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지널 '저세상 주식' 테슬라, 넌 도대체 누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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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는 어떤 주식입니까?” 테슬라에 투자하면서도 이 질문에 제대로 대답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증권업계 전문가들조차 테슬라를 어떻게 봐야 하는지에 대해 의견이 갈릴 정도다. 전기차 회사로 보는 이도 있고, 인공지능(AI) 회사로 보기도 한다. 어떤 사람은 거대한 플랫폼을 지향하는 회사라고 한다. 탄소 배출권으로 돈을 버는 회사라고 평가절하하기도 한다.
테슬라를 제대로 들여다보고 투자해야 하는 이유다. 테슬라가 그리는 미래는 어떤 것일까. 테슬라가 그리는 꿈과 미래는 대부분 투자자가 알고 있는 것보다 더 넓고 크기 때문이다.
○오리지널 ‘저세상 주식’
테슬라 하면 국내 투자자들이 먼저 떠올리는 건 ‘저세상 주식’이라는 별칭이다. 테슬라의 주가 상승률 때문에 붙은 별칭이다. 테슬라는 코로나19 발생 이전인 2019년 말만 해도 주가가 80달러대(액면분할 전 기준)였다.
하지만 1년 뒤인 2020년 말 주가는 700달러대로 아홉 배 가까이 뛰었다. 코로나19 사태로 급속히 늘어난 시중 자금이 전기차 등 성장주로 몰린 덕을 봤다. 그 덕에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수준)을 뛰어넘는 상승세를 보였다.
전기차 업체가 자동차 시가총액 1위인 일본 도요타를 제친 것도 이때쯤이다. 5년 주가 상승률은 1805%다. 테슬라가 상장한 2010년 7월부터 따지면 수익률은 2만%가 넘는다. 100달러어치만 사뒀더라면 2만달러가 됐다는 얘기다.
전통적 방식인 주가수익비율(PER)은 측정도 되지 않았다. 성장 기업에 적용하기도 하는 매출총이익률(PSR)로도 설명할 수 없었다. 투자자들의 꿈이 반영됐다는 주가꿈비율(PDR)이란 용어까지 등장했을 정도다.
2021년 테슬라는 부진하다. 상승률이 7%가 채 안 되며 박스권에 갇혀 있다. 해외 주식에 투자하는 국내 투자자들에게 애증의 종목으로 꼽히는 이유다. 테슬라는 국내 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들고 있는 종목이다. 9월 말 기준 보유액이 103억2312만달러(약 12조2300억원)에 달한다. 2위인 애플(39억9321만달러)의 두 배를 훌쩍 넘는다. 테슬라 전체 주식의 1.3%를 국내 주식 투자자들이 들고 있다. 투자 규모로만 따지면 10대 주주 안에 드는 수준이다.
국내 투자자들은 테슬라를 2020년 내내 사 모았다. 한 해 동안 30억171만달러어치(약 3조6000억원)를 순매수했다. 2021년 들어서는 상반기까지 1억7148만달러어치 순매수했다. 하지만 하반기 들어 9월 말까지 4억503만달러어치를 순매도하며 돌아섰다. 투자가 다른 종목으로 다양화한 데다 주가가 박스권에 갇히면서 매도 물량이 많아졌다.
○전기차 업체로 보면 전기차 업체로 테슬라를 보는 건 가장 기본적인 접근법이다. 매년 차량 출하량과 시장 점유율 변화에 따라 전기차 시장 내 테슬라의 성장 속도와 지위를 확인하는 식이다. 테슬라는 2021년 2분기 사상 최대 물량인 20만1304대를 출하했다. 전년 동기 대비 121% 늘어난 수준이다. 시장조사업체 팩트셋은 테슬라의 2021년 예상 출하량을 80만 대로 보고 있다.
3분기에도 출하량과 매출 모두 역대 최대치를 기록할 전망이다. 월가에서 보는 테슬라의 3분기 매출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는 130억5000만달러다. 전년 동기(87억7100만달러)보다 48.7%나 늘었다. 미국 투자은행(IB) 파이퍼샌들러의 알렉산더 포터 애널리스트는 “차량 인도 전망치를 89만4000대로 보고 있다”며 1200달러 목표주가를 제시했다. 테슬라는 순수전기차 시장 점유율 1위다. 아직 2위와의 격차가 커 지배적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모건스탠리에 따르면 2021년 상반기 기준 테슬라는 순수전기차 38만2831대를 판매해 세계 전기차 시장 점유율 21%를 기록 중이다. 2위인 제너럴모터스(GM)는 12%에 그치고 있다. 폭스바겐이 추격에 나섰지만 아직까지 10% 수준이다.
