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의 전자결제 플랫폼 카카오페이가 다음달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한다. 국내 기업공개(IPO) 사상 최초로 일반청약 물량의 100%를 균등 배정하기로 했다. 최소 청약 수량인 20주를 신청한 청약자들에게 주식을 똑같이 나눠주기로 한 것이다. 카카오뱅크 상장 직후 청약에 나서는 만큼 흥행을 노린 포석으로 보인다.

카카오페이, 국내 첫 100% 균등배정…증거금 100만원 내면 최소 1株 준다
2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카카오페이는 이날 금융감독원에 증권신고서를 제출하고 공모 절차에 들어갔다. 총 공모주식은 1700만 주, 희망 공모가격은 6만3000~9만6000원으로 제시했다. 상장 직후 시가총액은 8조2131억~12조5152억원으로 예상된다. 이번 공모로 1조710억~1조6320억원을 조달할 전망이다. 오는 7월 29~30일 기관투자가 대상 수요예측을 진행해 최종 공모가를 확정하고, 8월 4~5일 일반청약을 받은 뒤 8월 12일 상장할 예정이다. 최대 2조5530억원을 공모하는 카카오뱅크와 1주일 차이로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할 것으로 보인다. 주요 계열사가 잇달아 유가증권시장에 입성하는 것은 전례 없는 일이다.

카카오페이는 흥행을 위해 최소 청약 수량인 20주를 청약한 사람을 대상으로 주식을 균등하게 나눠주기로 했다. 그동안 전체 물량의 50%를 균등하게 배정하고 나머지는 증거금에 비례해 배분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회사 측은 “전 국민 생활금융 플랫폼 카카오페이의 사용자이기도 할 모든 청약자에게 주주가 될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공모가가 상단인 9만6000원에서 정해질 경우 20주를 청약하려면 증거금으로 96만원이 필요하다. 일반청약 물량은 삼성증권에 324만5455주, 대신증권에 185만4545주가 배정됐다. 지난 5월 470만 명이 몰렸던 SK아이이테크놀로지 청약 때처럼 신청이 폭주할 경우 무작위 추첨으로 주식을 배정할 수도 있다. 다만 중복 청약이 금지돼 삼성증권과 대신증권 두 곳 중 한 곳에서만 청약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증권사별로 1~2주는 배정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카카오페이는 카카오뱅크와 달리 공모가를 공격적으로 책정했다는 평가다. 올초 증권가가 예상한 적정 시가총액은 10조원대였으나 이보다 높은 16조6000억원대로 제시했다. 2017년 카카오에서 분사할 당시 약 6000억원으로 평가받은 회사가 4년 만에 25배 이상으로 불어난 것이다. 비교 기업으로는 페이팔, 스퀘어, 브라질 팍세그루디지털 등 전자결제 플랫폼 기업이 포함됐다. 세계적으로 금융결제 시장을 장악한 테크핀 기업들이 주목받으면서 덩달아 카카오페이 몸값도 높아졌다는 분석이다.

성장 속도는 가파르다. 카카오페이의 지난해 거래액은 67조원, 올해는 100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영업수익은 2844억원으로 전년(1411억원) 대비 2배가량 늘었고 같은 기간 영업손실은 179억원으로 전년 대비 3분의 1로 줄었다. 전체 거래액의 80%를 차지했던 송금 비중이 50%대로 낮아지면서 수익성이 개선됐다. 올해는 순이익 분기점을 돌파할 것으로 전망된다. 누적 가입자는 3500만 명을 돌파했다.

전예진 기자 ac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