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테이퍼링은 당연한 것…봐야할 건 금리 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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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롬 파월 미 중앙은행(Fed) 의장의 잭슨홀 미팅 연설을 하루 앞둔 26일(현지시간) 뉴욕 증시는 온종일 어수선했습니다.
아침부터 Fed 인사들의 언론 인터뷰가 줄줄이 흘러나왔습니다. 잭슨홀 회의를 주최하는 캔자스시티연방은행의 에스더 조지 총재는 "'더 늦기 전에' 자산매입 축소 절차를 시작하는 데 찬성한다"라고 밝혔습니다. 그는 "위원회는 '상당한 추가 진전'이라는 가이던스를 제공했고 내 판단에 우리는 그곳에 도달하고 있다"라며 "경제에 들어가는 통화 완화의 양을 줄이기 시작할 때라고 생각한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원래 '매파'인 조지는 내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투표권을 갖게 됩니다.
최근 강력한 '매파'로 돌아선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연은 총재는 "내년 3월 말까지 테이퍼링을 끝내 미국 경제가 과열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라고 다시 한번 주장했습니다. 그는 "Fed의 채권 매입이 작년 팬데믹에서는 적절했지만, 이제는 금융시장의 거품을 만들고, 인플레이션을 통제하지 못할 위험이 있다"라고 지적했습니다. 불러드 총재는 "미국 주택시장은 거품 초기 단계"라고 우려했고 "인플레이션이 완화되지 않으면 모두에게 문제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지난주 금요일 "델타 변이 우려가 커지면 의견을 조정할 수 있다"라고 했던 로버트 캐플런 댈러스연은 총재는 다시 말을 바꿨습니다. "전망을 바꿀 만한 어떤 것도 보지 못했다"며 Fed가 테이퍼링을 9월에 발표하고 10월이나 10월과 가까운 시기에 시작하기를 원한다며 다시 '매파'로 복귀한 겁니다. 미국 경제가 델타 변이에 적응하고 있어 기존 입장을 유지하기로 했다는 겁니다. 캐플런 총재는 "2022년 첫 금리 인상을 해야 한다"는 의견도 고수했습니다. 이렇게 지역 연은 총재들의 발언이 전해지는 가운데 오전 10시를 넘어 아프가니스탄에서 자살폭탄테러가 났다는 보도가 전해졌습니다. 다수의 미군을 포함한 사상자가 있다는 소식에 주가지수가 출렁였습니다. 결국 이슬람국가(IS) 소행으로 추정되는 폭탄테러로 12명이 사망하고 15명이 부상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월가 관계자는 "기본적으로는 아프가니스탄 사태가 뉴욕 증시와 큰 연관은 없지만, 오늘 일은 테이퍼링으로 불안한 투자자들에게 중동으로 인한 지정학적 위험을 다시 한번 깨우쳐주는 영향이 있었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조 바이든 대통령의 지지율이 이번 아프가니스탄 사태로 흔들리고 있다"라며 "민주당의 정치적 리더십이 약화한다면 인프라 법안 통과에도 어느 정도 부정적 효과를 미칠 수 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혼조세로 출발한 주요 지수는 하락세를 보였습니다. 장 초반 또다시 사상 최고 기록을 세웠던 S&P500 지수는 5일 연속 상승세를 마무리하고 0.58% 하락한 채 거래를 마쳤습니다. 다우는 0.54%, 나스닥은 0.64% 떨어졌습니다. 과연 파월 의장은 27일 오전 10시(한국 시간 27일 밤 11시)에 무슨 말을 할까요?
월가에서는 현재 Fed가 11월께 테이퍼링 일정을 발표하고 12월 연내 테이퍼링을 시작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파월 의장은 이런 시장의 예상을 어느 정도 확인시켜주면서도 관련 일정을 확정시킬 정도로 확실한 발언은 하지 않을 것이란 게 시장 관측입니다. 즉 어느 정도 모호성을 유지하지만, 충분히 여지는 밝힐 것이란 얘기입니다. 월가 관계자는 "지금 뉴욕 증시에는 막대한 레버리지(차입)를 일으켜 투자하는 사람들이 많다. 게다가 여름 막바지여서 주식 거래량도 적다. 파월 의장이 뭐라고 말하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그 발언을 시장이 어떻게 해석을 하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본다. 만약 투자자들이 이제 레버리지를 줄여 나가야 할 때라는 생각을 갖게 된다면 변동성은 커질 수 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앞서 설명했듯이 월가는 곧 테이퍼링이 실시될 것이라고 예상합니다. 11월이냐, 12월이냐, 혹은 내년 1월이냐 정도의 차이입니다.
