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시장 엉망됐다'는 월가 전설, 에너지주 사는 이유?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확실히 이번 주 뉴욕 증시의 분위기는 차분해졌습니다. 주 초부터 골드만삭스가 미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낮추고 모건스탠리에 이어 뱅크오브아메리카, 도이치뱅크, 씨티 등이 줄줄이 조정 가능성을 경고하면서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던 8월 말 분위기와는 많이 다르게 느껴집니다.
게다가 지금은 9월 아닙니까. 월가 일부에서는 9월에 증시가 약세를 보였다는 통계가 별 게 아니라고 얘기합니다. 1900년부터, 혹은 2차 세계대전 이후를 따지면 마이너스 수익률을 나타내지만 최근 30년간을 따지면 일부 위기 시절(닷컴버블 붕괴, 글로벌 금융위기, 코로나 팬데믹)을 빼면 통상적인 해엔 플러스 수익률을 보여왔다는 겁니다. 인베스코에 따르면 1992년부터 1999년까지는 9월에 1.04% 올랐고 2003년부터 2007년에도 1.01% 상승했습니다. 특히 가장 가까운 2009년부터 2019년 사이에는 1.13% 급등했습니다. 하지만 투자자들은 인베스코가 빼놓았던 위기 시절을 잊지 못합니다. 며칠 뒤인 9월 11일은 9·11 사태가 터진 날이고, 또 9월 15일은 글로벌 금융위기의 주범인 리먼브러더스가 파산한 날입니다. 이처럼 월가의 9월에 대한 기억은 썩 좋지 않습니다.
9일(현지시간) 다우와 S&P500 지수는 나흘째 흘러내렸습니다. 선물 시장에서 약보합세를 보이던 주요 지수는 오전 8시30분 발표된 전주 실업급여 청구건수가 전달보다 3만5000건 감소한 31만 건(예상치 33만5000건)으로 나온 뒤 강보합세로 장을 출발했습니다. S&P500과 나스닥 지수 등은 오전에는 상승했지만 오후 들어 내림세로 돌아서더니 결국 3대 지수 모두 이날 최저 수준에서 거래를 마쳤습니다. 다우 0.43%, S&P500 0.46% 떨어졌고 나스닥은 0.25% 내렸습니다. 모두 델타 변이가 꺾이길 기다리고 있습니다. 증가세는 지난 주말 이후 확실히 정점을 지나 꺾어지고 있지만 감소 속도는 그리 빠르지 않습니다. 8일 14만8500명 등 8월 16일 이래 20여 일 넘게 하루 14만 명 이상의 신규 감염자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이런 속도라면 9월 고용뿐 아니라 10월까지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큽니다. 이날 마이크로소프트(MS)는 미국 내 사무실 정상출근 계획을 무기한 연기했습니다. 아무리 얘기해도 백신 접종률이 쉽게 올라가지 않자. 조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연방정부 직원 및 연방정부와 계약 거래하는 일반인 등 약 1억 명에 대해 백신 접종을 의무화하는 조치를 발표했습니다. 게다가 델타 변이로 촉발한 경기 하강세가 기업 이익에 부정적 영향을 줄 것이란 경고가 조금씩 현실화하고 있습니다. 이날 항공사들은 비행 일정 감축을 발표하고 향후 몇 개월간 재정적 손실이 더 커질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투자은행 코웬이 주최한 투자자 콘퍼런스에서 델타항공의 에드 바스티안 최고경영자(CEO)는 "우리가 원하는 정상화 다음 단계로 가는 게 약 90일간 일시 중단될 것 같다"라며 3분기 매출이 기존 예측 범위의 최하단으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델타항공과 아메리칸항공은 7월 예상보다 실적이 좋았지만 8월 회복 속도가 멈췄다고 밝혔습니다. 유나이티드항공은 올해 남은 기간 수요에 대응해 운행 편수를 줄일 것이라고 말했다. 또 3분기 총매출이 팬데믹 이전인 2년 전(2029년)보다 33%가량 낮아질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종전엔 매출이 2019년보다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었지만 이를 하향 조정한 겁니다. 유나이티드는 이런 추세가 이어진다면 4분기에는 다시 손실을 볼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전날에는 페인트회사 셔원윌리엄스와 PPG인더스트리가 실적 악화를 경고했었습니다. 셔윈윌리엄스의 존 머리키스 CEO는 “건축 및 산업 자재 시장에서 여전히 수요가 강력하지만, 문제는 원자재 수급”이라며 “공급망 병목 현상이 지속하고 있는 데다 원자재 가격 역시 크게 뛰고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로이터에 따르면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 CEO는 전날 직원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반도체 공급난으로 인한 어려움에 강하게 맞설 것을 주문했습니다. 그는 "3분기 초에 극도로 심각한 부품 부족으로 이번 분기 말 차량 배송은 훨씬 많을 수 있다"라면서 "3분기 배송 횟수를 보장하기 위해 '슈퍼 하드코어'(go super hardcore)로 일해달라"라고 요청했습니다. 그는 테슬라가 나중에 빠진 부품을 추가해야 하는 많은 자동차를 제작했음을 알리면서 이것은 테슬라 역사상 가장 큰 도전이지만 잘 마무리해야 한다"라고 밝혔습니다.
