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8월10일(18:01)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현대중공업 울산 조선소 전경 . /한경DB
현대중공업 울산 조선소 전경 . /한경DB
세계 1위 조선사인 현대중공업이 다음달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한다. 몸값은 5조원이 넘을 전망이다. 최근 공모주 투자열기가 다소 식은 상황에서 투자자들의 시선을 얼마나 사로잡을지 주목된다.

현대중공업은 10일 금융감독원에 상장 계획을 담은 증권신고서를 제출하고 상장 절차에 들어갔다. 희망 공모가격은 5만2000~6만원으로 제시했다. 약 9360억~1조800억원을 모집할 계획이다. 공모 직후 예상 시가총액은 최대 5조3263억원이다. 이 회사는 조만간 기관투자가와 일반 투자자를 상대로 청약을 진행한 뒤 다음달 상장을 마무리할 예정이다.

당초 증권가의 예상보다 몸값을 낮게 제시했다는 평가다. 조선사들의 대형 수주 릴레이가 펼쳐지던 상반기만 해도 현대중공업의 예상 몸값은 6조~7조원대로 거론됐다. 투자은행(IB)업계에선 현대중공업이 최근 원가 인상을 미리 대거 반영한 ‘빅베스’ 이후 시장 친화적인 공모 전략을 들고 나왔다고 보고 있다. 이 회사는 철강사들이 상반기 t당 70만원인 강재(후판) 가격을 115만원으로 인상하려고 하자 가격 인상에 따른 예상 손실을 한꺼번에 충당금으로 쌓았다. 2분기에만 영업손실 4226억원을 낸 이유다.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325억원, 올해 1분기 283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후판 가격 상승 여파를 넘어선다면 공모가격의 매력이 두드러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조선사들의 수주 물량은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어서다. 현대중공업의 지난 상반기 수주 규모는 85억5100만달러(약 9조8300억원)로 지난해 같은 기간(14억8500만달러)보다 5배 이상 증가했다. 6개월 만에 올해 전체 목표 수주 규모(88억8800만달러)에 근접했다. 전문가들은 후판 가격 변화를 선박 가격에 반영한다면 조선주의 상승세가 다시 시작될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중공업그룹의 상장 조선사인 현대미포조선 주가는 지난해 10월 말부터 올해 5월까지 230%가량 뛰다가 그 이후 석 달간 약 15%가량 하락하며 조정을 받고 있다.

현대중공업이 상장하면 모회사인 한국조선해양(10일 기준 8조8113억원)에 이어 국내 조선주 시총 2위 자리에 앉게 될 전망이다. 다만 현대중공업의 상장으로 한국조선해양이 더욱 지주회사 성격을 띠게 되는 만큼, 현대중공업이 실질적인 조선업종 대장주 대우를 받을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이 회사는 이번 기업공개(IPO)를 통해 조달한 자금을 친환경 투자 등에 사용할 계획이다. 현대중공업은 앞으로 5년간 △수소·암모니아 등을 연료로 사용하는 선박 △자율운항 선박 △이중 연료추진선 △연료전지 관련 기업 인수합병(M&A) 등에 1조원을 투자한다는 목표를 내걸고 있다.

금융투자업계에선 공모주 대어 불패 공식이 깨진 상황에서 현대중공업이 얼마나 투자자들로부터 뜨거운 관심을 받을지 주목하고 있다. 이달 초 크래프톤이 일반청약에서 7.8 대 1의 경쟁률을 보인 것을 시작으로 한컴라이프케어(109 대 1), 롯데렌탈(65 대 1) 등 중대형 공모주가 투자자 모집과정에서 기대에 못 미친 결과를 내고 있다. 공모주 투자자들이 점점 더 깐깐한 평가 잣대를 들이대고 있다는 평가다.

김진성 기자 jskim102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