델타 변이로 인해 주춤하고 있지만, 기본적으로 미국 경제는 강하게 회복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신규고용도 앞으로 몇 달간 매달 100만 명 가까이 나올 것으로 관측됩니다. 이런데도 비상상황에 쓰는 양적완화를 계속하는 건 비정상적입니다.
그러다 보니 돈이 너무 많습니다. 역환매조건부채권(Reverse Repo) 시장에는 오늘도 1조 달러 이상이 몰려들었습니다. 그만큼 시중에선 필요로 하지 않는 돈이 금융시장에는 나돌고 있는 겁니다. 그런 돈이 돌아다니면서 인플레이션을 자극하고 있습니다. 공급망 혼란으로 인한 물가 상승은 얼마나 지속할지 확실하지는 않지만 '일시적'일 것입니다. 하지만 꾸준히 오르는 경향이 있는 임금과 렌트도 꿈틀대고 있습니다. 불러드 총재가 "주택 거품이 시작되고 있다. Fed가 채권 매입으로 이를 해결하는 것보다 해를 끼칠 우려가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한 이유입니다. 게다가 이번 잭슨홀 미팅의 주체는 "불균등한 경제 속에서 거시경제 정책"입니다. 자산 거품이 생기면 가장 수혜를 입는 이들은 자산을 가진 사람들입니다. 그리고 자산이 없는 사람들이 피해를 봅니다.
월가 관계자는 "테이퍼링은 곧 실시되어야 한다"라고 잘라 말했습니다. 그리고 2014년 벤 버냉키 전 의장이 말했듯 "테이퍼링은 기본적으로 긴축이 아닙니다". 공급되는 유동성의 양을 조금씩 줄여나가는 것이지, 시장의 유동성을 흡수하는 게 아닙니다.
그리고 테이퍼링 자체는 주식에 대해 위협적일 필요가 없습니다. 잠시 텐트럼(시장 발작)이 있긴 했지만 2013~2014년에도 증시는 크게 올랐습니다.
현재 테이퍼링 논의과정을 지켜보는 사람들이 더 주시하고 보는 건 바로 테이퍼링 이후에 나올 기준금리 인상입니다. 금리 인상이야말로 긴축입니다.
테이퍼링을 한다는 건 통상 긴축을 준비한다는 의미로 해석됩니다. 테이퍼링을 끝내면 금리를 인상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양적완화는 장기 금리를 낮추려는 조치입니다. 그리고 양적완화의 규모를 줄여가는 게 테이퍼링입니다. 테이퍼링을 하는 중에도 어쨌든 양적완화는 계속되는 것이죠. 그래서 이런 테이퍼링을 하면서 단기 금리(기준금리)를 올리는 건 이론적으로 가능할 수 있어도 모순적입니다. 파월 의장도 정상적이라면 테이퍼링이 끝나야 금리 인상을 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Fed는 이런 테이퍼링으로 인해 금융시장에 발작이 일어나는 걸 막고 싶어 합니다. 그래서 지난 7월 FOMC 회의록에서 "테이퍼링과 금리 조정은 연관 관계가 없다"라는 언급을 넣었습니다. 테이퍼링을 끝낸다는 게 금리를 올린다는 것과 동의어가 아니란 겁니다. 시장 참여자들이 금리 인상 시점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기 때문이겠죠.
월가 관계자는 "인플레이션만 2~3% 이하로 낮게 유지된다면 Fed는 금리를 올리지 않고 유지할 수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이 뜻은 인플레이션이 올라가면 금리도 올릴 것이란 뜻입니다. 불러드 총재는 이날 "내년 1분기 말까지 테이퍼링을 끝내면 그 시점에서 인플레이션이 완화됐는지 볼 수 있고, 만약 그렇다면 좋은 상태가 될 것"이라며 "인플레이션이 완화되지 않으면 억제하기 위해 더 공격적으로 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불러드 총재의 말은 인플레이션이 높아진다면 기준금리를 언제든 올려서 대응할 수 있도록 빨리 테이퍼링을 해야 한다는 겁니다.
금리가 높아지면 뉴욕 증시의 높은 밸류에이션이 흔들릴 수 있습니다. 레버리지를 많이 일으켜 자산에 투자한 투자자들이라면 그 전에 차익실현을 해야겠지요.
