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전문점 IPO 또 '쓴맛'
국내 첫 커피전문점 상장사가 될 것으로 기대됐던 투썸플레이스가 기업공개(IPO)를 철회하면서 커피전문점의 상장 무산 ‘잔혹사’가 이어지고 있다. 시장의 과도한 경쟁에 따른 낮은 수익률과 가맹점 관리 문제 등이 이번에도 걸림돌로 작용한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투썸플레이스가 이달 초 상장 추진을 철회키로 결정한 데 대해 투자은행(IB)업계에선 “예상했던 일”이라는 반응이다. 상장 추진이 급작스러웠고 절차도 빠르게 진행돼 초반부터 “진짜 진행하는 것 맞냐”는 의혹이 나왔기 때문이다.

IB업계에서는 투썸플레이스가 상장 문턱에서 주저앉은 것은 기업 가치나 업계 분석이 예상만큼 나오지 않아서라고 분석하고 있다. 커피전문점업계 부동의 1위인 스타벅스가 비상장 상태라 ‘2인자’인 투썸플레이스의 미래 가치를 산정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대주주가 사모펀드(PEF)라는 것도 단점으로 꼽혔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대주주의 구주 매출을 위해 지나치게 기업가치를 높이면 투자자가 외면해 공모에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투썸플레이스에서 당초 기업 홍보를 목적으로 IPO를 진행했다는 의견도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작년과 올해 매출이 잘 나왔다는 것을 홍보하기 위해 위장 IPO를 선택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며 “입찰에 참여한 증권사들이 만든 투썸플레이스의 장단점, 성장 전략 등만 빼간 셈”이라고 설명했다.

커피전문점의 IPO 무산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1년부터 상장을 추진하던 카페베네와 커핀그루나루는 무리한 사업 확장과 매출 악화를 이유로 상장을 포기했다. 2017년부터 상장에 나섰던 이디야는 가맹점주 지원에 집중하기로 결정하며 철회했다.

커피전문점이 IPO에 번번이 실패하는 가장 큰 이유는 경쟁 격화가 꼽힌다. 커피숍은 초기 투자금이 비교적 적게 들어가 진입장벽이 낮다. 코로나19 충격에도 올 2월 기준 전국 커피전문점은 7만1906개(국세통계포탈)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만 개(15%) 가까이 늘었다.

그러다 보니 대주주는 어느 정도 확장이 진행되면 IPO 대신 매각을 통해 자금을 빼는 경우가 많다. IMM프라이빗에쿼티(PE)는 지난해 할리스커피를 KG그룹에 매각했고, 올해는 대용량·저가 커피 브랜드인 메가커피가 식자재 수입 유통 전문기업인 보라티알에 팔렸다.

윤아영 기자 youngmone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