이날 미 중앙은행(Fed)의 미셸 보우먼 이사는 "인플레이션이 가라앉으려면 조금 더 많은 시간이 걸릴 수 있다"라고 밝힌 것처럼 델타 변이 확산 및 공급망 혼란으로 인한 인플레이션은 좀 더 이어질 수 있습니다. 이런 인플레이션은 기업들의 이익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뱅크오브아메리카, 모건스탠리 등은 앞으로 기업 이익이 월가 예상보다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모건스탠리는 "9월은 종종 기업들이 3분기 실적 전망치를 다소 낮추는 기간"이라며 "S&P500의 기업들의 예상 이익은 팬데믹으로 인한 경기 침체 이후 비정상적으로 빠르게 반등했다. 이는 주식 시장에는 좋은 소식이다. 하지만 높아진 기대치는 기업이 내놓아야 하는 이익의 기준을 높이고 일부 위험을 초래한다. 우리는 다가오는 3분기 실적발표 기간에 대해 조심스러운데 부분적으로 이런 추정치가 너무 높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UBS, 메릴 등은 동의하지 않습니다. 메릴의 크리스 헤이지 CIO는 인플레이션에도 기업 이익이 더 증가할 것으로 봤습니다. 거대 기술회사들은 공급난 혼란에서 벗어나 계속 현금흐름을 창출하고 있으며 은행들은 장기 금리 상승의 수혜를 입고 있다는 겁니다. 또 에너지와 소재 기업들은 영업 레버리지가 커서 이익 개선 속도가 빠르며, 부동산 업종도 높은 수요, 적은 공급으로 혜택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하이지 CIO는 "우리는 앞으로도 기업들의 강력한 이익을 지원하는 환경을 기대하고 있다. 이는 시장을 떠받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테이퍼링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날 유럽중앙은행은 양적완화 프로그램인 팬데믹긴급매입프로그램(PEPP)의 채권매입 속도를 줄이기로 했습니다. 사실 테이퍼링(채권매입 축소)로 보이지만, 꼭 그렇게 해석되지는 않았습니다. 이전 두 분기보다 적당히 더 느린 속도로(Moderately Lower Pace) 자산 매입을 유지하기로 했지만, 전체 규모를 1조8500억 유로로 유지하고 매입 시기도 최소 내년 3월까지 운영하기로 한 것입니다. ECB는 PEPP의 매입 속도를 늦춘 것은 “테이퍼링이 아니라 PEPP를 재조정한 것"이라며 "PEPP에 대한 자세한 논의는 12월 회의에서 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월가 관계자는 ”당초 테이퍼링을 할 것이란 예상보다는 비둘기파 적이었다. 테이퍼링의 첫 발걸음을 뗀 정도로 볼 수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모든 게 헷갈리는 그런 상황입니다.
이럴 때 현명한 투자자들은 어떻게 하고 있을까요. 월가의 전설적 투자자 중 한 명은 레온 쿠퍼맨은 이날 CNBC 인터뷰에서 시장을 보는 시각에 대해 자세히 밝혔습니다. 골드만삭스 자산운용의 회장 출신인 쿠퍼맨은 패밀리 오피스인 오메가 어드바이저를 설립해 33억 달러까지 불어난 자신의 자산을 운용하고 있습니다. 그는 특히 투자자가 아닌 자신의 돈만 관리하기 때문에 원하는 걸 솔직히 말할 수 있습니다. 그의 말을 정리해보겠습니다. ① 시장 조정은 임박하지 않았다
-경기 여건은 큰 하락을 부를 만한 상황은 아니다. 나는 시장에서 할 수 있는 많은 일을 찾을 수 있다. 몇몇 레딧 개미투자자들이 몰리는 주식을 빼고는 대체로 대부분 기업은 과대평가되지 않았다.
