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업체 F&F가 주식·채권시장에서 ‘러브콜’을 받고 있다. 코로나19 델타 변이 바이러스가 확산하는 와중에서도 보유 브랜드인 디스커버리, MLB 등이 선전하는 데다 세계 3대 골프용품 업체인 테일러메이드 인수전에도 참여하는 등 사업 다각화 전략이 인정받는 분위기다. 다만 일각에선 신규 사업 투자로 재무 부담이 커지고 있어 최근 주가 상승 속도가 너무 가파른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테일러메이드 인수전 참여 효과…F&F, 단숨에 시총 5조원 돌파
26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이달 들어 국내 대형 증권사에 F&F의 회사채 발행 계획을 문의하는 자산운용사·연기금 등 기관투자가의 문의가 잇따르고 있다. F&F는 지난 5월 옛 F&F(현 F&F홀딩스)로부터 인적 분할돼 설립됐다. 라이선스 브랜드 위주로 캐주얼·아웃도어 의류 제품을 주로 판매하고 있다.

F&F는 2003년 한 차례 공개모집 형태로 회사채를 발행한 이후 채권시장에서 모습을 감췄다. 당시 회사채 신용등급은 BBB였다. 하지만 19년 동안 공식적인 신용등급 평가를 받지 않아 현재 신용등급을 둘러싸고 의견이 분분하다. 최근 한국신용평가는 F&F의 기업어음 신용등급에 A2-, 한국기업평가는 A2를 부여했다. 이에 비춰볼 때 F&F가 회사채를 발행한다면 A급 수준에서 신용등급이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

신용등급도 확정되지 않은 F&F의 회사채에 기관투자가들이 관심을 보이는 건 부침 없는 성장세와 수익성 덕분이다.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외부활동이 줄면서 고전을 면치 못하는 대다수 패션 업체와 달리 F&F는 ‘나홀로 호황’을 누리고 있다. 백화점, 면세점, 가두점 등으로 매출 비중이 분산돼 있고 노세일(no sale) 방침과 중고가(中高價) 가격을 고수하는 점이 인정받고 있다. 이 회사의 지난 2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은 1년 전보다 각각 87.3%, 268.1% 뛴 3124억원, 754억원을 기록했다. 사상 최대 분기 실적이다. 여기에 F&F는 올 7월 테일러메이드 인수전에 전략적 투자자로 참여하며 신규 사업과 글로벌 시장 진출을 계획하고 있다.

이날 F&F의 주가는 2.79% 오른 73만6000원에 마감했다. 이달 들어서만 22.6% 상승한 가격으로 시가총액도 5조6388억원으로 불어났다. 국내 증권사들은 F&F의 목표주가를 85만원(대신증권·KTB투자증권)에서 90만원(메리츠증권)으로 높여 잡는 분위기다. 현 주가보다 최대 22%가량 비싸다.

일각에선 최근 주가 상승과 신용도 상향 전망이 과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포트폴리오가 캐주얼, 아웃도어, 아동복에 집중돼 있다”며 “소수 브랜드에 매출이 편중돼 앞으로 패션 트렌드 변화나 라이선스 계약 연장 여부에 따라 실적이 크게 좌우될 수 있다”고 말했다.

테일러메이드 인수 참여로 재무 부담도 빠르게 늘고 있다. 6월 말 별도 기준 순차입금은 -796억원으로 현금을 더 많이 보유하고 있었다. 하지만 7월 테일러메이드 인수에 참여하면서 순차입금이 4000억원 정도 증가했다. 채선영 한국신용평가 선임연구원은 “내수 경기와 주력 브랜드의 시장 지위 변동, 테일러메이드 지분 추가 인수 여부 등에 따라 신용도가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