국내 한 증권사 대표는 “테슬라는 미래 시장인 전기차 시장의 점유율 1위 기업”이라며 “내연기관 1위인 도요타보다 높은 시가총액을 인정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테슬라의 다른 가치를 빼고 전기차 업체로만 봐도 지금의 높은 주가를 정당화할 수 있다는 얘기다.
○테슬라를 둘러싼 경쟁환경
문제는 이 지위가 지속 가능한지다. GM은 2035년 이후 내연기관차의 생산과 판매를 중단하기로 했다. 벤츠도 2030년부터 전기차만 출시할 계획이다. 유럽 자체가 2035년부터 내연기관차 판매를 사실상 금지하기로 했다. 도요타·현대차·포드·GM·BMW 너 나 할 것 없이 모두 전기차에 집중 투자하고 있다.
테슬라로서는 시장이 성장하면서 점유율이 하락할 수밖에 없는 구조적 상황이다. 전기차 신차가 급격히 늘어나기 때문이다. 테슬라의 절대 판매량이 늘어나더라도 생산능력 증가세를 고려하면 점유율은 떨어지게 된다. 그동안 시장이 부여하던 밸류에이션을 유지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는 얘기다. 최근 중국 내에서 중국 전기차 업체들이 선전하면서 테슬라가 밀려나는 모양새가 펼쳐진 게 대표적인 사례다.
○테슬라만의 무기는
하지만 테슬라만의 무기가 있다. 자율주행기술이다. 자율주행기술은 크게 5단계로 나뉜다. 대부분 완성차 업체는 2~3단계 사이다. 4단계부터는 사실상 완전자율주행을 뜻한다. 테슬라가 이 분야에서 가장 앞서 있다. 그동안 수많은 전기차를 통해 쌓아온 방대한 빅데이터가 그 근간이다.
다른 업체들의 자율주행기술은 카메라뿐 아니라 라이다 등 센서와 정밀 지도를 결합하는 방식이 대부분이다. 이 방식은 도로 위 돌발 상황이나 운전자가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에 취약하다. 무엇보다 가격이 부담이다. 라이다 등 센서가 차량에 많이 달릴수록 그만큼의 차량용 반도체와 관련 전기 부품이 필요하다. 전기차 보급을 위해 배터리와 센서 가격이 낮아져야 한다고 전문가들이 진단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테슬라는 다르다. 카메라에 집중하고 있다. 카메라를 통해 확보한 데이터를 쌓고 이를 가공해 차량 소프트웨어를 업그레이드한다. 원격으로 업데이트되는 소프트웨어다. 예전에 산 모델이라도 데이터를 업데이트 받아 신차와 같은 자율주행 기능을 누릴 수 있도록 하는 기술이다. 테슬라가 공개한 슈퍼컴퓨터 도조가 빅데이터를 처리하는 역할을 한다. 그동안 쌓아온 데이터는 경쟁업체들이 쉽게 따라올 수 없는 영역이다. 이 기술이 완전히 적용되면 테슬라는 높은 수준의 자율주행을 저렴한 비용으로 구현하게 된다. 빅데이터 차이로 다른 완성차 업체들이 소프트웨어는 따라가기 어렵다는 진단이 나오는 이유다. 관련 부품이 줄어들면서 테슬라의 수익성은 더 높아지게 된다. 조희승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카메라 중심의 자율주행은 고정밀 지도가 구현되지 않은 곳에서도 적용이 가능하고, 차량 자체의 하드웨어 요구사항이 높지 않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배터리 내재화 계획을 내놨던 테슬라의 속셈도 여기에 있다. 배터리와 자율주행 하드웨어 가격을 동시에 낮추면 가격 경쟁력이 커질 것이라는 판단이다. 한 운용사 대표는 “테슬라의 모든 혁신은 가격을 깎는 데서 시작됐다”고 말했다.
