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중국 증시 폭락은 미국에 나쁠까?
뉴욕 증시는 27일(현지시간) 내림세로 마감했습니다. 다우는 0.24%, S&P 500 지수는 0.47% 떨어졌고 나스닥은 1.21% 하락했습니다. 나스닥은 오후 1시20분께 2% 넘게 급락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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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락 배경에는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계속되는 중국 증시 폭락세, 델타 변이 확산으로 인해 '마스크를 다시 쓰라'는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권고, 애플 등 거대기술주 실적 발표를 앞두고 나온 매도세(뉴스에 팔아라), 경제지표 하락으로 인한 경기 정점 논란, 미 중앙은행(Fed)의 7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결과 발표를 앞둔 불안감 등이 합쳐진 탓입니다.

하나씩 풀어보겠습니다.

① 이어지는 중국 증시 폭락세

이날 무엇보다 뉴욕 증시 트레이더들의 걱정을 자아낸 것은 중국입니다. 홍콩 항셍지수는 전날 4.09%에 어이 이날도 4.80% 폭락했습니다. 중국에서의 불안감은 전날 텐센트 주가 폭락에서 여실히 드러났습니다.

중국 당국의 규제 위험이 부각되는 가운데 텐센트의 메신저 서비스 위챗이 신규 회원가입을 일시 중단하기로 하자 텐센트 주가가 8.98%나 폭락한 겁니다. 텐센트가 "보안 업그레이드를 진행하고 있고 다음달 초까지 신규사용자 등록을 일시 중단한다"라고 밝혔지만, 중국 정부가 나선 게 아니냐는 의심이 일면서 투자자들은 주식을 던졌습니다.

이제 증시만 압박을 느끼는 게 아닙니다. 중국 위안화 환율은 달러당 6.5위안을 상향 돌파하면서 3개월 내 최저치로 떨어졌고, 중국 국채 수익률도 상승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모든 중국 자산 유동화(매각)에 나서고 있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모든 자산에서 매도세가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관측됩니다.

나스닥의 골든 드래곤 중국 지수는 이미 올해 초 최고점에서 50% 하락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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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보뱅크의 마이클 에버리 전략가는 "중국에서 벗어나라"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중국 정부의 전방위적인 기업 규제 원인이 인구 감소를 막기 위해 생활비를 낮출 필요(사교육, 음식배달 등 단속), 사회 정의와 부의 불평등 해소(기술주), 서구식 화려한 자본주의에 대한 탄압 등으로 해석하면서 당분간 이어질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게다가 미중 갈등이 이어지고 있고 상황은 더 나쁠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월가 관계자는 "전날까지는 중국에서 자금이 빠져나오면 미국으로 올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긍정적이었는데, 오늘은 미국 기술주에 부정적 영향이 나타나면서 트레이더들은 혹시라도 지난 2015년처럼 중국 주가 하락이 뉴욕 증시로 이어질지 고민하고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지난 2015년 6~8월 중국에서는 저성장 우려 속에 두 달여 동안 상하이 종합지수가 42.6% 폭락했었습니다. 뉴욕 증시는 상반기 좋았지만, 점점 더 중국 증시 영향을 받으면서 그해 결국 다우는 2.2% 떨어져 2012년 이후 3년 연속 이어져 온 두 자릿수 상승률에 종지부를 찍었었습니다.

월가 관계자는 "중국 정부의 기업 규제는 중국 경기 하강, 세계 경기 하강으로 이어져 그렇지 않아도 성장 정점 논란에 영향을 줄 수 있다. 하지만 미국이 중국과의 디커플링을 추진하는 상황에서 중국 증시와 연동되어 움직이지는 않으리라고 본다"라고 말했습니다.

다만 배런스는 중국 증시의 패닉성 폭락세가 미국, 일본, 유럽 등 서방으로 확산될 수도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투자자들이 중국에서의 손실을 보전하기 위해 미국 등에서 이익을 내고 있는 포지션을 청산해야 할 수도 있다는 겁니다. 중국 주식 하락이 포트폴리오 조정을 유발하고 과매수되어 있는 미국의 거대기술주들을 매도할 핑계를 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날 나스닥 지수가 금리 하락에도 급락한 배경이 그런 이유일 수도 있습니다.

