 NH투자증권(4조5000억원)의 두 배에 달하는 초대형 증권사가 탄생했기 때문이다. 실제 합병 시너지는 기대 이상이었다. 현재 미래에셋대우의 자기자본은 9조2000억원까지 늘었고, 고객자산 약 351조원, 자산규모 132조원으로 국내 압도적 1위 증권사로 발돋움했다.

회사 관계자는 “사명 변경을 통해 국내를 넘어 글로벌 시장에서 브랜드 파워를 한층 강화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철저한 리스크 관리를 바탕으로 균형 잡힌 수익구조를 공고히 해 글로벌 선두권 투자은행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재원 기자 wonderf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