○로봇회사 테슬라 테슬라는 2021년 8월 19일 AI데이를 열고 테슬라봇을 발표했다. 당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테슬라는 전기차 이상의 것을 만드는, 세계에서 가장 큰 로보틱스 회사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기차 업체로 테슬라를 바라보던 시각을 흔드는 이야기다.
테슬라가 발표한 로봇은 기존 로봇 업체들의 한계를 정확히 짚었다. 로봇은 제어와 인지 두 가지 기술로 발전한다. 제어는 로봇의 각 관절이 명령에 맞춰 자연스럽게 움직일 수 있는 기술이다. 다른 한 축은 인지다. 로봇이 직접 상황을 판단하고 그에 맞게 알아서 움직일 수 있는 AI 기술이다.
기존에는 각 로봇이 각자의 하드웨어를 갖추고 상황을 판단해야 했다. 테슬라는 여기에 슈퍼컴퓨터 도조를 적용했다. 로봇은 도조와 연결하는 통신 장비와 제어 장비만 갖추면 된다. 도조가 뇌 역할을 하고, 로봇은 이를 수행만 하는 식이다. 테슬라는 이를 이용해 AI 휴머노이드(사람을 닮은 로봇)을 출시하겠다고 밝혔다. 로봇 분야의 강자로 한번에 자리매김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플랫폼으로의 진화 테슬라의 미래를 플랫폼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우선 에너지&모빌리티 플랫폼이다. 테슬라는 태양광 전지를 집 지붕에 설치하는 사업(솔라루프)을 강화하고 있다. “솔라루프는 2022년의 핵심 상품이 될 것”이라며 2020년 2분기 실적과 함께 발표한 사업이다.
테슬라 자동차가 차고에 들어가면 그동안 모았던 에너지로 배터리를 충전한다. 그리고 차주가 쉬는 동안 자율주행차는 홀로 다니며 ‘로보택시’로 변신한다. 테슬라 네트워크를 통해 차량을 호출할 수 있다. 여기서 수수료 수입이 발생한다.
테슬라는 지금도 다양한 인수합병(M&A)을 통해 스페이스X(우주항공), 솔라시티(태양광에너지), 보링컴퍼니(하이퍼루프), 오픈AI(인공지능) 등의 회사를 보유하고 있다. 고태봉 하이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테슬라의 궁극적인 목표는 하드웨어와 AI 기술 개발을 통해 지속적으로 현금을 창출할 수 있는 플랫폼 회사가 되는 것”이라며 “모빌리티 사업에서 가장 큰 매출이 전망되는 로보택시를 포함해 에너지·통신·AI·우주까지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주가는 장기로 접근
테슬라 주가는 단기적으로 접근하기 어렵다. 테슬라가 그리는 미래가 아직 먼 얘기처럼 느껴지는 데다 언제 구체적으로 실현될지 가늠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월가에서 제기하는 테슬라의 목표주가 평균은 약 700달러다. 현 주가보다 낮다. 월가에서조차 주가를 놓고 극단적인 평가가 나오기 때문이다. 가장 높은 목표주가는 1591달러, 가장 낮은 목표주가는 150달러다.
단기적으로 보면 테슬라 주가는 부담스러워 보인다. 12개월 선행 PER이 100배를 넘어섰다. 다른 지표도 모두 고평가를 가리키고 있다. 단기적으로는 악재투성이다. 중국 전기차 업체들이 늘어나면서 중국 내 입지가 불안해졌다. 미국 국채금리 인상과 함께 성장주에 대한 투자심리도 악화되는 추세다. 유동성의 힘은 점차 약해지고 있다. 당분간 큰 반등이 어려울 것으로 전문가들이 보는 이유다.
