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게임 부문 ‘베스트 애널리스트’이던 이민아 대신증권 연구원. 그는 최근 직장을 옮겼다. 암호화폐거래소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로 가 신사업 개발을 담당하고 있다. 그가 이직을 결심한 계기는 금전적 보상도,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도 아니었다. 성장 가능성에 대한 ‘비전’이었다.

이씨는 “인터넷 부문을 담당하며 지난 1년간 카카오뱅크, 카카오페이, 토스증권 등이 전통 금융회사의 점유율을 잠식하는 과정을 지켜봤다”며 “현실에 안주하기엔 세상이 너무나 빠르게 변화했고, ‘업계 1위’ 타이틀을 포기하는 것도 아쉽게 느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성장하는 비즈니스를 직접 경험하고 싶다는 욕구가 이직의 배경이라는 설명이다.

젊은 증권맨들이 안정적이고 전통적인 직장을 떠나 핀테크기업으로 이동하고 있다. 테크와 금융이 결합하는 지점에서 새로운 미래를 찾겠다는 게 이들의 생각이다. 지난 6일 유가증권시장에 입성한 인터넷은행 카카오뱅크는 상장 첫날 금융 ‘대장주’ 자리를 꿰찼다. 카카오뱅크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약 1000억원인데, 시가총액은 17일부로 41조원을 넘어섰다. 수조원의 영업이익을 내는 전통 금융사 두 곳의 시가총액을 합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대형 플랫폼 기업뿐만 아니라 규모가 크지 않은 핀테크 스타트업에도 증권맨들이 향하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전통 금융권을 위협하는 유니콘기업의 등장과 금융산업을 둘러싼 규제 및 보수적인 조직문화를 피해 새로운 도전에 나서는 젊은 인재들이 늘고 있다”고 했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