-쉬운 통화정책과 대규모 재정 부양책으로 인해 경기 침체로 인해 급격한 매도가 발생할 가능성은 작다.
② 역발상으로 투자한다
-내 포지션은 역발상적이다. 올해 에너지에 대해 '비중 확대'로 시작했고 지금 비중을 더 높이고 있다. 천연가스 상황을 보고 있다. 저장량은 역사적 평균보다 훨씬 낮으며 최근 천연가스 가격이 꽤 극적으로 올랐다.
-천연가스 기업 7~8개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 이들은 지금 돈을 벌면서 엄청난 양의 잉여현금흐름을 창출하고 있다. 또 부채를 상환하고 높은 배당을 지급하며 자사주를 매입하고 있다. 가장 좋아하는 회사는 투어말린오일(GSP60CRX:Toronto Stock Exchange)과 파라마운트리소시스(POU-CA:Toronto Stock Exchange)다. 또 데번에너지(DVN), 에너지트랜스퍼(ET’C), 파이오니아내추럴리소시스(PXD) 등도 좋다.
-또 씨티그룹(C), 시그니처뱅크(SBNY), 화이자(PFE)뿐만 아니라 구글,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페이스북과 같은 빅테크 주식에서도 가치를 찾고 있다.
③ 하락할 땐 순식간에 폭락할 것
-장기적으로 보면 걱정이 많다. 전례 없는 부양책으로 수요를 미리 당겨서 쓰는 바람에 경기가 인위적으로 조성됐다. 시장 구조는 깨어진 상태다. 만약 주가가 하락할 만한 펀더멘털한 이유가 있다면 너무 빠르게 하락해 머리가 빙빙 돌 수 있다. 지금 시장에는 안정시킬 힘이 없다. 시장은 모두 기계(알고리즘)에 의해 움직이고 있기 때문이다.
④ 시장 하락 신호를 여기서 찾는다
-Fed의 연설, 인플레이션, 금, 비트코인, 달러 및 금리를 종합적으로 자세히 본다. 신호를 찾기 위해서다.
⑤ 금리는 말이 안 된다
-채권은 가격이 너무 고평가되어 있다. 벤치마크 국채 수익률(10년물)은 역사적으로 명목 GDP와 일치했지만, 지금은 1.34% 근처에서 거래되어 올해 경제성장률 6.5%에 크게 뒤처져 있다. 이해가 안 된다. 세상이 엉망이 됐다.
-지금의 통화정책, 재정정책, 부자에 대한 공격 등 모든 게 싫다.
쿠퍼맨은 이날 “이렇게 낮은 금리가 말이 안 된다”라고 질타했지만, 이날 고가인 채권인 더 고가에 팔렸습니다. 전날 국채 10년물 입찰이 성공을 거둔 데 이어 이날 30년물 입찰도 성황을 이뤘습니다. 30년물 금리는 이날 입찰 직전 시장 금리보다 1.8bp(1bp=0.01%포인트)나 낮은 1.910%에 낙찰이 됐습니다. 응찰률은 이전 여섯 번 입찰 평균인 2.276배를 훨씬 넘는 2.486배에 달했습니다. 외국인 수요를 나타내는 간접수요가 무려 69.7%에 달해 지난 8월의 60.7%보다 훨씬 높았습니다.
