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경제 회복되고 물가 높은데, 금리는 왜 끝없이 떨어지는가
"경제가 회복되고 물가가 높은데 금리는 왜 끝없이 떨어지는가?"

최근 월가에서 가장 많이 회자되는 질문입니다. 15일(현지시간) 뉴욕 금융시장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이날 새벽 시간외 거래부터 미 국채 수익률은 10년물 기준 연 1.299%까지 급락하며 투자자들을 불안하게 했습니다. 30년물도 1.916%까지 떨어졌습니다. 이는 금리가 본격적으로 오르던 지난 2월 중순 수준입니다.

10년물 수익률(금리)은 오전 9시30분 뉴욕 증시가 개장하던 무렵 1.35% 수준까지 회복되기도 했지만 오후 들어 다시 하락해서 1.3% 선을 밑돌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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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증시의 주요 지수들은 0.2~0.3% 수준의 약보합세로 출발해 종일 방향성을 잃고 오르락내리락했습니다. 그리고 결국 다우 지수는 0.15% 올랐지만, S&P 500과 나스닥은 각각 0.33%, 0.70% 떨어진 채 장을 마쳤습니다.

이달 들어 금리가 떨어진 요인들은 여러 가지입니다. 미 재무부의 채권 발행량이 줄어들고 있는 가운데 미 중앙은행(Fed)의 채권 매입(월 1200억 달러)은 이어지고 있습니다. Fed의 자산은 이날로 8조2000억 달러를 넘어섰습니다. 또 외국인들은 다른 선진국에 비해 훨씬 수익률이 높은 미국 채권을 계속 사들이고 있고, 미국의 연기금들도 최근 자산들이 골고루 오르자 포트폴리오 리밸런싱을 통해 많이 오른 주식을 줄이고 채권을 추가 매수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달 초엔 금리가 예상보다 많이 하락하자 금리 상승을 점쳤던 채권 투자자들의 숏커버링(short covering : 추가 손실을 막기 위해 공매도했던 자산을 되사서 갚는 것) 수요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공매도량도 이달 초보다 상당히 줄어든 상황입니다.

여기에 인플레이션과 경기가 정점을 지났고, 제롬 파월 의장이 계속 완화적인 통화정책을 유지하겠다고 밝히고 있는 점도 금리 하락의 원인으로 지목됩니다.

6월 소비자물가지수(CPI)에 포함된 중고차 숙박비 등 물가 상승 요인들이 모두 '일시적'이라는 설명입니다. 이런 일시적 요인들이 걷히고 나면 인플레이션도 꺾일 것이란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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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때 과열 우려까지 있었던 미국의 경기도 정점을 지나 조금씩 둔화되는 분위기입니다. 이날 발표된 지난주(~10일) 실업급여 청구건수는 전주보다 2만6000건 감소한 36만 건으로 집계됐습니다. 작년 3월 팬데믹이 불거진 뒤 가장 낮은 수치입니다. 연속 실업급여 청구건수도 그 전주보다 12만6000건 줄어든 324만1000건으로 나타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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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전주 청구건수는 예상치(35만 건)에 못 미쳤고 그 이전 주의 청구건수는 37만3000건에서 38만6000건으로 상향 조정됐습니다.

옥스퍼드이코노믹스는 "청구건수가 줄어들긴 했지만 30만 건 대 중후반에서 평평해지고 있다"라고 지적했습니다. 25개 주가 연방 실업급여 지급을 중단했는데도 예상보다 떨어지는 폭이 크지 않다는 겁니다.

미국의 6월 산업생산도 전월보다 0.4% 증가하는 데 그쳐 예상(0.6% 증가)을 밑돌았습니다. Fed는 반도체 공급 부족이 계속되면서 자동차와 부품 생산이 6.6%포인트 줄어든 것이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는 공급망 혼란은 계속해서 경기 회복을 지연시키고 있습니다. 이날 발표된 뉴욕주의 엠파이어스테이트 제조업지수는 43.0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하지만 필라델피아 제조업지수는 전월 30.7에서 21.9로 떨어졌습니다. 월가 관계자는 "수요가 강하지만 공급이 부족하면서 생산이 제대로 안 되고 있다. 이런 상황이 이어지면 수요도 꺾일 수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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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틀랜타연방은행이 집계하는 GDP나우는 이날 2분기 미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예상치를 연율 7.9%로 낮췄습니다. 한 때 10%가 넘었던 예상치가 이렇게 낮아진 건 경기 지표들이 조금씩 식어가고 있음을 뜻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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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월 의장도 이를 인정했습니다. 파월 의장은 이날 워싱턴DC 상원에서 열린 증언에서 경제 전망과 Fed의 정책 경로에 대해 올해 초보다 자신감이 다소 떨어졌음을 인정했습니다.

