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학개미 '톱픽' 10년 변천사…일본제철→차이나가스→테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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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자산운용 시대 (2) 180도 달라진 해외투자
각국 성장세 따라 투자처 옮겨
10년 전 1등 해외투자처는 일본
美주식은 銀 ETF 정도만 인기
각국 성장세 따라 투자처 옮겨
10년 전 1등 해외투자처는 일본
美주식은 銀 ETF 정도만 인기
‘강남 큰손들, 중국 소비주 집중 투자.’
2015년 서울 강남의 한 프라이빗뱅커(PB)가 언론과 한 인터뷰 기사의 제목이다. 중국 주식 직접투자에 대한 문의가 빗발쳐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날을 보내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그가 관리하는 고객 중 한 명은 중국 소비주를 집중 매수해 두 달 만에 50% 수익을 냈다고 설명했다.
2014년 말 중국 상하이증시와 홍콩 증시의 교차거래(후강퉁) 제도가 도입되고, 2016년 말부터는 선전증시와 홍콩 증시의 교차거래(선강퉁)까지 가능해지면서 ‘중학개미’가 급증했다. 증권사들은 앞다퉈 해외상품부 조직을 꾸리거나 강화했다. 당시 해외상품부 부장을 맡았던 박진 NH투자증권 이사는 “해외 주식이 본격적으로 대중화되면서 개인투자자를 대상으로 투자 정보를 제공하고 해외 주식 투자 시스템을 구축하려는 증권사들의 투자가 본격화됐다”고 설명했다. 본격적인 해외 투자의 시작이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일본 주식은 시차가 없어 접근하기 어렵지 않은 데다 일본 기업 정보는 미국 등에 비해 쉽게 얻을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투자 잔액 상위 5개 종목 중 미국 주식은 상장지수펀드(ETF)인 ‘아이셰어즈 실버 트러스트 ETF’가 유일했다.
2014년부터 홍콩 종목이 무섭게 치고 올라왔다. 중국 3대 가스사업자 차이나가스가 투자 잔액 1위, 중국인민재산보험(PICC)이 4위 종목이 됐다. 2014년 말 국내 투자자들의 홍콩 증시 투자 잔액은 16억4637만달러로 3년 전보다 네 배 이상 늘었다. 초기 중학개미들은 어마어마한 내수 시장을 기반으로 한 중국 내수 기업에 투자해 큰 수익을 냈다. 국내 기업들이 중국 시장에서 큰돈을 벌어들인 것과 맥을 같이했다. 2014년부터 2016년까지 중국과 홍콩 주식 투자 잔액이 미국과 일본을 제치고 1위를 유지했다.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시작된 ‘서학개미운동’으로 해외 주식 투자의 판이 본격적으로 커졌다. 이들이 집중한 곳은 ‘망할 일 없는’ 미국이었다. 2019년 국내 투자자의 미국 주식 투자 규모는 84억1565만달러였다. 그 규모는 2020년 373억3529만달러가 됐다. 1년 만에 네 배로 성장한 것이다.
대표주자는 테슬라였다. 2020년 말 테슬라 투자 잔액은 78억3462만달러로 압도적인 1위를 기록했다. 전기차, 자율주행차 시대에 대한 꿈과 성장성에 베팅한 결과였다. 테슬라는 수익률로 투자자에게 보답했다.
여전히 서학개미 계좌에는 미국 성장주가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지난 20일 기준 투자 잔액이 가장 많은 종목은 테슬라다. 90억6182만달러로 2위인 애플(39억6899만달러)의 두 배가 넘는다. 10위권 내에서는 아마존(19억9117만달러) 알파벳(17억4114만달러) 엔비디아(15억2264만달러) 마이크로소프트(15억1249만달러) 등 미국 대표 성장주들이 이름을 올렸다.
올해 달라진 점은 개별 종목보다 위험을 분산할 수 있는 ETF 투자가 급증하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 나스닥100지수를 추종하는 ‘인베스코 QQQ ETF’와 S&P500지수를 따르는 ‘SPDR S&P500 ETF’는 각각 투자 잔액 7, 8위에 올랐다. 여전히 해외 종목에 대한 정보가 부족한 상황에서 특정 종목에 베팅하기보단 ETF 투자에 나서는 이들이 늘고 있다는 분석이다.
미국 증시 쏠림 현상은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전체 해외 주식 투자 잔액 가운데 미국 주식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1년 17%에서 2020년 79%로 급증했다. 올해 들어선 그 비중이 83%까지 늘었다.
