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중공업이 세 번째 1조원대 유상증자에 나선다. 국내 상장사 중 조(兆) 단위 유상증자를 세 차례 진행하는 곳은 이 회사가 처음이다. 유상증자 물량의 20%가 배정된 우리사주조합이 모두 참여할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삼성중공업은 지난 17일 이사회를 열어 1조2375억원 규모의 유상증자 계획을 의결했다. 오는 11월 주주 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방식으로 신주 2억5000만 주를 발행하기로 했다. 신주 발행가격은 15% 할인율을 적용해 4950원으로 잠정 결정했다.

이 회사는 2016년(1조1409억원)과 2018년(1조4088억원)에도 유상증자를 통해 1조원 이상을 조달했다. 두 차례 모두 우리사주조합이 2000억원가량을 투입해 신주 물량의 20%를 받아냈다. 이번 유상증자 때도 임직원 9500여 명이 5000만 주(2475억원어치)를 배정받았다. 직원 1인당 2600만원꼴이다.

회사 측은 임직원이 유상증자에 모두 참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회사가 잘 되길 바라는 임직원들의 마음도 있지만, 과거 두 차례 유상증자 참여 결과가 좋았다”며 “이번에도 20% 물량을 모두 소화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실제 첫 번째 증자가 이뤄진 2016년 11월 임직원들은 주당 7170원에 삼성중공업 신주를 받았다. 해당 주식의 보호예수가 풀린 2017년 11월 28일 주가는 1만1950원까지 올랐다. 2018년 두 번째 증자 때도 임직원들이 주당 5870원에 사들인 주가는 1년 후인 2019년 5월 7일 8330원으로 상승했다. 보호예수가 종료된 날 곧바로 주식을 팔았다면 1차 증자 투자수익률(종가 기준)은 66%, 2차 증자 투자수익률은 41%다.

다만 모든 임직원이 손쉽게 투자금을 회수한 것은 아니었다. 첫 번째 증자 때 받은 신주의 보호예수가 끝난 지 1주일 후인 2017년 12월 6일 삼성중공업은 두 번째 유상증자 계획을 발표했다. 예상치 못한 대형 증자 소식에 주가가 곤두박질치면서 이때까지 보유 주식을 처분하지 못한 직원들은 진땀을 흘리기도 했다.

증권가에선 삼성중공업 임직원이 이번에도 수익을 낼지 쉽게 예측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최근 수주 규모가 크게 늘고 있는 것은 긍정적이지만 핵심 원재료인 강재(후판) 가격 상승이 부담이다. 이 회사는 비용 증가를 미리 충당금으로 반영하면서 올 상반기 9446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20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삼성중공업은 전날보다 3.29% 하락한 5580원으로 마감했다. 올해 최고가는 7770원(3월 31일)이었고, 증권사들의 평균 목표주가는 7275원이다.

김진성 기자 jskim102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