그래서 다들 테이퍼링의 속도, 그리고 인플레이션을 쳐다보고 있습니다. 자산매입축소의 속도란 얼마나 빨리 자산매입 규모를 줄여가느냐입니다. 매달 200억 달러를 줄이면 테이퍼링은 금세 끝날 것이고 100억 달러씩 줄인다면 1년이 걸릴 겁니다. 시장의 컨센서스는 연말 이전에 자산매입 축소를 시작해 8~10개월 이내에 마무리한다는 것입니다.
그 속도는 결국 인플레이션에 달려있습니다. 인플레이션이 높아진다면 빨리 테이퍼링을 끝낸 뒤 금리를 올려야 할 것이고, 인플레이션이 안정된다면 테이퍼링도 천천히 하고 금리 인상도 서두를 필요가 없을 겁니다. 즉 앞으로 테이퍼링 과정을 보는 관전 포인트는 바로, 언제 기준금리를 올리려고 할 것인지 라는 겁니다. 씨티의 숀 스나이터 전략가는 CNBC 인터뷰에서 “진짜 문제는 내년에 무슨 일이 일어날 것인가이다. Fed가 금리를 높이지 않아도 되는 적당한 성장과 적절한 인플레이션이 가능할까. 나는 투자자들이 이런 게 예상대로 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매우 걱정하고 있다고 본다"라고 말했습니다.
인플레이션은 또 다른 문제를 일으킵니다. 주가를 떠받치는 또 다른 기둥인 기업 이익도 흔들 수 있기 때문입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이날 보고서에서 2분기 어닝시즌에 S&P 500 기업들의 주당순이익(EPS)이 작년 동기보다 약 90% 증가했고 월가 컨센서스 추정치도 약 17% 상회했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이후에는 더 이상의 성장을 하기가 어려워질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사비타 수브라마니안 전략가는 "S&P 500은 또 다른 분기 실적 기록을 세웠지만 여기서부터는 실적 개선의 궤적이 까다로워질 것으로 믿는다"라고 밝혔습니다. 그는 "거시경제 데이터가 약화되기 시작했고 노동 및 공급망 문제가 남아 있는 가운데 인플레이션은 순풍에서 역풍으로 바뀌었다"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기업 심리가 정점에 이르렀고 기업들의 낙관론이 팬데믹 이후 최저치로 떨어졌습니다. 또 월가의 실적 컨센서스도 둔화하고 있다. EPS는 3분기에 17%, 4분기에 22%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2021년 연간 EPS가 작년보다 46% 증가한 204달러로 예상하며, 2022년에는 215달러 늘어날 것으로 봤습니다. 하지만 이는 5% 성장에 불과합니다.
최근 모건스탠리도 기업 이익의 증가세가 인플레이션과 공급망 혼란, 그리고 증세 등으로 인해 위협받을 것으로 경고했습니다.
아직 월가 다수는 기업 실적이 계속 증가하면서 주가를 떠받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골드만삭스 UBS 메릴 등이 그렇습니다. 얼마 전 UBS는 기업 실적 증가세가 이어질 것이라며 올해 말 S&P500 지수 전망치를 기존 4500에서 4600으로, 또 내년 말에는 5000으로 높였습니다. 2분기 기업 실적을 바탕으로 추정해보니 올해 S&P500 기업의 주당순이익(EPS) 추정치가 작년보다 45% 증가해 주당 207달러에 달하고, 내년에도 10% 늘어 227달러에 달할 것이라는 겁니다. 내년 EPS 227달러는 법인세 증세에 따라 4~5% 감소하는 것까지 고려한 것입니다. UBS는 그러면서 자사보다 낮은 월가의 실적 전망치가 계속 상향 조정될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UBS는 올해, 내년 기업 이익이 계속 늘어난다고 예상하는 근거로 두 가지를 들었습니다. 첫 번째는 경제 회복이 델타 변이로 인해 약간 지연되더라도 탈선하는 건 아니다, 즉 침체로 가는 건 아니라는 것입니다. 각종 부양책으로 풍부해진 가계 유동성에 회복되고 있는 고용 상황을 고려하면 미국 경제의 성장 동력인 소비가 강하게 이어질 것이란 논리입니다.