장기적으로 보면 셈법이 달라진다. 테슬라의 AI 기술은 아직까지 다른 업체들이 갖추지 못한 수준이다. 테슬라의 계획처럼 휴머노이드 로봇이 상용화되고, 로보택시가 등장하면 테슬라의 주가 수준을 모두 설명할 수 있게 된다. 길게 보면 ‘테슬라만의 길’을 찾아가면서 기존에 없던 회사로 진화할 것이라는 기대다. 테슬라가 10년 뒤 어떤 회사로 커 있을지 청사진은 이미 충분히, 그것도 꽤 자세히 제시됐다. 투자자들은 당장의 테슬라가 아니라 미래의 테슬라를 상상하며 투자를 결정할 때다. 고윤상 기자
테슬라를 제대로 들여다보고 투자해야 하는 이유다. 테슬라가 그리는 미래는 어떤 것일까. 테슬라가 그리는 꿈과 미래는 대부분 투자자가 알고 있는 것보다 더 넓고 크기 때문이다.
○오리지널 ‘저세상 주식’
테슬라 하면 국내 투자자들이 먼저 떠올리는 건 ‘저세상 주식’이라는 별칭이다. 테슬라의 주가 상승률 때문에 붙은 별칭이다. 테슬라는 코로나19 발생 이전인 2019년 말만 해도 주가가 80달러대(액면분할 전 기준)였다.
하지만 1년 뒤인 2020년 말 주가는 700달러대로 아홉 배 가까이 뛰었다. 코로나19 사태로 급속히 늘어난 시중 자금이 전기차 등 성장주로 몰린 덕을 봤다. 그 덕에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수준)을 뛰어넘는 상승세를 보였다.
전기차 업체가 자동차 시가총액 1위인 일본 도요타를 제친 것도 이때쯤이다. 5년 주가 상승률은 1805%다. 테슬라가 상장한 2010년 7월부터 따지면 수익률은 2만%가 넘는다. 100달러어치만 사뒀더라면 2만달러가 됐다는 얘기다.
전통적 방식인 주가수익비율(PER)은 측정도 되지 않았다. 성장 기업에 적용하기도 하는 매출총이익률(PSR)로도 설명할 수 없었다. 투자자들의 꿈이 반영됐다는 주가꿈비율(PDR)이란 용어까지 등장했을 정도다.
2021년 테슬라는 부진하다. 상승률이 7%가 채 안 되며 박스권에 갇혀 있다. 해외 주식에 투자하는 국내 투자자들에게 애증의 종목으로 꼽히는 이유다. 테슬라는 국내 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들고 있는 종목이다. 9월 말 기준 보유액이 103억2312만달러(약 12조2300억원)에 달한다. 2위인 애플(39억9321만달러)의 두 배를 훌쩍 넘는다. 테슬라 전체 주식의 1.3%를 국내 주식 투자자들이 들고 있다. 투자 규모로만 따지면 10대 주주 안에 드는 수준이다.
국내 투자자들은 테슬라를 2020년 내내 사 모았다. 한 해 동안 30억171만달러어치(약 3조6000억원)를 순매수했다. 2021년 들어서는 상반기까지 1억7148만달러어치 순매수했다. 하지만 하반기 들어 9월 말까지 4억503만달러어치를 순매도하며 돌아섰다. 투자가 다른 종목으로 다양화한 데다 주가가 박스권에 갇히면서 매도 물량이 많아졌다.
○전기차 업체로 보면 전기차 업체로 테슬라를 보는 건 가장 기본적인 접근법이다. 매년 차량 출하량과 시장 점유율 변화에 따라 전기차 시장 내 테슬라의 성장 속도와 지위를 확인하는 식이다. 테슬라는 2021년 2분기 사상 최대 물량인 20만1304대를 출하했다. 전년 동기 대비 121% 늘어난 수준이다. 시장조사업체 팩트셋은 테슬라의 2021년 예상 출하량을 80만 대로 보고 있다.
3분기에도 출하량과 매출 모두 역대 최대치를 기록할 전망이다. 월가에서 보는 테슬라의 3분기 매출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는 130억5000만달러다. 전년 동기(87억7100만달러)보다 48.7%나 늘었다. 미국 투자은행(IB) 파이퍼샌들러의 알렉산더 포터 애널리스트는 “차량 인도 전망치를 89만4000대로 보고 있다”며 1200달러 목표주가를 제시했다. 테슬라는 순수전기차 시장 점유율 1위다. 아직 2위와의 격차가 커 지배적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모건스탠리에 따르면 2021년 상반기 기준 테슬라는 순수전기차 38만2831대를 판매해 세계 전기차 시장 점유율 21%를 기록 중이다. 2위인 제너럴모터스(GM)는 12%에 그치고 있다. 폭스바겐이 추격에 나섰지만 아직까지 10% 수준이다.