하지만 올해 미국의 GDP 증가율이 연 7%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고, 인플레이션이 상당 기간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하는 상황에서 이렇게 낮아진 금리는 정상적이지는 않는다는 게 월가의 대체적 시각입니다.

찰스슈왑의 캐시 존스 금리전략가는 지난 14일 '경제가 강하다는데, 왜 채권 금리는 하락하나?' (If the Economy’s So Strong, Why Are Bond Yields Falling?)라는 보고서에서 "전반적으로 채권 시장의 가격이 과도하게 올랐다(금리가 지나치게 하락했다). 현재 수준에서 10년물 국채 수익률은 경제 전망에 비해 너무 낮은 것으로 보인다. 경제 성장과 인플레이션 속도는 올해 하반기에 둔화될 것으로 보이지만 매우 높은 수준에서 시작했으며 지난 10년간의 추세보다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는 "Fed가 완화적 통화정책을 바꾸는 데 점진적으로 접근하겠지만 여전히 과거보다 높은 인플레이션을 허용하는 방향일 것이다. 그 결과 채권수익률은 다소 높아지고 수익률 곡선은 가팔라지는 경향이 나타날 것이다. 10년물 수익률은 향후 몇 개월 동안 1.20~1.60% 사이에서 거래될 것이지만 여전히 올해 후반에는 2%에 도달할 가능성을 보고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모건스탠리자산운용의 리사 샤틀렛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지난 13일 '왜 채권 수익률이 떨어지는가'(Why are treasury yields falling?)라는 보고서에서 "투자자들은 오는 3분기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가 연 1.75%를 향해 반등할 것이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기술주를 추격하기보다는 기업의 펀더멘털과 잉여현금흐름에 중점을 둘 것을 조언한다. 특히 금리 인상 수혜주인 금융주가 돋보인다"고 조언했습니다.

그런데도 금리는 이리 비정상적(?) 수준까지 떨어진 데 대해 좀 '암울한 이유'를 들어 설명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블룸버그통신은 금리가 급락한 데 대해 "채권 시장에서 Fed가 단기에 인플레이션이 치솟는 걸 방치하다가 갑자기 공격적으로 긴축에 나서 경기 사이클을 불황으로 떨어뜨릴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라고 보도했습니다. 그리고 그 증거로 2년물 금리와 3년물 금리의 격차가 2018년 이후 최대로 벌어졌음을 지적했습니다. 즉 2년이 지난 시점부터 Fed가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급격히 기준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을 예상하는 겁니다. 그렇게 되면 경기가 악화하면서 불황이 올 수 있습니다. 과거 대부분의 불황은 Fed가 지나치게 금리를 올리면서 시작됐었지요.

제프리 건들락은 이날 CNBC 인터뷰에서 "최근 인플레이션 상황은 1970년대를 떠올리게 한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인플레이션은 Fed의 조치를 필요로 할 것이다. 채권 시장은 Fed가 테이퍼링을 빨리하거나 심지어 금리 인상에 들어가야 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라며 "시장이 Fed보다 한 단계 앞서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Fed가 그렇게 나서면 경기가 꺾일 수 있다는 게 건들락의 주장입니다.

이날 상원 의원들은 치솟고 있는 인플레이션을 놓고 파월 의장을 집중 공격했습니다. 상원은 '물가 안정'과 '최대 고용'이라는 책무(mandate)를 민간은행들이 모인 Fed에 부여한 곳입니다. Fed 의장은 인준하는 곳이기도 합니다.

상원의 팻 투미 의원(공화당)은 "Fed의 정책은 인플레이션에 대한 경고 사이렌이 점점 커지고 있는 상태에서 특히 문제가 된다. 인플레가 Fed뿐 아니라 대부분이 예상했던 것보다 더 심각하다. Fed가 인플레이션 수준을 예측할 수 없다는 것이 입증되었는데, 왜 인플레이션 기간은 예측할 수 있다고 확신해야 하는가"라고 파월 의장에게 따져 물었습니다.

