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ESG] ESG 핫 종목 - 에코프로에이치엔
에코프로에이치엔 전경. /에코프로에이치엔
에코프로에이치엔 전경. /에코프로에이치엔
올 초만 해도 국내에 상장한 기업 가운데 환경 기업은 폐기물 처리업체가 전부였다. 환경오염과 관련한 종합 솔루션을 제공하는 상장사는 없었다. 그런데 지난 5월 28일 에코프로의 환경 사업 부문인 에코프로에이치엔이 코스닥시장에 상장하면서 판이 달라졌다. 그동안 한국 증시에서 볼 수 없던 환경 기업이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이 기업을 어떻게 평가해야 하는지 갈팡질팡하는 분위기였다. 이내 방향은 잡혔다. ESG 기준을 놓고 볼 때 환경 기업의 성장성은 분명했기 때문이다.

에코프로에이치엔 주가는 7월 한 달간 170.56% 급등했다. 7월 8일 무상증자 검토 소식을 내놓은 뒤 16일 주당 3주의 무상증자를 결정한 영향이 컸다. 유럽연합(EU)이 탄소배출량을 기존 목표보다 더 빠르게 줄이기 위한 입법 패키지 ‘핏 포 55’를 내놓으면서 주가 상승세는 가팔라졌다.

그동안 없던 환경 기업...주가 급등

주가는 무상증자 호재로 오른 상태지만, 성장성만 보면 향후 상승 가능성이 낮지 않다는 것이 증권업계의 설명이다. 에코프로에이치엔의 올해 예상 매출 비중은 미세먼지 저감 솔루션 48%, 클린룸 케미컬 필터 26%, 온실가스 저감 솔루션 25% 등이다. 여기에 탄소배출권 거래 사업이 있지만 아직까지 매출이 본격화하진 않았다.
에코프로에이치엔 사업부별 매출 비중. /에코프로에이치엔
에코프로에이치엔 사업부별 매출 비중. /에코프로에이치엔
미세먼지 저감 솔루션은 공장에서 배출되는 휘발성 유기화합물을 줄이는 사업이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3조4000억원이던 국내 대기 시장 규모는 2030년에는 5조원까지 성장할 전망이다. 지난해부터는 대기오염 물질을 배출하는 사업장에 부담금을 부과하도록 관련 법이 바뀌었다.

에코프로에이치엔은 이 분야에서 전자레인지 등에 사용되는 마이크로웨이브를 이용한 유기화합물 제거 설비를 세계에서 처음으로 상용화했다. 기존 기술 대비 30% 에너지 효율이 높다. 초기 투자비를 수년 내로 회수할 수 있는 수준이라 조선·자동차 관련 글로벌 기업의 러브콜이 이어지고 있다. 국내에서는 LG화학, 포스코건설, 현대중공업, 한화종합화학, 롯데케미칼 등이 주요 고객사다. 유럽 내 대형 자동차 회사로의 공급을 위한 물밑 작업도 진행 중인 것으로 시장에 알려졌다.

클린룸 케미컬 필터 사업은 반도체·디스플레이 공정에 필요한 클린룸 내 각종 유해 물질을 제거하는 장비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고객사로 두고 있어 안정적 매출이 발생하고 있다. 중국 등으로 사업을 확장하겠다는 것이 회사 측 계획이다.

온실가스 저감 솔루션은 에코프로에이치엔 사업 중에서도 성장성이 가장 높다는 평가를 받는 분야다. 온실가스란 지구온난화의 주범으로 지목받는 각종 가스 형태의 물질을 말한다. 반도체 제조 과정에서 나오는 과불화탄소(PFCs)를 제거하는 것이 주요 사업이다. 기존 경쟁업체의 PFCs 장비는 연소식, 전기히터식, 플라스마식으로 나뉘었다. 모두 열분해 방식으로 높은 온도를 필요로 하다 보니 에너지 소비량이 높다.

촉매식 PFCs 처리 설비는 에너지 소비량이 적지만 처리 용량을 늘리는 데 한계가 있었다. 에코프로에이치엔은 세계 최초로 촉매식 대용량 PFCs 처리 기술을 상용화했다. 열분해식이 1400℃ 이상의 높은 온도를 필요로 하지만 에코프로에이치엔의 설비는 780℃ 내외로 PFCs 가스 처리가 가능하다. 현재 국내 주요 고객사는 삼성전자, 삼성디스플레이, SK하이닉스, 한화 등이다. 향후 미국 등으로 시장 진출이 예정돼 있다. 증권업계에서는 내년 중 미국 진출이 가시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올해 가장 높은 성장이 기대되는 부문은 미세먼지 저감 솔루션이다. 마이크로웨이브를 이용한 설비의 수요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신한금융투자는 올해 관련 매출이 지난해보다 367% 늘어난 812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오강호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반도체 회사들의 온실가스 감축 노력도 큰 기회가 될 수 있다”며 “클린룸 케미컬 필터 부문도 반도체 공정의 미세화 고도화에 따라 수요가 늘어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한금융투자는 이를 근거로 올해 에코프로에이치엔의 매출과 영업이익 전망치를 지난해보다 각각 75%, 89% 늘어난 1687억원, 366억원으로 제시했다.
혜성처럼 나타난 환경 기업...ESG 선두 기업 ‘우뚝’
ESG 펀드 자금 유입 증가 기대

ESG 관련 사업을 영위하는 만큼 ESG 펀드 추종 자금의 유입 기대도 큰 편이다. 국내 ESG 펀드의 설정액은 2조원에 가까워졌다. 상반기에만 1조원 이상의 자금이 유입됐다. 현재 국내 주식형 ESG 펀드는 39개. 다만 아직까지 대형주 중심으로 운용되는 펀드가 대부분이라, 중소형 관련주까지 관심이 제대로 미치지 못하고 있다.

향후 ESG 펀드 생태계가 커지면 자금 유입을 기대할 만하다. 오강호 연구원은 “에코프로에이치엔은 ESG를 대표하는 기업으로 봐도 무방하다”며 “ESG 펀드의 설정액이 빠르게 늘어나면서 대기업뿐 아니라 중소기업까지 그 온기가 확대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해외 ESG 펀드 자금 유입 기대도 있다. 외국인 보유 비중이 2개월 새 12.5%에서 10.0%로 감소한 점도 향후 외국인 수급 개선에 대한 기대를 높이고 있다. 외국인이 최근 주가 급등에 차익 실현으로 대응한 결과지만, 향후 늘어나는 ESG 추종 자금을 고려하면 비중을 다시 채울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윤성진 에코프로에이치엔 대표는 지난 5월 한국경제신문과 인터뷰를 갖고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수처리 사업에 나설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수처리 사업은 국내 곳곳에서 벌어지는 공업용수 부족 현상을 해결할 방안으로 꼽힌다. 향후 환경 규제 강화에 따라 시장 성장성이 높다고 평가받고 있다.

에코프로에이치엔이 수처리 사업까지 진출하게 되면 대기부터 수처리까지 한 번에 처리하는 환경 토털 솔루션업체가 될 수 있다. 아직까지 전 세계 환경 관련 기업 중 토털 솔루션을 제공하는 곳은 없다.

탄소배출권 거래 사업은 아직 매출 비중이 미미하지만 향후 국내에서 탄소배출권 가격이 오를 때 주가 모멘텀으로 부각될 수 있다. 탄소배출권 관련주가 주목받을 때마다 관련주로 묶이는 이유다.

고윤상 한국경제 기자 k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