국내 한 증권사 대표는 “테슬라는 미래 시장인 전기차 시장의 점유율 1위 기업”이라며 “내연기관 1위인 도요타보다 높은 시가총액을 인정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테슬라의 다른 가치를 빼고 전기차 업체로만 봐도 지금의 높은 주가를 정당화할 수 있다는 얘기다.
○테슬라를 둘러싼 경쟁환경
문제는 이 지위가 지속 가능한지다. GM은 2035년 이후 내연기관차의 생산과 판매를 중단하기로 했다. 벤츠도 2030년부터 전기차만 출시할 계획이다. 유럽 자체가 2035년부터 내연기관차 판매를 사실상 금지하기로 했다. 도요타·현대차·포드·GM·BMW 너 나 할 것 없이 모두 전기차에 집중 투자하고 있다.
테슬라로서는 시장이 성장하면서 점유율이 하락할 수밖에 없는 구조적 상황이다. 전기차 신차가 급격히 늘어나기 때문이다. 테슬라의 절대 판매량이 늘어나더라도 생산능력 증가세를 고려하면 점유율은 떨어지게 된다. 그동안 시장이 부여하던 밸류에이션을 유지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는 얘기다. 최근 중국 내에서 중국 전기차 업체들이 선전하면서 테슬라가 밀려나는 모양새가 펼쳐진 게 대표적인 사례다.
○테슬라만의 무기는
하지만 테슬라만의 무기가 있다. 자율주행기술이다. 자율주행기술은 크게 5단계로 나뉜다. 대부분 완성차 업체는 2~3단계 사이다. 4단계부터는 사실상 완전자율주행을 뜻한다. 테슬라가 이 분야에서 가장 앞서 있다. 그동안 수많은 전기차를 통해 쌓아온 방대한 빅데이터가 그 근간이다.
다른 업체들의 자율주행기술은 카메라뿐 아니라 라이다 등 센서와 정밀 지도를 결합하는 방식이 대부분이다. 이 방식은 도로 위 돌발 상황이나 운전자가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에 취약하다. 무엇보다 가격이 부담이다. 라이다 등 센서가 차량에 많이 달릴수록 그만큼의 차량용 반도체와 관련 전기 부품이 필요하다. 전기차 보급을 위해 배터리와 센서 가격이 낮아져야 한다고 전문가들이 진단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테슬라는 다르다. 카메라에 집중하고 있다. 카메라를 통해 확보한 데이터를 쌓고 이를 가공해 차량 소프트웨어를 업그레이드한다. 원격으로 업데이트되는 소프트웨어다. 예전에 산 모델이라도 데이터를 업데이트 받아 신차와 같은 자율주행 기능을 누릴 수 있도록 하는 기술이다. 테슬라가 공개한 슈퍼컴퓨터 도조가 빅데이터를 처리하는 역할을 한다. 그동안 쌓아온 데이터는 경쟁업체들이 쉽게 따라올 수 없는 영역이다. 이 기술이 완전히 적용되면 테슬라는 높은 수준의 자율주행을 저렴한 비용으로 구현하게 된다. 빅데이터 차이로 다른 완성차 업체들이 소프트웨어는 따라가기 어렵다는 진단이 나오는 이유다. 관련 부품이 줄어들면서 테슬라의 수익성은 더 높아지게 된다. 조희승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카메라 중심의 자율주행은 고정밀 지도가 구현되지 않은 곳에서도 적용이 가능하고, 차량 자체의 하드웨어 요구사항이 높지 않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배터리 내재화 계획을 내놨던 테슬라의 속셈도 여기에 있다. 배터리와 자율주행 하드웨어 가격을 동시에 낮추면 가격 경쟁력이 커질 것이라는 판단이다. 한 운용사 대표는 “테슬라의 모든 혁신은 가격을 깎는 데서 시작됐다”고 말했다.
○로봇회사 테슬라 테슬라는 2021년 8월 19일 AI데이를 열고 테슬라봇을 발표했다. 당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테슬라는 전기차 이상의 것을 만드는, 세계에서 가장 큰 로보틱스 회사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기차 업체로 테슬라를 바라보던 시각을 흔드는 이야기다.