② "마스크 다시 쓰라"는 권고

미국 CDC는 이날 백신을 완전히 맞은 사람들이라 할지라도 실내에서 마스크 착용을 권고한다고 밝혔습니다. 델타 변이 확산이 이어지자 지침을 변경한 것입니다. 또 초·중·고(K-12)교 교사와 학생에 대해서는 백신 접종 여부와 관계없이 전반적인 실내 마스크 착용을 권고했습니다.

이런 결정이 알려진 직후인 오전 11시께 증시 하락 폭은 한때 더 깊어졌습니다. 혹시라도 가을 학기 대면 정규 수업이 지연될 경우 고용 회복 및 경제 재개도 늦춰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 델타뿐 아니라 람다 변이도 세계 곳곳에서 조금씩 퍼지고 있습니다. 다만 아직은 그런 우려가 큰 상황은 아닙니다.

③ 경기 정점 논란 지속

이날 발표된 6월 미국의 내구재 수주는 전월 대비 0.8% 증가에 그쳐 월가 예상(2.0% 증가)에 미치지 못했습니다. 증가세는 이어지고 있지만, 정점에서는 내려오고 있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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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S&P 코어로직 케이스-실러가 집계한 5월 전미주택가격지수는 연율로 16.6% 올라 1987년 이후 연간 상승률로는 최대폭을 기록했습니다. 지난 3월 13.3%, 4월 14.6%에 이어 상승 폭이 계속 커지고 있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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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전날 발표된 신규주택 판매가 예상외로 감소했듯이 집값이 단기에 지나치게 오르면서 수요가 줄어드는 분위기입니다. 그래서 주택 시장에서도 피크 논란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콘퍼런스보드가 발표한 7월 소비자신뢰지수는 129.1로 전월 128.9보다 올라 월가 예상을 웃돌았습니다. 하지만 미래 소득과 고용 등을 예상하는 기대지수는 전월 108.5에서 이날 108.4로 약간 줄었습니다.

이런 경제지표들을 모아서 흐름을 보여주는 씨티의 경제 서프라이즈 지수는 지금 마이너스로 접어들려고 하고 있습니다. 지표 상승세가 꺾였다는 뜻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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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국제통화기금(IMF)은 하반기 '세계 경제 전망'을 발표하고 선진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는 0.5%포인트 상향한 5.6%로 높이면서도 신흥국과 개발도상국의 성장률 전망치는 0.4%포인트 하향한 6.3%로 제시했습니다. 인도 브라질 러시아 등의 백신 접종률이 선진국에 못 미침에 따라 코로나 확산세가 세계 경제에 계속 부담이 될 것으로 본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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④ 기술주, 뉴스에 팔아라

이날 장 마감 직후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 알파벳의 2분기 실적 발표가 예정되어 있었습니다. 실적 기대감에 이들의 주가는 최근 많이 올랐습니다.

하지만 과거를 보면 실적 발표 직후에는 월가 예상을 뛰어넘는 좋은 실적을 내놓아도 주가가 요동치거나 하락하던 경우가 많습니다. 워낙 큰 기대가 주가에 미리 반영되는 데다, 많은 헤지펀드가 실적 발표를 전후해 주가 변동성을 활용해 돈을 벌기 위해 공매도 등 수많은 포지션을 설정하면서 변동성이 커지기 때문입니다.

이날 이들은 정규장 마감 직후 모두 예상대로 예상을 훌쩍 넘는 실적을 공개했습니다.

알파벳은 분기 매출은 618억8000만 달러(예상 561억6000만 달러), 주당순이익(EPS) 27.26달러(예상 19.34달러)를 훌쩍 뛰어넘어 월가를 놀라게 했습니다. 특히 구글의 광고 매출은 2분기 504억4000만 달러에 달해 전년동기 대비 69% 급증했고 유튜브의 매출은 83% 폭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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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애플은 2분기 매출이 814억 달러로 작년 동기 대비 36% 증가했으며 EPS는 1.3달러로 작년 같은 기간 대비 100% 늘어났다. 예상치 1.01달러를 50% 이상 웃도는 수준입니다.