두 번째로는 미 중앙은행(Fed)의 정책적 지원이 이어질 것이란 겁니다. Fed는 지금 테이퍼링을 추진하고 있지만, 델타 변이로 경기 회복이 지연되고 있고 여전히 팬데믹 이전보다 570만 명이나 많은 실업자를 고려할 때 Fed가 긴축을 서두르지 않을 것이란 예상입니다. 이에 따라 기준금리 인상은 Fed가 시사한 대로 2023년에나 처음 발생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아침부터 Fed 인사들의 언론 인터뷰가 줄줄이 흘러나왔습니다. 잭슨홀 회의를 주최하는 캔자스시티연방은행의 에스더 조지 총재는 "'더 늦기 전에' 자산매입 축소 절차를 시작하는 데 찬성한다"라고 밝혔습니다. 그는 "위원회는 '상당한 추가 진전'이라는 가이던스를 제공했고 내 판단에 우리는 그곳에 도달하고 있다"라며 "경제에 들어가는 통화 완화의 양을 줄이기 시작할 때라고 생각한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원래 '매파'인 조지는 내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투표권을 갖게 됩니다.
최근 강력한 '매파'로 돌아선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연은 총재는 "내년 3월 말까지 테이퍼링을 끝내 미국 경제가 과열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라고 다시 한번 주장했습니다. 그는 "Fed의 채권 매입이 작년 팬데믹에서는 적절했지만, 이제는 금융시장의 거품을 만들고, 인플레이션을 통제하지 못할 위험이 있다"라고 지적했습니다. 불러드 총재는 "미국 주택시장은 거품 초기 단계"라고 우려했고 "인플레이션이 완화되지 않으면 모두에게 문제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지난주 금요일 "델타 변이 우려가 커지면 의견을 조정할 수 있다"라고 했던 로버트 캐플런 댈러스연은 총재는 다시 말을 바꿨습니다. "전망을 바꿀 만한 어떤 것도 보지 못했다"며 Fed가 테이퍼링을 9월에 발표하고 10월이나 10월과 가까운 시기에 시작하기를 원한다며 다시 '매파'로 복귀한 겁니다. 미국 경제가 델타 변이에 적응하고 있어 기존 입장을 유지하기로 했다는 겁니다. 캐플런 총재는 "2022년 첫 금리 인상을 해야 한다"는 의견도 고수했습니다. 이렇게 지역 연은 총재들의 발언이 전해지는 가운데 오전 10시를 넘어 아프가니스탄에서 자살폭탄테러가 났다는 보도가 전해졌습니다. 다수의 미군을 포함한 사상자가 있다는 소식에 주가지수가 출렁였습니다. 결국 이슬람국가(IS) 소행으로 추정되는 폭탄테러로 12명이 사망하고 15명이 부상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월가 관계자는 "기본적으로는 아프가니스탄 사태가 뉴욕 증시와 큰 연관은 없지만, 오늘 일은 테이퍼링으로 불안한 투자자들에게 중동으로 인한 지정학적 위험을 다시 한번 깨우쳐주는 영향이 있었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조 바이든 대통령의 지지율이 이번 아프가니스탄 사태로 흔들리고 있다"라며 "민주당의 정치적 리더십이 약화한다면 인프라 법안 통과에도 어느 정도 부정적 효과를 미칠 수 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혼조세로 출발한 주요 지수는 하락세를 보였습니다. 장 초반 또다시 사상 최고 기록을 세웠던 S&P500 지수는 5일 연속 상승세를 마무리하고 0.58% 하락한 채 거래를 마쳤습니다. 다우는 0.54%, 나스닥은 0.64% 떨어졌습니다. 과연 파월 의장은 27일 오전 10시(한국 시간 27일 밤 11시)에 무슨 말을 할까요?
월가에서는 현재 Fed가 11월께 테이퍼링 일정을 발표하고 12월 연내 테이퍼링을 시작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파월 의장은 이런 시장의 예상을 어느 정도 확인시켜주면서도 관련 일정을 확정시킬 정도로 확실한 발언은 하지 않을 것이란 게 시장 관측입니다. 즉 어느 정도 모호성을 유지하지만, 충분히 여지는 밝힐 것이란 얘기입니다. 월가 관계자는 "지금 뉴욕 증시에는 막대한 레버리지(차입)를 일으켜 투자하는 사람들이 많다. 게다가 여름 막바지여서 주식 거래량도 적다. 파월 의장이 뭐라고 말하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그 발언을 시장이 어떻게 해석을 하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본다. 만약 투자자들이 이제 레버리지를 줄여 나가야 할 때라는 생각을 갖게 된다면 변동성은 커질 수 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앞서 설명했듯이 월가는 곧 테이퍼링이 실시될 것이라고 예상합니다. 11월이냐, 12월이냐, 혹은 내년 1월이냐 정도의 차이입니다.