고재연/서형교 기자 yeon@hankyung.com
2015년 서울 강남의 한 프라이빗뱅커(PB)가 언론과 한 인터뷰 기사의 제목이다. 중국 주식 직접투자에 대한 문의가 빗발쳐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날을 보내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그가 관리하는 고객 중 한 명은 중국 소비주를 집중 매수해 두 달 만에 50% 수익을 냈다고 설명했다.
2014년 말 중국 상하이증시와 홍콩 증시의 교차거래(후강퉁) 제도가 도입되고, 2016년 말부터는 선전증시와 홍콩 증시의 교차거래(선강퉁)까지 가능해지면서 ‘중학개미’가 급증했다. 증권사들은 앞다퉈 해외상품부 조직을 꾸리거나 강화했다. 당시 해외상품부 부장을 맡았던 박진 NH투자증권 이사는 “해외 주식이 본격적으로 대중화되면서 개인투자자를 대상으로 투자 정보를 제공하고 해외 주식 투자 시스템을 구축하려는 증권사들의 투자가 본격화됐다”고 설명했다. 본격적인 해외 투자의 시작이었다.
일본 제치고 선두 된 홍콩 주식
중학개미들이 등장하기 전까지만 해도 국내 투자자가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는 해외 주식은 일본 주식이었다. 예탁결제원에 따르면 2011년 말 국내 투자자가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던 해외 주식은 일본제철이었다. 일본 증시에 상장된 게임업체 넥슨과 정유업체 에네오스는 각각 해외 주식 투자 잔액 2위와 4위에 이름을 올렸다. 이때만 해도 해외 주식 투자자를 찾기가 쉽지 않았다.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일본 주식은 시차가 없어 접근하기 어렵지 않은 데다 일본 기업 정보는 미국 등에 비해 쉽게 얻을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투자 잔액 상위 5개 종목 중 미국 주식은 상장지수펀드(ETF)인 ‘아이셰어즈 실버 트러스트 ETF’가 유일했다.
2014년부터 홍콩 종목이 무섭게 치고 올라왔다. 중국 3대 가스사업자 차이나가스가 투자 잔액 1위, 중국인민재산보험(PICC)이 4위 종목이 됐다. 2014년 말 국내 투자자들의 홍콩 증시 투자 잔액은 16억4637만달러로 3년 전보다 네 배 이상 늘었다. 초기 중학개미들은 어마어마한 내수 시장을 기반으로 한 중국 내수 기업에 투자해 큰 수익을 냈다. 국내 기업들이 중국 시장에서 큰돈을 벌어들인 것과 맥을 같이했다. 2014년부터 2016년까지 중국과 홍콩 주식 투자 잔액이 미국과 일본을 제치고 1위를 유지했다.
미국 성장주에 대한 믿음은 지속
2016년 중국 증시가 고꾸라지자 중학개미들은 서학개미로 정체성을 바꿨다. 변동성은 작고 성장성은 보장된 미국으로 시선을 돌렸다.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시작된 ‘서학개미운동’으로 해외 주식 투자의 판이 본격적으로 커졌다. 이들이 집중한 곳은 ‘망할 일 없는’ 미국이었다. 2019년 국내 투자자의 미국 주식 투자 규모는 84억1565만달러였다. 그 규모는 2020년 373억3529만달러가 됐다. 1년 만에 네 배로 성장한 것이다.
대표주자는 테슬라였다. 2020년 말 테슬라 투자 잔액은 78억3462만달러로 압도적인 1위를 기록했다. 전기차, 자율주행차 시대에 대한 꿈과 성장성에 베팅한 결과였다. 테슬라는 수익률로 투자자에게 보답했다.
여전히 서학개미 계좌에는 미국 성장주가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지난 20일 기준 투자 잔액이 가장 많은 종목은 테슬라다. 90억6182만달러로 2위인 애플(39억6899만달러)의 두 배가 넘는다. 10위권 내에서는 아마존(19억9117만달러) 알파벳(17억4114만달러) 엔비디아(15억2264만달러) 마이크로소프트(15억1249만달러) 등 미국 대표 성장주들이 이름을 올렸다.
올해 달라진 점은 개별 종목보다 위험을 분산할 수 있는 ETF 투자가 급증하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 나스닥100지수를 추종하는 ‘인베스코 QQQ ETF’와 S&P500지수를 따르는 ‘SPDR S&P500 ETF’는 각각 투자 잔액 7, 8위에 올랐다. 여전히 해외 종목에 대한 정보가 부족한 상황에서 특정 종목에 베팅하기보단 ETF 투자에 나서는 이들이 늘고 있다는 분석이다.
미국 증시 쏠림 현상은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전체 해외 주식 투자 잔액 가운데 미국 주식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1년 17%에서 2020년 79%로 급증했다. 올해 들어선 그 비중이 83%까지 늘었다.
고재연/서형교 기자 y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