이에 따라 이날 시장 금리도 모두 덩달아 크게 내렸습니다. 10년물은 한 때 1.292%까지 떨어졌다가 전날보다 4.1bp 내린 1.30% 수준에서 마감됐습니다. 30년물도 6bp나 급락해 1.90%에 거래를 마쳤습니다. 한때 1.888%까지 내려가기도 했습니다. 월가 관계자는 “어제 10년물 입찰은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30년물 입찰이 이렇게 좋을 줄을 예상하지 못했다”라면서 “최근 경기 회복세, 자산매입축소에 대한 불확실성 등이 불거지자 안전자산인 국채를 사고 보자는 수요가 좀 더 늘어난 듯하다”라고 말했습니다. 기업 이익이나 경기는 정점을 찍고 식고 있을 수 있지만, 아직도 시장에는 돈이 넘치는 것 같습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
게다가 지금은 9월 아닙니까. 월가 일부에서는 9월에 증시가 약세를 보였다는 통계가 별 게 아니라고 얘기합니다. 1900년부터, 혹은 2차 세계대전 이후를 따지면 마이너스 수익률을 나타내지만 최근 30년간을 따지면 일부 위기 시절(닷컴버블 붕괴, 글로벌 금융위기, 코로나 팬데믹)을 빼면 통상적인 해엔 플러스 수익률을 보여왔다는 겁니다. 인베스코에 따르면 1992년부터 1999년까지는 9월에 1.04% 올랐고 2003년부터 2007년에도 1.01% 상승했습니다. 특히 가장 가까운 2009년부터 2019년 사이에는 1.13% 급등했습니다. 하지만 투자자들은 인베스코가 빼놓았던 위기 시절을 잊지 못합니다. 며칠 뒤인 9월 11일은 9·11 사태가 터진 날이고, 또 9월 15일은 글로벌 금융위기의 주범인 리먼브러더스가 파산한 날입니다. 이처럼 월가의 9월에 대한 기억은 썩 좋지 않습니다.
9일(현지시간) 다우와 S&P500 지수는 나흘째 흘러내렸습니다. 선물 시장에서 약보합세를 보이던 주요 지수는 오전 8시30분 발표된 전주 실업급여 청구건수가 전달보다 3만5000건 감소한 31만 건(예상치 33만5000건)으로 나온 뒤 강보합세로 장을 출발했습니다. S&P500과 나스닥 지수 등은 오전에는 상승했지만 오후 들어 내림세로 돌아서더니 결국 3대 지수 모두 이날 최저 수준에서 거래를 마쳤습니다. 다우 0.43%, S&P500 0.46% 떨어졌고 나스닥은 0.25% 내렸습니다. 모두 델타 변이가 꺾이길 기다리고 있습니다. 증가세는 지난 주말 이후 확실히 정점을 지나 꺾어지고 있지만 감소 속도는 그리 빠르지 않습니다. 8일 14만8500명 등 8월 16일 이래 20여 일 넘게 하루 14만 명 이상의 신규 감염자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이런 속도라면 9월 고용뿐 아니라 10월까지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큽니다. 이날 마이크로소프트(MS)는 미국 내 사무실 정상출근 계획을 무기한 연기했습니다. 아무리 얘기해도 백신 접종률이 쉽게 올라가지 않자. 조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연방정부 직원 및 연방정부와 계약 거래하는 일반인 등 약 1억 명에 대해 백신 접종을 의무화하는 조치를 발표했습니다. 게다가 델타 변이로 촉발한 경기 하강세가 기업 이익에 부정적 영향을 줄 것이란 경고가 조금씩 현실화하고 있습니다. 이날 항공사들은 비행 일정 감축을 발표하고 향후 몇 개월간 재정적 손실이 더 커질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투자은행 코웬이 주최한 투자자 콘퍼런스에서 델타항공의 에드 바스티안 최고경영자(CEO)는 "우리가 원하는 정상화 다음 단계로 가는 게 약 90일간 일시 중단될 것 같다"라며 3분기 매출이 기존 예측 범위의 최하단으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델타항공과 아메리칸항공은 7월 예상보다 실적이 좋았지만 8월 회복 속도가 멈췄다고 밝혔습니다. 유나이티드항공은 올해 남은 기간 수요에 대응해 운행 편수를 줄일 것이라고 말했다. 또 3분기 총매출이 팬데믹 이전인 2년 전(2029년)보다 33%가량 낮아질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종전엔 매출이 2019년보다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었지만 이를 하향 조정한 겁니다. 유나이티드는 이런 추세가 이어진다면 4분기에는 다시 손실을 볼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전날에는 페인트회사 셔원윌리엄스와 PPG인더스트리가 실적 악화를 경고했었습니다. 셔윈윌리엄스의 존 머리키스 CEO는 “건축 및 산업 자재 시장에서 여전히 수요가 강력하지만, 문제는 원자재 수급”이라며 “공급망 병목 현상이 지속하고 있는 데다 원자재 가격 역시 크게 뛰고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로이터에 따르면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 CEO는 전날 직원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반도체 공급난으로 인한 어려움에 강하게 맞설 것을 주문했습니다. 그는 "3분기 초에 극도로 심각한 부품 부족으로 이번 분기 말 차량 배송은 훨씬 많을 수 있다"라면서 "3분기 배송 횟수를 보장하기 위해 '슈퍼 하드코어'(go super hardcore)로 일해달라"라고 요청했습니다. 그는 테슬라가 나중에 빠진 부품을 추가해야 하는 많은 자동차를 제작했음을 알리면서 이것은 테슬라 역사상 가장 큰 도전이지만 잘 마무리해야 한다"라고 밝혔습니다.
