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준석 한컴라이프케어 대표가 회사 비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류은혁 기자
우준석 한컴라이프케어 대표가 회사 비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류은혁 기자
"쿠팡 물류센터 화재 진압 중 순직한 소방관에게 애도를 표합니다. 다시는 이런 비극적인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선 소방관들의 안전장비에 정보통신기술(ICT)을 접목해야 합니다."(우준석 한컴라이프케어 대표)

안전 장비 업체 한컴라이프케어가 유가증권시장에 상장을 앞두고 있다. 올해 상장되는 기업 중 유가증권시장 진입은 이번이 세 번째가 될 전망이다. 한컴라이프케어는 최근 대형 화재사고와 맞물려 ICT 기술을 접목한 소방·산업 안전플랫폼 사업으로 주목받았다. 이전에는 공공기관에 납품하는 회사다보니 성장성에 대해 의문이 제기되기도 했지만, 이제는 민간에도 안전에 대한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시장의 관심이 한컴라이프케어로 집중되고 있다.

우준석 대표는 9일 <한경닷컴>과의 인터뷰에서 최근 안타까운 화재사고와 함께 상장의 포부를 밝혔다. 우 대표는 "소방복 등 안전장비에 ICT 기술이 접목했다면,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하지 않았을까라는 생각도 해봤다"며 '사람을 살리는 기술'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이천 쿠팡물류센터 화재에서 소방대원이 화재 현장 내부에 진입했다가 미처 빠져나오지 못하면서 순직하는 일이 발생했다. 한컴라이프케어는 ICT 안정장비를 통해 소방대원들의 위치와 건강상태 등을 중앙관제시스템에서 파악할 수 있는 플랫폼을 구축하고 있다. 현장에 도입됐다면 구조대원들의 인명 피해를 줄이는데 도움이 됐으리라는 게 우 대표의 생각이다.

우 대표는 "다양한 ICT기술을 바탕으로 해외 수입에 의존하던 소방복과 공기호흡기 등 안전장비를 국산화하면서 국내 소방 산업 발전을 주도했다"며 "4차 산업혁명시대에 걸맞게 '토털 안전 플랫폼' 기업으로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로 50주년을 맞은 한컴라이프케어는 1971년 설립돼 소방 및 방위산업, 유관 공공기관 등에 납품하는 안전장비 업체다. 2017년 한글과컴퓨터 자회사로 편입됐다. 국내 최초로 공기호흡기 독자 개발했다. 50년간 축적된 기술력을 바탕으로 다양한 안전장비 및 제품을 공급하는 등 국내 공기호흡기 시장점유율 96%를 차지하는 독보적인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 최근 대규모 자연재해나 질병, 안전사고로 인해 주목을 받고 있는 개인안전장비(PPE) 시장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현재 조선, 화학, 반도체 등 각종 산업현장에서 작업자들의 안전을 보호하는 산업용방독면, 화학보호복, 방열복 등의 제품 라인업을 가지고 있다.
한컴라이프케어의 '소방 공기호흡기' 제품. /사진=한컴라이프케어
한컴라이프케어의 '소방 공기호흡기' 제품. /사진=한컴라이프케어
우 대표는 "향후 산업용 안전장비 시장이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영업강화 전략을 마련해 뒀다"면서 "제품에 인공지능(AI)과 사물인터넷(IoT) 등의 기술 연계를 통해 소방·안전플랫폼에 힘을 실고 있다"고 말했다.

한컴라이프케어는 드론을 활용한 재난안전 서비스도 시범 운영 중이다. 어두운 밤시간대나 접근이 어려운 장소 등을 순찰하며 화재 발생시 신속하게 관계기관에 정보를 공유해 화재진압을 원할히 진행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다.

