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의 나이젤 볼튼 공동 최고투자책임자(CIO)가 “내년엔 거시 경제 흐름보다 개별 종목 선정이 투자 성적을 좌우할 것”이라고 말했다.

볼튼 CIO는 9일(현지시간) CNBC와의 인터뷰에서 “내년 증시 전망이 밝지 않지만 실질금리가 마이너스를 유지하는 한 상승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블랙록 내 펀더멘털 주식그룹의 투자 결정을 좌우하는 중역이다.

미국 뉴욕증시는 작년 팬데믹(전염병의 세계적 대유행) 선언 이후 공급망 교란과 인력난, 물가상승세 속에서도 약 18개월동안 강세장을 이어왔다. 최근 들어선 오미크론 변이 확산과 통화 정책 전환 등 불확실성 속에서 불안한 흐름을 보여주고 있다.

볼튼 CIO는 “투자자들이 내년에도 여전히 주식을 포함한 위험 자산을 포트폴리오에 포함하길 원하겠지만 향후 12개월간은 훨씬 현실적인 수익률을 기대해야 한다는 걸 명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주요 지수는 향후 1년동안 높은 한자릿수대 수익률을 기록할 수 있을 것이란 게 블랙록의 예상이다. S&P500지수는 작년과 올해 두자릿수대 상승률을 기록 중이다.
미국 뉴욕증시의 S&P500지수는 작년 3월 팬데믹 선언 직후부터 급상승해왔다.
미국 뉴욕증시의 S&P500지수는 작년 3월 팬데믹 선언 직후부터 급상승해왔다.
투자 업종 및 종목 선정과 관련, 볼튼 CIO는 “가치주와 경기 회복주(recovery trade)에 집중하지 말라”며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이 낮은 금융주와 에너지주, 또 경제 재개 관련주(economic resurgence)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그는 “더 크고 지금도 잘 하는 석유회사들이 변화를 주도하면서 밸류에이션 측면에서 긍정적인 미래를 가져올 수 있을 것”이라며 “다만 모든 시장에는 승자와 패자가 반드시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볼튼 CIO는 “특히 내년 투자자들에겐 종목 선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종목 선정을 잘 한) 개별 종목 투자자들에겐 좋은 해가 되겠지만 거시 흐름을 좇는 테마 투자자들에겐 덜 좋을 수 있다”고 예상했다.

미국을 포함해 전 세계를 강타한 공급망 교란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봤다. 볼튼 CIO는 “경제 재개를 맞아 보복 수요가 공급량을 초과하면서 물류난이 심화했다”며 “어려움을 해소하는 데 시간이 더 걸릴 것 같다”고 말했다.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의 펀더멘털 주식그룹 공동 최고투자책임자(CIO)를 맡고 있는 나이젤 볼튼.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의 펀더멘털 주식그룹 공동 최고투자책임자(CIO)를 맡고 있는 나이젤 볼튼.
그는 “일찌감치 공급처를 다변화하고 수년간 공급관리를 잘했던 기업들이 승자로 떠오르고 있다”며 “요즘처럼 어려운 시기에 오히려 수혜를 입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볼튼 CIO는 “기업들이 ‘적시 생산체제’(just in time)에서 ‘대량 생산체제’(just in case)로 바꾸고 있는데 이건 약간의 비용 상승을 뜻한다”며 “관리 역량이 충분하고 공급처 다변화가 잘 돼 있다면 요즘 같은 환경에서도 잘 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뉴욕=조재길 특파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