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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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징어게임 9편을 하루 만에 보는 게 가능해진 시대다."

이은택 KB증권 주식전략팀장은 3일 콘텐츠 시장 관련 투자전략 리포트에서 콘텐츠주가 주목받는 이유를 이렇게 요약했다. 과거에는 일주일을 기다린 끝에 정해진 시간, TV 앞에 앉아야만 원하는 드라마 한 편을 볼 수 있었다. 지금은 1~2일 만에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로 드라마 전편을 소비하는 게 가능하다.

여기에 메타버스, NFT(대체불가능토큰·Non-Funsible Token) 등 최근 시장을 달구고 있는 테마도 K콘텐츠 관련주 주가를 끌어올리고 있다.

K콘텐츠 관련주의 질주에 관련 상장지수펀드(ETF)의 수익률도 날개를 달았다. 국내 ETF 중 최근 1달 수익률 상위 10개 중 6개가 콘텐츠 ETF다. 기초지수에 더해 펀드매니저의 운용 전략을 펼치는 액티브 ETF들의 수익률을 한참 웃돌 정도다.

삼천피 무너저도 콘텐츠주는 신고가 행진

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2일 기준 최근 1달간 국내 ETF 중 가장 높은 수익률을 기록한 건 'TIGER K게임'이다. 국내 게임주에 집중 투자하는 ETF로, 이 기간 28.8% 올랐다.

'KODEX 게임산업'(26.85%), 'KBSTAR 게임테마'(26.38%), 'TIGER 미디어컨텐츠'(19.37%), 'HANARO Fn K-POP&미디어'(14.57%), 'HANARO Fn K-게임'(13.92%) 등도 수익률 상위 10개 목록에 이름을 올렸다.

콘텐츠 관련주의 강세 덕분이다. 코스피지수 3000선을 내준 이날 위메이드, 위지윅스튜디오, 아프리카TV 등 K콘텐츠주는 52주 신고가를 경신했다.

메타버스, NFT에 올라탄 콘텐츠주는 투자자들에게 연일 새로운 성장 스토리를 들려주면서 주가를 끌어올리는 중이다. 애플과 디즈니까지 OTT 시장에 뛰어들며 투자자들은 '제2의 오징어게임' 찾기에 한창이다.

엔터테인먼트 업종은 '위드 코로나(점진적 일상회복)' 기대감이 더해졌다. 이날 큐브엔터는 2만850원까지 올라 52주 신고가를 갈아치웠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콘텐츠 ETF의 수익률은 펀드매니저의 운용 전략이 더해지는 액티브 ETF 수익률을 압도했다. 이 기간 액티브 ETF 수익률 1위는 'TIMGEFOLIO BBIG액티브'로, 1달 수익률은 7.4%다. 'TIGER 글로벌BBIG액티브(5.88%)', 'TIMEFOLIO Kstock액티브(4.97%) 등이 뒤를 이었다. 액티브 ETF 중에서도 게임주 등 콘텐츠 관련주를 담고 있는 배터리·바이오·인터넷·게임(BBIG) 테마 종목이 선전했다. 이 기간 코스피 지수가 1%대 하락률을 보인 것을 감안하면 준수한 성과다. 하지만 기초지수를 단순 주총하는 패시브 방식인 콘텐츠 ETF들의 상승폭이 3~4배 높다.

한 펀드매니저는 "국내 ETF의 경우 해외에 비해 비교지수와의 상관계수 규제가 엄격하다"며 "액티브 ETF라도 매니저의 재량권이 크지 않아 콘텐츠 테마의 강세를 이겨내기는 쉽지 않다"고 했다.

지난달 13일 상장돼 1달이 채 안 된 메타버스 ETF 중에는 액티브 전략을 구사하는 'KODEX K-메타버스액티브'의 성과가 제일 좋았다. 상장 이후 2일까지 수익률이 24.3%에 달한다.

"콘텐츠, 내년에도 주목할 업종 중 하나"

콘텐츠주가 워낙 단기간에 오르다 보니 거품 우려도 있다. 드라마 '지리산' 제작사 에이스토리의 경우 8월에는 2만5750원까지 내렸는데 드라마 첫 방송 직전인 지난달 20일에는 드라마 흥행 기대감에 5만300원까지 올랐다. 약 2달새 95% 급등했던 에이스토리 주가는 첫 회 방송 후 혹평이 이어지자 3만원대로 곤두박질쳤다.

하지만 내년에도 콘텐츠주를 눈여겨봐야 한다는 게 증권가의 조언이다. 삼성증권, 키움증권, 하나금융투자, KB증권 등 국내 주요 증권사 리서치센터는 최근 2022년 증시 전망을 통해 미디어, 엔터테인먼트 등 콘텐츠 업종을 주목할 업종으로 꼽았다.

타 업종에 비해 내년 실적 성장률 예상치가 높아서다. 이경수 하나금융투자 퀀트 연구원은 "내년 코스피 상장사 영업이익 증가율 전망치는 7.4%로 올해 전망치(34.7%)에 비해 낮고 원가 상승 여파로 더욱 낮아지는 추세"라며 "그나마 내년 영업이익 증가율 전망치가 높은 업종은 항공(2038%), 미디어·엔터(54%) 등 기저효과가 큰 위드 코로나 수혜 업종뿐"이라고 말했다. 이 연구원은 "몇 안 되는 내년 실적 상향 종목 중에서 기관들의 수급 유입이 덜 된 종목에 대한 관심을 갖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