우 대표는 "전주시 한옥마을 인근 119안전센터 옥상에 직접 만든 드론 스테이션을 설치해 화재감시시스템을 시범 운영하고 있다"며 "화재가 발생하면 119안전센터 등 관계기관이 바로 대응이 가능할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박난 '마스크 사업'…기업가치 평가 제외

한컴라이프케어는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영향으로 마스크 매출에서 소위 대박을 터뜨렸다. 당시 마스크업체 대영헬스케어(현 한컴헬스케어) 지분 100%를 인수하면서다. 2018년부터 보건마스크를 외주로 생산해 판매했지만 작년 코로나19 펜데믹 이후 수급이 어려워지자 인수·합병(M&A) 결단을 내렸다. 덕분에 한컴라이프케어는 지난해 보건마스크로 매출 457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한컴라이프케어 연결기준 매출(1518억원)의 30% 수준에 달한다.

이러한 성장성에도 한컴라이프케어는 밸류에이션과 공모가는 보수적으로 산출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번 기업가치 평가에서 작년 한컴헬스케어 인수로 추가된 보건마스크 순이익(59억원)을 제외했기 때문이다.
우준석 한컴라이프케어 대표가 회사 비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류은혁 기자
우준석 한컴라이프케어 대표가 회사 비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류은혁 기자
올해부터 백신 접종에 따라 포스트코로나 시대 진입이 가시화되는 것을 감안해 불확실성이 있는 보건마스크 사업은 아예 기업가치 평가에서 제외했다는 게 회사측의 설명이다. 반면 업계에선 마스크 사업이 최소 올해까진 순탄할 것으로 보고 있다. 코로나19 델타 변이 바이러스가 전 세계적으로 창궐하면서 코로나19 재확산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우 대표는 "보건마스크 부분이 이번 기업공개(IPO) 기업가치 산정에 반영되지 않은 것처럼 올해와 내년 예상 실적에도 포함하지 않았다"면서도 "최근 델타 변이 바이러스 등 코로나19 재확산 우려로 보건마스크 판매량 증가하면서 올해 실적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했다.

보호예수 기간 자발적 확대…공모가 최대 1만3700원

한컴라이프케어의 재무적투자자(FI)들까지 모두 보호예수에 동참하면서 잠재적 매도물량(오버행) 우려가 줄었다. 오버행은 공모주 투자자들의 투자심리를 꺾는 만큼 예비 상장사는 미리 보호예수를 선언해 오버행 이슈에 대응한다.

우 대표는 "대주주인 한글과컴퓨터는 물론, FI까지 자진 보호예수 기간을 늘렸다"면서 "스틱스페셜시츄에이션은 상장 후 보유하게 될 지분(22.6%) 중 6.8%는 3개월, 15.8%는 9개월 보호예수하기로 했다. 파트너원밸류업1호(11.3%)의 경우 3.4%는 3개월, 7.9%는 9개월 보호예수 기간을 가진다"고 말했다.

한컴라이프케어의 공모 주식은 총 830만2321주로 희망 공모가는 1만700∼1만3700원이다. 공모 예정 금액은 최대 1137억원, 상장 직후 시가총액은 최대 3930억원으로 예상된다.

이 회사는 주가수익비율(PER) 27.63배를 적용해 적정시가총액을 5800억원으로 책정했다. 비교기업인 마인 세이프티 어플라이언스(44.37배), 델타플러스그룹(19.93배), 3M(19.61배), 허니웰(26.6배) 4개 기업의 평균 PER을 적용한 것이다. 주당 평가가액은 2만223원으로 여기에 47.1~32.5%의 할인율을 적용해 공모가를 산출했다.

한컴라이프케어는 이번달 29∼30일 기관 수요예측을 거쳐 8월5일부터 이틀 간 일반 공모청약을 실시한다. 이어 8월 중순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할 예정이다. 대표 주관사는 미래에셋증권이다.

우준석 대표는 "향후 실적에 따른 양질의 배당성향으로 주주들에게 보답할 예정"이라며 "이번 공모자금은 경기 용인시에 조성 중인 한컴일반산업단지와 관련해 신규 생산설비 취득비용으로 사용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류은혁 한경닷컴 기자 ehry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