이날 미 중앙은행(Fed)의 미셸 보우먼 이사는 "인플레이션이 가라앉으려면 조금 더 많은 시간이 걸릴 수 있다"라고 밝힌 것처럼 델타 변이 확산 및 공급망 혼란으로 인한 인플레이션은 좀 더 이어질 수 있습니다. 이런 인플레이션은 기업들의 이익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뱅크오브아메리카, 모건스탠리 등은 앞으로 기업 이익이 월가 예상보다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모건스탠리는 "9월은 종종 기업들이 3분기 실적 전망치를 다소 낮추는 기간"이라며 "S&P500의 기업들의 예상 이익은 팬데믹으로 인한 경기 침체 이후 비정상적으로 빠르게 반등했다. 이는 주식 시장에는 좋은 소식이다. 하지만 높아진 기대치는 기업이 내놓아야 하는 이익의 기준을 높이고 일부 위험을 초래한다. 우리는 다가오는 3분기 실적발표 기간에 대해 조심스러운데 부분적으로 이런 추정치가 너무 높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UBS, 메릴 등은 동의하지 않습니다. 메릴의 크리스 헤이지 CIO는 인플레이션에도 기업 이익이 더 증가할 것으로 봤습니다. 거대 기술회사들은 공급난 혼란에서 벗어나 계속 현금흐름을 창출하고 있으며 은행들은 장기 금리 상승의 수혜를 입고 있다는 겁니다. 또 에너지와 소재 기업들은 영업 레버리지가 커서 이익 개선 속도가 빠르며, 부동산 업종도 높은 수요, 적은 공급으로 혜택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하이지 CIO는 "우리는 앞으로도 기업들의 강력한 이익을 지원하는 환경을 기대하고 있다. 이는 시장을 떠받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테이퍼링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날 유럽중앙은행은 양적완화 프로그램인 팬데믹긴급매입프로그램(PEPP)의 채권매입 속도를 줄이기로 했습니다. 사실 테이퍼링(채권매입 축소)로 보이지만, 꼭 그렇게 해석되지는 않았습니다. 이전 두 분기보다 적당히 더 느린 속도로(Moderately Lower Pace) 자산 매입을 유지하기로 했지만, 전체 규모를 1조8500억 유로로 유지하고 매입 시기도 최소 내년 3월까지 운영하기로 한 것입니다. ECB는 PEPP의 매입 속도를 늦춘 것은 “테이퍼링이 아니라 PEPP를 재조정한 것"이라며 "PEPP에 대한 자세한 논의는 12월 회의에서 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월가 관계자는 ”당초 테이퍼링을 할 것이란 예상보다는 비둘기파 적이었다. 테이퍼링의 첫 발걸음을 뗀 정도로 볼 수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모든 게 헷갈리는 그런 상황입니다.
이럴 때 현명한 투자자들은 어떻게 하고 있을까요. 월가의 전설적 투자자 중 한 명은 레온 쿠퍼맨은 이날 CNBC 인터뷰에서 시장을 보는 시각에 대해 자세히 밝혔습니다. 골드만삭스 자산운용의 회장 출신인 쿠퍼맨은 패밀리 오피스인 오메가 어드바이저를 설립해 33억 달러까지 불어난 자신의 자산을 운용하고 있습니다. 그는 특히 투자자가 아닌 자신의 돈만 관리하기 때문에 원하는 걸 솔직히 말할 수 있습니다. 그의 말을 정리해보겠습니다. ① 시장 조정은 임박하지 않았다
-경기 여건은 큰 하락을 부를 만한 상황은 아니다. 나는 시장에서 할 수 있는 많은 일을 찾을 수 있다. 몇몇 레딧 개미투자자들이 몰리는 주식을 빼고는 대체로 대부분 기업은 과대평가되지 않았다.
