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AF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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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항공기 제조업체 보잉이 최소 10월 말까지 주력 기종인 787 드림라이너를 고객사들에 인도할 수 없게 됐다. 보잉 787기는 결함이 발견된 이후 지난해 10월 고객사에 인도를 중단해 1년 가까이 공급에 차질을 빚고 있다.

4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보잉은 미국 연방항공청(FAA)의 보잉 787 드림라이너에 대한 검사 및 승인을 받지 못했다. 지난달 보잉은 787기 샘플 3대를 FAA에 보내 검사를 요청하려고 했으나 일부 보잉 엔지니어가 이에 반대했기 때문이다.

FAA는 “사내 규제 기관 역할을 하는 직원 그룹에도 동의를 받아야 검사에 들어갈 수 있다”고 말했다. 보잉은 샘플을 10대로 확대해 FAA에 보내는 방안을 직원 그룹과 합의했다.

보잉은 항공기 계약이 줄줄이 취소될 위기를 맞았다. 통상 항공기 인도가 1년 이상 지연되면 벌금을 내지 않고 구매 계약을 취소할 수 있다.

현재 보잉 창고에 있는 787기 100여 대 중 절반이 넘는 54대가 오는 10월1일부터 계약이 취소될 위험에 처한 것으로 추산된다.

세계 최대 항공기 리스업체인 아볼론은 이미 787기 2대를 취소했다. 아볼론은 보잉과의 협상 과정에서 3대를 더 취소할 수도 있다고 위협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항공사 아메리칸항공도 계약한 787기 중 일부를 취소할 것을 고려하고 있다. WSJ은 “계약 취소에 고객사와의 협상력도 약화됐다”며 “보잉의 재정적 부담이 늘어날 것”이라고 분석했다.

지난 6월 기준 보잉이 조립을 마치고도 인도하지 못한 787기 100여 대의 시장 가격은 250억 달러(약 29조원)에 육박한다.

맹진규 기자 mae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