MS는 2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21% 증가한 461억5000만 달러(예상 442억4000만 달러)였고, EPS는 2.17달러로 예상 1.92달러를 웃돌았습니다.

이들은 이날 모두 장중에서 0.8~1.6% 하락했고, 실적이 나온 뒤 시간 외에서는 알파벳은 3%, MS는 1% 오르고 있지만, 애플은 1.5% 추가 하락 중입니다.

이런 현상은 테슬라에서 두드러집니다. 테슬라는 전날 장 마감 뒤 발표한 2분기 실적에서 작년 동기보다 10배 늘어난 11억4000만 달러의 순이익을 공개해 사상 처음 10억 달러를 넘겼습니다. 매출과 순이익 모두 월가 예상을 크게 웃돌았습니다. 그러나 이날 주가는 1.59% 하락했고 시간 외에서도 0.8% 추가 하락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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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스트리트저널(WSJ)은 "테슬라는 이제 과거의 밈주식이 되었나"(Is Tesla the Meme Stock of Yesteryear?)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테슬라의 사업이 성숙하고 있지만 더는 주가가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즉 과거에는 실적이 기대에 못 미쳐도 주가가 폭등했는데, 이제는 기대 이상을 실적을 내도 주가가 상승하지 않고 있다는 겁니다. WSJ은 "열광하던 밈주식 투자자들이 암호화폐, AMC, 게임스톱 등으로 이동한 것 같다"라고 지적했습니다.

⑤ FOMC 직후 변동성을 피하라

이날 Fed는 7월 FOMC 회의를 시작했습니다. 회의 결과는 28일 오후 2시(한국시간 29일 새벽 3시) 발표됩니다. 그리고 오후 2시30분부터 제롬 파월 의장의 기자회견이 한 시간가량 진행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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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예상은 별다른 변화가 없을 것이란 게 대세였습니다. 하지만 델타 변이 확산이 지속하면서 테이퍼링 일정을 좀 더 늦추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강해지고 있습니다. 파월 의장이 기자회견에서 델타 변이를 이유로 좀 더 신중한 경제 전망을 제시할 경우 시장은 그렇게 받아들일 겁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의 마크 카바나 금리 전략가는 CNBC 인터뷰에서 "파월 의장은 계속해서 델타 변이로 인한 하방 위험을 이야기할 것이고 시장은 파월이 비둘기파, 적어도 중립적인 목소리를 냈다고 듣게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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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플레이션 우려가 여전히 있지만, 최근처럼 달러화 강세가 이어진다면 걱정이 좀 줄어들 수 있습니다. 수입 물가가 낮아질 테이니까요. 특히 중국 위안화 약세가 계속된다면 공산품 물가에도 도움이 될 것입니다.

이날 10년물 금리는 다시 1.23~1.24%대로 하락했습니다. 중국 증시 급락 등에 따른 안전자산 선호 현상도 영향을 줬겠지만, 이번 FOMC에서 매파 목소리가 크지 않을 것이란 기대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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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이날 610억 달러 규모의 5년물 국채 입찰은 성공적이었습니다. 응찰률은 2.36배로 전월과 같았고 최근 평균(2.35배)보다 높았습니다. 발행금리도 발행 당시 금리와 같은 0.71% 수준에서 결정됐습니다. 월가 관계자는 "최근 국채 입찰 결과를 보면 적어도 FOMC가 갑자기 매파로 돌아설 가능성 등을 걱정하는 투자자는 거의 없다는 걸 암시한다"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결과는 모릅니다. 파월 의장이 말실수할 수도 있습니다. FOMC 직후에는 항상 며칠간 변동성을 컸다는 점을 잊지 마세요. 특히 올해 FOMC가 열렸던 1월 말, 3월 중순, 4월 말, 6월 중순 뉴욕 증시는 주목할 만큼 폭락하거나 한동안 정체를 보였습니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