-쉬운 통화정책과 대규모 재정 부양책으로 인해 경기 침체로 인해 급격한 매도가 발생할 가능성은 작다.
② 역발상으로 투자한다
-내 포지션은 역발상적이다. 올해 에너지에 대해 '비중 확대'로 시작했고 지금 비중을 더 높이고 있다. 천연가스 상황을 보고 있다. 저장량은 역사적 평균보다 훨씬 낮으며 최근 천연가스 가격이 꽤 극적으로 올랐다.
-천연가스 기업 7~8개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 이들은 지금 돈을 벌면서 엄청난 양의 잉여현금흐름을 창출하고 있다. 또 부채를 상환하고 높은 배당을 지급하며 자사주를 매입하고 있다. 가장 좋아하는 회사는 투어말린오일(GSP60CRX:Toronto Stock Exchange)과 파라마운트리소시스(POU-CA:Toronto Stock Exchange)다. 또 데번에너지(DVN), 에너지트랜스퍼(ET’C), 파이오니아내추럴리소시스(PXD) 등도 좋다.
-또 씨티그룹(C), 시그니처뱅크(SBNY), 화이자(PFE)뿐만 아니라 구글,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페이스북과 같은 빅테크 주식에서도 가치를 찾고 있다.
③ 하락할 땐 순식간에 폭락할 것
-장기적으로 보면 걱정이 많다. 전례 없는 부양책으로 수요를 미리 당겨서 쓰는 바람에 경기가 인위적으로 조성됐다. 시장 구조는 깨어진 상태다. 만약 주가가 하락할 만한 펀더멘털한 이유가 있다면 너무 빠르게 하락해 머리가 빙빙 돌 수 있다. 지금 시장에는 안정시킬 힘이 없다. 시장은 모두 기계(알고리즘)에 의해 움직이고 있기 때문이다.
④ 시장 하락 신호를 여기서 찾는다
-Fed의 연설, 인플레이션, 금, 비트코인, 달러 및 금리를 종합적으로 자세히 본다. 신호를 찾기 위해서다.
⑤ 금리는 말이 안 된다
-채권은 가격이 너무 고평가되어 있다. 벤치마크 국채 수익률(10년물)은 역사적으로 명목 GDP와 일치했지만, 지금은 1.34% 근처에서 거래되어 올해 경제성장률 6.5%에 크게 뒤처져 있다. 이해가 안 된다. 세상이 엉망이 됐다.
-지금의 통화정책, 재정정책, 부자에 대한 공격 등 모든 게 싫다.
쿠퍼맨은 이날 “이렇게 낮은 금리가 말이 안 된다”라고 질타했지만, 이날 고가인 채권인 더 고가에 팔렸습니다. 전날 국채 10년물 입찰이 성공을 거둔 데 이어 이날 30년물 입찰도 성황을 이뤘습니다. 30년물 금리는 이날 입찰 직전 시장 금리보다 1.8bp(1bp=0.01%포인트)나 낮은 1.910%에 낙찰이 됐습니다. 응찰률은 이전 여섯 번 입찰 평균인 2.276배를 훨씬 넘는 2.486배에 달했습니다. 외국인 수요를 나타내는 간접수요가 무려 69.7%에 달해 지난 8월의 60.7%보다 훨씬 높았습니다.
이에 따라 이날 시장 금리도 모두 덩달아 크게 내렸습니다. 10년물은 한 때 1.292%까지 떨어졌다가 전날보다 4.1bp 내린 1.30% 수준에서 마감됐습니다. 30년물도 6bp나 급락해 1.90%에 거래를 마쳤습니다. 한때 1.888%까지 내려가기도 했습니다. 월가 관계자는 “어제 10년물 입찰은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30년물 입찰이 이렇게 좋을 줄을 예상하지 못했다”라면서 “최근 경기 회복세, 자산매입축소에 대한 불확실성 등이 불거지자 안전자산인 국채를 사고 보자는 수요가 좀 더 늘어난 듯하다”라고 말했습니다. 기업 이익이나 경기는 정점을 찍고 식고 있을 수 있지만, 아직도 시장에는 돈이 넘치는 것 같습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