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주식시장에서는 전통 기업들의 변신이 화제다. 사업은 안정적이지만 변화에는 보수적이던 기업들이 친환경 소재로 옷을 갈아입자 시장은 투자로 답했다. 안정적인 본업 기반을 갖추고 있다는 것도 강점이다.

대표주자는 고려아연이다. 국내 최대 비철금속 제련 기업인 고려아연은 ‘원자재 관련주’에서 ‘배터리 소재주’로 변신했다. 지난해 자회사 케이잼을 설립하고 전해동박 사업에 뛰어들었다. 자회사 켐코를 통해 양극재 원료로 쓰이는 황산니켈도 공급하고 있다. 황산니켈은 전구체의 주요 소재다. 고려아연은 황산니켈을 가공한 전구체까지 사업 영역을 확대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LG화학과 전구체 생산을 위한 합작사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배터리 관련주 랠리에 동참하면서 지난달 18일 사상 최고가(62만4000원)를 기록했다. 박광래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전해동박, 황산니켈, 전구체 등 전기차 관련 신사업 기대가 실적에 반영되기까진 시간이 더 필요하지만,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주가 밸류에이션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건축자재 기업인 동화기업은 2019년 동화일렉트로라이트를 인수하며 배터리 소재 기업으로 변신했다. 동화일렉은 배터리 4대 핵심 소재 중 하나인 전해액을 생산한다. 이 자회사는 지난달 28일 장외주식시장 K-OTC에 상장됐는데, 10거래일 만에 약 95% 오를 정도로 시장의 관심이 높다. 주민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동화일렉은 단순 전해액 공급사가 아니라 전해질 첨가제 ‘설계능력’까지 갖춘 회사”라며 “전해질 첨가제 설계 능력이 향후 새로운 고객사와 계약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동원그룹의 포장재 전문 기업인 동원시스템즈는 잘나갈 때 다음 ‘어장’을 준비했다. 참치캔을 만들던 이 회사는 2012년 알루미늄 전문기업 대한은박지를 인수하고, 2016년부터 배터리에 들어가는 알루미늄 양극박을 생산하기 시작했다. 한병화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재 샘플 물량을 납품하는 수준이지만, 내년부터 본격적인 매출이 나오기 시작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올해는 엠케이씨를 인수해 원통형 배터리 케이스 사업에 진출했다. 일본 업체들이 독점하고 있는 파우치형 배터리 셀 소재 사업에도 뛰어들어 단순 식품 포장재 기업에서 첨단 소재 기업으로 변신하겠다는 계획이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