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가 오르면서 경기가 침체하는 스태그플레이션 공포가 미국 투자자들 사이에서 확산하고 있다. 미국의 경제가 코로나19 위기로부터 완전히 회복되지 않았지만 연일 물가상승률이 최고 기록을 갈아치우면서다.

1970년대 오일쇼크 당시 스태그플레이션이 세계 경제를 뒤흔들었다. 기름값은 연일 고공행진을 했고 국내총생산(GDP)은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최근 유가가 오르면서 에너지값이 요동치자 스태그플레이션 공포를 떠올리는 투자자들이 늘어난 이유다.

12일 CNBC에 따르면 모건스탠리는 지난달 보고서를 통해 "공급 쇼크로 생긴 스태그플레이션 위험이 투자자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고 지적했다.

글로벌 공급망이 무너지면서 에너지와 반도체 품귀 현상이 심해졌다. 업계선 내년까지 극심한 공급난이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모건스탠리는 "단기적으로 물가상승 압력이 높게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골드만삭스도 지난달 리포트에서 스태그플레이션 위험이 주식시장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경고했다. 물가 상승을 억제하기 위해 정부가 돈줄을 죄면 자칫 실업률 등의 나쁜 경제지표가 상승할 위험이 있다. 미 월스트리트 애널리스트들은 스태그플레이션 위험을 극복하기 위해선 투자 전략이 필요하다고 했다.

모건스탠리가 추천한 방법은 바벨전략이다. 바벨의 추가 양쪽 끝에 있는 것처럼 수익률이 낮지만 안정적인 자산과 위험이 높지만 수익률이 높은 공격적 자산에 투자를 배분하는 방식이다. 모건스탠리는 잉여현금흐름이 높고 고배당인 값싼 가치주에 투자해야 한다고 했다. 지난달엔 금융 등 경기민감주와 헬스케어 등 경기방어주를 함께 사는 바벨전략을 추천했다.

가격을 결정하는 주식에 투자를 집중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왔다. 갬인베스트먼트의 롭 뭄포드는 가격 결정권을 쥐고 있는 업스트림 기업에 투자해야 한다고 했다. 업스트림은 상품을 생산하기 위해 투입되는 원자재 등을 말한다. 다운스트림은 제품이 완성돼 고객에게 유통되는 과정에 더 가까운 상품 등을 말한다.

뭄포드는 "업스트림의 좋은 사례는 반도체 기업"이라며 "자동차부터 전자제품까지 모든 분야에서 반도체 부족을 호소하면서 올해 반도체 가격이 치솟았다"고 했다. 뭄포드는 시장 평균 속도보다 훨씬 빠르게 클 것으로 예상되는 성장주 투자를 주의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물가상승률이 예상치를 웃돌기 시작하면 성장주는 취약해질 것"고 했다.

모건스탠리는 물가 상승 기대치가 높을 때 가치주와 경기순환주가 큰 이익을 보게된다고 했다. 가치주는 애널리스트들이 예상한 것보다 낮은 가치로 거래되는 종목이다. 경기순환주는 경기 상황에 맞춰 오르내리는 주식을 말한다.

스태그플레이션 위험이 지속될 땐 역발상트레이딩 전략을 고려해야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모건스탠리는 "주가 흐름이 좋지 않았던 주식을 매수한 뒤 다음달 가격이 반전되길 기다리는 것"을 역발상트레이딩 전략으로 꼽았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