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금융시장에 대해 “리플레이션과 디스인플레이션 신호가 혼재된 상태”라는 증권가의 진단이 나왔다. 리플레이션은 경제가 침체에서 벗어나 회복세를 보임에 따라 물가가 일정 부분 오르는 현상을, 디스인플레이션은 물가 상승률이 둔화하는 현상을 일컫는다. 완만한 물가 상승 전망과 걷잡을 수 없는 인플레이션으로 미국 중앙은행(Fed)의 조기 긴축 가능성이 공존하고 있다는 얘기다. 이런 혼란한 상황 속에서 투자자들은 특정 업종으로 압축 대응하기보다는 스타일과 업종, 기업 규모 등의 제약에서 벗어나 가격 매력이 돋보이는 종목을 두루 담는 것이 좋다는 조언이다.

5일 서정훈 삼성증권 연구원은 “리플레이션과 디스인플레이션 진영 간의 공방전이 더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며 “이 같은 불확실성은 보통 지수 하락으로 이어지곤 했지만 최근엔 지수가 쉽게 하락하지 않고 견고하게 버티는 모습이 관찰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국내 증시는 물론 글로벌 증시 대부분이 혼돈 속에서도 역사적 고점에 위치해 있다는 얘기다. 그는 “시장 참여자의 위험 선호가 불확실성에 함몰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국내 증시에 대해서는 밸류에이션이 낮은 상태라 지수 방향성만 놓고 보면 여전히 오를 가능성이 높다고 예측했다. 유가증권시장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11.6배로, 연초 14배 수준에서 떨어졌다. 서 연구원은 “지수가 계단식 상승 과정을 밟아오면서 기술적 지표에서도 과열 신호는 감지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산발적 순환매 장세가 지속되고 있기 때문에 특정 업종으로 압축 대응하기보다 포트폴리오의 외연을 넓히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조언도 나왔다. 서 연구원은 “중장기적으로는 여전히 경기민감주, 가치주의 선전을 기대할 수 있지만 방어주, 성장주의 최근 상승 동력이 두드러진다는 점을 간과할 수 없다”고 했다. 또 “헬스케어의 경우 상반기 가장 부진한 성과를 냈기 때문에 저평가된 상태”라고 관측했다. 국내 소재 관련주에 대해서도 “하반기 이익 성장이 지속되고 있지만 최근까지 조정이 진행됐다”며 유망하게 봤다. 그동안 부진했던 코스닥지수가 하반기 더 눈여겨볼 대상이라고도 말했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