델타 변이로 인해 주춤하고 있지만, 기본적으로 미국 경제는 강하게 회복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신규고용도 앞으로 몇 달간 매달 100만 명 가까이 나올 것으로 관측됩니다. 이런데도 비상상황에 쓰는 양적완화를 계속하는 건 비정상적입니다.
그러다 보니 돈이 너무 많습니다. 역환매조건부채권(Reverse Repo) 시장에는 오늘도 1조 달러 이상이 몰려들었습니다. 그만큼 시중에선 필요로 하지 않는 돈이 금융시장에는 나돌고 있는 겁니다. 그런 돈이 돌아다니면서 인플레이션을 자극하고 있습니다. 공급망 혼란으로 인한 물가 상승은 얼마나 지속할지 확실하지는 않지만 '일시적'일 것입니다. 하지만 꾸준히 오르는 경향이 있는 임금과 렌트도 꿈틀대고 있습니다. 불러드 총재가 "주택 거품이 시작되고 있다. Fed가 채권 매입으로 이를 해결하는 것보다 해를 끼칠 우려가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한 이유입니다. 게다가 이번 잭슨홀 미팅의 주체는 "불균등한 경제 속에서 거시경제 정책"입니다. 자산 거품이 생기면 가장 수혜를 입는 이들은 자산을 가진 사람들입니다. 그리고 자산이 없는 사람들이 피해를 봅니다.
월가 관계자는 "테이퍼링은 곧 실시되어야 한다"라고 잘라 말했습니다. 그리고 2014년 벤 버냉키 전 의장이 말했듯 "테이퍼링은 기본적으로 긴축이 아닙니다". 공급되는 유동성의 양을 조금씩 줄여나가는 것이지, 시장의 유동성을 흡수하는 게 아닙니다.
그리고 테이퍼링 자체는 주식에 대해 위협적일 필요가 없습니다. 잠시 텐트럼(시장 발작)이 있긴 했지만 2013~2014년에도 증시는 크게 올랐습니다.
현재 테이퍼링 논의과정을 지켜보는 사람들이 더 주시하고 보는 건 바로 테이퍼링 이후에 나올 기준금리 인상입니다. 금리 인상이야말로 긴축입니다.
테이퍼링을 한다는 건 통상 긴축을 준비한다는 의미로 해석됩니다. 테이퍼링을 끝내면 금리를 인상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양적완화는 장기 금리를 낮추려는 조치입니다. 그리고 양적완화의 규모를 줄여가는 게 테이퍼링입니다. 테이퍼링을 하는 중에도 어쨌든 양적완화는 계속되는 것이죠. 그래서 이런 테이퍼링을 하면서 단기 금리(기준금리)를 올리는 건 이론적으로 가능할 수 있어도 모순적입니다. 파월 의장도 정상적이라면 테이퍼링이 끝나야 금리 인상을 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Fed는 이런 테이퍼링으로 인해 금융시장에 발작이 일어나는 걸 막고 싶어 합니다. 그래서 지난 7월 FOMC 회의록에서 "테이퍼링과 금리 조정은 연관 관계가 없다"라는 언급을 넣었습니다. 테이퍼링을 끝낸다는 게 금리를 올린다는 것과 동의어가 아니란 겁니다. 시장 참여자들이 금리 인상 시점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기 때문이겠죠.
월가 관계자는 "인플레이션만 2~3% 이하로 낮게 유지된다면 Fed는 금리를 올리지 않고 유지할 수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이 뜻은 인플레이션이 올라가면 금리도 올릴 것이란 뜻입니다. 불러드 총재는 이날 "내년 1분기 말까지 테이퍼링을 끝내면 그 시점에서 인플레이션이 완화됐는지 볼 수 있고, 만약 그렇다면 좋은 상태가 될 것"이라며 "인플레이션이 완화되지 않으면 억제하기 위해 더 공격적으로 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불러드 총재의 말은 인플레이션이 높아진다면 기준금리를 언제든 올려서 대응할 수 있도록 빨리 테이퍼링을 해야 한다는 겁니다.
금리가 높아지면 뉴욕 증시의 높은 밸류에이션이 흔들릴 수 있습니다. 레버리지를 많이 일으켜 자산에 투자한 투자자들이라면 그 전에 차익실현을 해야겠지요.