테슬라가 발표한 로봇은 기존 로봇 업체들의 한계를 정확히 짚었다. 로봇은 제어와 인지 두 가지 기술로 발전한다. 제어는 로봇의 각 관절이 명령에 맞춰 자연스럽게 움직일 수 있는 기술이다. 다른 한 축은 인지다. 로봇이 직접 상황을 판단하고 그에 맞게 알아서 움직일 수 있는 AI 기술이다.
기존에는 각 로봇이 각자의 하드웨어를 갖추고 상황을 판단해야 했다. 테슬라는 여기에 슈퍼컴퓨터 도조를 적용했다. 로봇은 도조와 연결하는 통신 장비와 제어 장비만 갖추면 된다. 도조가 뇌 역할을 하고, 로봇은 이를 수행만 하는 식이다. 테슬라는 이를 이용해 AI 휴머노이드(사람을 닮은 로봇)을 출시하겠다고 밝혔다. 로봇 분야의 강자로 한번에 자리매김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플랫폼으로의 진화 테슬라의 미래를 플랫폼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우선 에너지&모빌리티 플랫폼이다. 테슬라는 태양광 전지를 집 지붕에 설치하는 사업(솔라루프)을 강화하고 있다. “솔라루프는 2022년의 핵심 상품이 될 것”이라며 2020년 2분기 실적과 함께 발표한 사업이다.
테슬라 자동차가 차고에 들어가면 그동안 모았던 에너지로 배터리를 충전한다. 그리고 차주가 쉬는 동안 자율주행차는 홀로 다니며 ‘로보택시’로 변신한다. 테슬라 네트워크를 통해 차량을 호출할 수 있다. 여기서 수수료 수입이 발생한다.
테슬라는 지금도 다양한 인수합병(M&A)을 통해 스페이스X(우주항공), 솔라시티(태양광에너지), 보링컴퍼니(하이퍼루프), 오픈AI(인공지능) 등의 회사를 보유하고 있다. 고태봉 하이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테슬라의 궁극적인 목표는 하드웨어와 AI 기술 개발을 통해 지속적으로 현금을 창출할 수 있는 플랫폼 회사가 되는 것”이라며 “모빌리티 사업에서 가장 큰 매출이 전망되는 로보택시를 포함해 에너지·통신·AI·우주까지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주가는 장기로 접근
테슬라 주가는 단기적으로 접근하기 어렵다. 테슬라가 그리는 미래가 아직 먼 얘기처럼 느껴지는 데다 언제 구체적으로 실현될지 가늠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월가에서 제기하는 테슬라의 목표주가 평균은 약 700달러다. 현 주가보다 낮다. 월가에서조차 주가를 놓고 극단적인 평가가 나오기 때문이다. 가장 높은 목표주가는 1591달러, 가장 낮은 목표주가는 150달러다.
단기적으로 보면 테슬라 주가는 부담스러워 보인다. 12개월 선행 PER이 100배를 넘어섰다. 다른 지표도 모두 고평가를 가리키고 있다. 단기적으로는 악재투성이다. 중국 전기차 업체들이 늘어나면서 중국 내 입지가 불안해졌다. 미국 국채금리 인상과 함께 성장주에 대한 투자심리도 악화되는 추세다. 유동성의 힘은 점차 약해지고 있다. 당분간 큰 반등이 어려울 것으로 전문가들이 보는 이유다.
장기적으로 보면 셈법이 달라진다. 테슬라의 AI 기술은 아직까지 다른 업체들이 갖추지 못한 수준이다. 테슬라의 계획처럼 휴머노이드 로봇이 상용화되고, 로보택시가 등장하면 테슬라의 주가 수준을 모두 설명할 수 있게 된다. 길게 보면 ‘테슬라만의 길’을 찾아가면서 기존에 없던 회사로 진화할 것이라는 기대다. 테슬라가 10년 뒤 어떤 회사로 커 있을지 청사진은 이미 충분히, 그것도 꽤 자세히 제시됐다. 투자자들은 당장의 테슬라가 아니라 미래의 테슬라를 상상하며 투자를 결정할 때다. 고윤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