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미국 S&P500 기업의 창업자, 최고경영자(CEO) 등이 635억달러(약 75조원)어치의 회사 주식을 매각한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보다 50% 급증했다. 주식 가치가 크게 오르자 차익을 실현하는 한편 조 바이든 행정부의 증세 가능성에도 선제 대응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9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리서치업체 인사이더스코어 자료를 인용해 올 들어 지난달까지 S&P500 기업 CEO 48명이 보유하고 있던 회사 주식을 2억달러어치 이상씩 매각했다고 보도했다. 2억달러어치 이상 회사 주식을 매각한 CEO 수는 2016~2020년 평균의 네 배 수준이다. WSJ는 최근 수년간 보유 주식을 매각하지 않던 거물급 내부자들까지 ‘팔자’ 대열에 동참했다고 분석했다.

미 전기자동차업체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 CEO는 최근 한 달간 테슬라 주식 100억달러어치를 매각했다. 구글(알파벳) 공동창업자인 세르게이 브린과 래리 페이지는 2017년 이후 4년 만에 알파벳 주식을 처분했다. 화장품기업 에스티로더 창업자의 아들인 로널드 로더, 델을 창업한 마이클 델, 월마트 창업자 일가인 월튼 가문, 메타(옛 페이스북) 창업자인 마크 저커버그 CEO,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 CEO 등도 보유 주식을 매각했다.

미 증시가 고점에 도달했다는 신호라는 해석도 있다. 내부자들은 주가가 고점일 때 지분을 처분하고 저점일 때 매수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인사이더스코어의 벤 실버먼 연구원은 내부자들의 주식 매각을 시장 과열 신호라고 해석했다. 대니얼 테일러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 교수는 “최근 특수관계자의 주식 처분은 닷컴버블 막바지이던 2000년을 방불케 한다”고 평가했다.

주식 매각 차익을 포함해 거액의 소득을 올린 사람에게 현재보다 높은 세율을 적용하는 법안이 상원에 계류 중인 점도 영향을 미쳤다. 테일러 교수는 “이 법안이 시행되기 전 주식을 팔면 매각액 1억달러당 최대 800만달러를 절세하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