그래서 다들 테이퍼링의 속도, 그리고 인플레이션을 쳐다보고 있습니다. 자산매입축소의 속도란 얼마나 빨리 자산매입 규모를 줄여가느냐입니다. 매달 200억 달러를 줄이면 테이퍼링은 금세 끝날 것이고 100억 달러씩 줄인다면 1년이 걸릴 겁니다. 시장의 컨센서스는 연말 이전에 자산매입 축소를 시작해 8~10개월 이내에 마무리한다는 것입니다.
그 속도는 결국 인플레이션에 달려있습니다. 인플레이션이 높아진다면 빨리 테이퍼링을 끝낸 뒤 금리를 올려야 할 것이고, 인플레이션이 안정된다면 테이퍼링도 천천히 하고 금리 인상도 서두를 필요가 없을 겁니다. 즉 앞으로 테이퍼링 과정을 보는 관전 포인트는 바로, 언제 기준금리를 올리려고 할 것인지 라는 겁니다. 씨티의 숀 스나이터 전략가는 CNBC 인터뷰에서 “진짜 문제는 내년에 무슨 일이 일어날 것인가이다. Fed가 금리를 높이지 않아도 되는 적당한 성장과 적절한 인플레이션이 가능할까. 나는 투자자들이 이런 게 예상대로 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매우 걱정하고 있다고 본다"라고 말했습니다.
인플레이션은 또 다른 문제를 일으킵니다. 주가를 떠받치는 또 다른 기둥인 기업 이익도 흔들 수 있기 때문입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이날 보고서에서 2분기 어닝시즌에 S&P 500 기업들의 주당순이익(EPS)이 작년 동기보다 약 90% 증가했고 월가 컨센서스 추정치도 약 17% 상회했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이후에는 더 이상의 성장을 하기가 어려워질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사비타 수브라마니안 전략가는 "S&P 500은 또 다른 분기 실적 기록을 세웠지만 여기서부터는 실적 개선의 궤적이 까다로워질 것으로 믿는다"라고 밝혔습니다. 그는 "거시경제 데이터가 약화되기 시작했고 노동 및 공급망 문제가 남아 있는 가운데 인플레이션은 순풍에서 역풍으로 바뀌었다"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기업 심리가 정점에 이르렀고 기업들의 낙관론이 팬데믹 이후 최저치로 떨어졌습니다. 또 월가의 실적 컨센서스도 둔화하고 있다. EPS는 3분기에 17%, 4분기에 22%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2021년 연간 EPS가 작년보다 46% 증가한 204달러로 예상하며, 2022년에는 215달러 늘어날 것으로 봤습니다. 하지만 이는 5% 성장에 불과합니다.
최근 모건스탠리도 기업 이익의 증가세가 인플레이션과 공급망 혼란, 그리고 증세 등으로 인해 위협받을 것으로 경고했습니다.
아직 월가 다수는 기업 실적이 계속 증가하면서 주가를 떠받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골드만삭스 UBS 메릴 등이 그렇습니다. 얼마 전 UBS는 기업 실적 증가세가 이어질 것이라며 올해 말 S&P500 지수 전망치를 기존 4500에서 4600으로, 또 내년 말에는 5000으로 높였습니다. 2분기 기업 실적을 바탕으로 추정해보니 올해 S&P500 기업의 주당순이익(EPS) 추정치가 작년보다 45% 증가해 주당 207달러에 달하고, 내년에도 10% 늘어 227달러에 달할 것이라는 겁니다. 내년 EPS 227달러는 법인세 증세에 따라 4~5% 감소하는 것까지 고려한 것입니다. UBS는 그러면서 자사보다 낮은 월가의 실적 전망치가 계속 상향 조정될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UBS는 올해, 내년 기업 이익이 계속 늘어난다고 예상하는 근거로 두 가지를 들었습니다. 첫 번째는 경제 회복이 델타 변이로 인해 약간 지연되더라도 탈선하는 건 아니다, 즉 침체로 가는 건 아니라는 것입니다. 각종 부양책으로 풍부해진 가계 유동성에 회복되고 있는 고용 상황을 고려하면 미국 경제의 성장 동력인 소비가 강하게 이어질 것이란 논리입니다.
두 번째로는 미 중앙은행(Fed)의 정책적 지원이 이어질 것이란 겁니다. Fed는 지금 테이퍼링을 추진하고 있지만, 델타 변이로 경기 회복이 지연되고 있고 여전히 팬데믹 이전보다 570만 명이나 많은 실업자를 고려할 때 Fed가 긴축을 서두르지 않을 것이란 예상입니다. 이에 따라 기준금리 인상은 Fed가 시사한 대로 2023년에나 처음 발생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