파월 의장은 이날 공격에 지쳤는지 인플레이션이 높다는 걸 인정했습니다. "이번 인플레가 예상했던 것보다 더 높다. 당연히 이런 상황이 편하지 않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인플레이션이 일시적이라면 이에 대응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하지만 점점 더 오래 지속하는 정도라면 우리는 그 위험성을 재평가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인플레이션이 높은 수준을 유지하면 이에 대응할 도구가 있다. 인플레이션 기대를 위원들이 면밀히 지켜보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인플레가 치솟으면 긴축을 하겠다는 뜻입니다.

이날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연방은행 총재도 불룸버그TV 인터뷰에서 "Fed는 테이퍼링을 시작할 좋은 위치에 있다. 이젠 비상조치를 끝내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라고 밝혔습니다. 그는 "이 인플레이션이 어디로 갈지 잘 모르겠다. 인플레이션 충격 가능성과 관련해 옵션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노동시장에서 상당한 진전을 이뤘다고 생각하며 7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본격적으로 논의할 예정"이라고 말했습니다. 불러드 총재는 Fed에서 가장 촉이 좋은 사람입니다. 먼저 향후 Fed가 취할 정책에 대해 언급해왔지요.

사실 CPI만 보면 인플레이션은 미국(6월 5.4%)이 가장 높습니다. 영국의 경우 2.5%로 나왔습니다. 이는 미국이 가장 많은 부양책을 퍼부었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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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도 영국중앙은행의 데이브 램스덴 부총재는 인플레이션 압력 고조로 중앙은행이 예상보다 빨리 긴축을 고려하기 시작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리고 캐나다중앙은행은 매주 채권 매입금액을 30억 캐나다달러 규모에서 20억 캐나다달러로 축소했습니다. 작년 말 50억 캐나다달러였던 걸 세 번째 줄인 겁니다. 덴마크. 노르웨이, 칠레 등은 최근 금리도 올리기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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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금리가 떨어지자 나스닥의 대형기술주들이 오름세를 이끌어왔습니다. 하지만 이날 오전 10시께 플러스권으로 돌아섰던 나스닥 지수는 상원에서 파월 의장이 공격을 받자 하락세로 돌아섰습니다. 그리고 한 때 1% 넘게 떨어지기도 했습니다.

월가의 한 관계자는 "이날 나스닥이 떨어진 게 느낌이 좋지 않다"라고 말했습니다.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경제 회복되고 물가 높은데, 금리는 왜 끝없이 떨어지는가
이 관계자는 "그동안은 돈이 경기민감주나 밈주식 등 잡주에서 빠져 대형기술주로 가는 식이었는데, 이날은 아예 주식에서 빠져 채권 등 안전자산으로 몰리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파월 의장이 자신을 인준한 상원에서 인플레이션 때무네 공격을 받으면 앞으로 인플레이션에 더 신경을 쓸 수밖에 없다"라며 "기준금리를 예상보다 빨리 올릴 가능성이 있지만, 그렇게 하면 경기가 악화할 것이기 때문에 금리를 많이 올릴 수는 없을 것"이라며 이날 금리가 하락한 원인을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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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월가 관계자는 "지금은 인플레이션뿐 아니라 경기 회복의 속도, Fed의 정책 전환 시점, 인프라딜의 통과, 델타 변이 바이러스 확산 등 모든 게 불확실한 상황"이라며 "이런 불확실성 때문에 채권을 사겠다는 수요가 더 많아진 것 같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미국도 델타 변이의 위험이 잠재해 있다고 본다"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아직은 사망률, 입원율 등이 높지 않아 당면한 위험은 아니지만 지금 같은 분위기에서는 다시 마스크를 쓰라고 해도 제대로 안 될 것이고 경제를 봉쇄할 수는 없다고 본다. 그래서 더 위험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미국의 신규 확진자는 1주일 평균 기준으로 지난달 하순 약 1만1000명으로 바닥을 쳤지만 최근 2만6000명에 달하고 있습니다. 또 35개 주에서 확진자가 1주일 새 50%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반면 4월 중순 330만 명으로 정점을 찍었던 하루 접종자 수는 최근 약 55만 명으로 내려갔습니다.

그는 "모든 건 결국 오는 9월쯤 가서 경제가 완전히 재개되고 사람들이 출근하고 공급망 혼란도 풀리는 게 확인되어야 할 것"이라며 "그러면 금리도 정상화될 것으로 본다"라고 설명했습니다.

김현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