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애플 4% 꺾어진 날, 긴축 예고에 떠는 기술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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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미 중앙은행(Fed)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결과를 소화하는 과정은 며칠 걸립니다. 성명서 발표 직후와 의장의 기자회견 때가 다르고, 당일과 그 이후 시장 움직임도 달라질 때도 많습니다. 지난 15일 끝난 12월 FOMC는 그 중요성만큼이나 소화 과정이 매우 시끄러운 듯합니다.
16일(현지시간) 뉴욕 증시에서는 주요 지수가 전날에 이어 0.2~0.4% 수준의 강세로 출발했습니다. 하지만 얼마 가지 못했습니다. 나스닥은 10분 만에 마이너스로 떨어졌고 S&P500 지수도 11시부터는 계속 내림세를 보였습니다. 결국, 다우는 0.08% 약보합으로 마감했지만, S&P500은 0.87%, 나스닥은 2.47%나 폭락했습니다. 전날 FOMC에 대한 평가는 "매파적"이라는 게 대세입니다. “온건했다”라고 평가한 월가 금융사는 거의 없었습니다. 테이퍼링 속도를 두 배로 높이고, 기준금리를 내년 3회나 인상하겠다는 전망을 제시했으니까요. 골드만삭스는 "점도표에서 18명의 위원 중 대다수인 16명이 2023년에도 최소 3번의 기준금리 인상을 예상한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다"라고 밝혔습니다. 골드만삭스, 뱅크오브아메리카, 도이치뱅크 등은 내년 첫 금리 인상 시기를 3월로 앞당겼습니다. 그래서 제롬 파월 의장의 기자회견 직후 급등해 나스닥이 2.15% 상승세로 마감한 데 대해 이해가 안 된다는 반응이 많았습니다. 아카데미증권의 피터 치르 전략가는 전날 밤 보고서에서 "최근 (Fed로 인한) 변동성이 이렇게 마무리된 게 마음에 들지 않는다. 그래서 오늘 거둔 이익을 일부 되 뱉어낼 위험자산을 찾고 있다. 이르면 오늘 밤 알고리즘이 몇 시간 동안 폐쇄되고, 사람들이 Fed가 한 일과 한 말을 소화하면 그렇게 될 수 있다"라고 조정을 예고했습니다. 그는 "특히 투자자들의 안일함이 더 걱정된다. 증시 반응이 합리적이려면 더 비둘기 같은 Fed가 필요했다. 나는 황소가 탈출했다(강세장이 끝났다)고 생각하고 위험을 추가하기보다 줄여나갈 것이다. 경기민감주조차도 말이다. Fed는 여전히 자산을 매입하고 있지만 거의 끝나가고 있고, 대차대조표 축소를 서두르지 않는 것 같지만 논쟁의 대상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물론 파월 의장이 지난 11월 30일 의회 증언("일시적 단어를 그만 쓰겠다") 때보다 덜 매파적이었고, Fed가 그리는 큰 그림에 대한 불확실성이 해소됐다는 긍정적 측면이 있었죠. Fed가 인플레이션에서 뒤처지지 않았다는 파월 의장의 말도 시장에 안도감을 줬습니다. 그러나 역시 전날 상승의 가장 큰 원인은 '숏커버링'에 따른 것이란 분석이 많습니다. Fed가 더 매파적일 수 있다고 생각해 공매도 됐던 물량들이 갑자기 청산되며 발생한 랠리였다는 겁니다. 그렇게 기술적인 측면이 있다 보니 이날 다시 되돌려진 것으로 보입니다.
월가 관계자는 "어제 긍정적이었던 Fed의 향후 큰 그림이 나왔다는 것이다. 인플레이션은 내년부터 다시 2%대로 내려올 것으로 봤고, 향후 3년간 8회 기준금리를 높일 것으로 봤다. Fed가 곡선에서 뒤처져(높은 물가에 쫓겨) 허겁지겁 올려야 하는 상황이 아니다. 그렇다면 괜찮을 것이고, 불확실성은 줄어든 게 맞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그러면서도 "Fed가 금리를 올리는 등 긴축으로 돌아선 것은 맞고 이렇게 큰 틀을 바꿨는데 시장이 '나 몰라라'하고 홀로 계속 오르기는 어렵다. 게다가 어제 상승으로 S&P500 지수는 다시 사상 최고치에 바짝 다가섰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이날 시장에선 급락장 속에서도 S&P500 11개 업종 가운데 금융(1.21%) 소재(1.04%) 헬스케어(0.58%) 등 8개 업종은 상승세를 보였습니다. 그러다 보니 떨어진 3개 업종은 정말 큰 폭으로 떨어졌습니다. 정보기술(IT) 업종이 2.86% 급락했고 재량소비재 2.23%, 커뮤니케이션 서비스 0.58% 내렸습니다. 즉 가치주들이 상승하고 기술주들은 급락한 것입니다.
AT&T(6.95%), 누코(5.25%) 버라이즌(4.35%) 켈로그(3.59%) 등이 크게 올랐지만, 애플(-3.93%) 아마존(-2.56%) 테슬라(-5.03%) 등은 급락했습니다. 특히 자일링스(-8.24%) 엔비디아(-6.80%) 퀄컴(-5.88%) AMD(-5.37%) 등 반도체주의 하락 폭이 매우 컸습니다. 금리가 오르면 기술주의 높은 밸류에이션은 타격을 받는 게 통상적입니다. 이익을 많이 내는 주식이 아니라, 미래 성장성이 큰 주식이니까요. 이 관계자는 "FOMC로 인해 이제 거시경제라는 큰 그림에 대한 불확실성은 어느 정도 가셨다. 그래서 투자자들이 이제 기업 실적에 집중하면서 이익을 내는 주식을 사고 실적을 내지 못하거나 밸류에이션이 높은 주식은 파는 것 같다"라고 말했습니다.
또 다른 관계자도 "최근 세일즈포스에 이어 이날 어도비가 예상에 미치지 못한 실적을 내면서 투자자들이 민감하다. 특히 연말이어서 증권사들의 투자등급 조정이 이어지고 있는 데 하향조정된 기업들의 내림세가 급격하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어도비의 주가는 10.19%나 폭락해 2개월 최저치를 기록했습니다. 어도비는 이날 아침 월가 컨센서스 추정치를 밑도는 2022년 1분기 실적과 연간 전망치를 내놓았습니다. 그는 "최근 개인 투자자들의 매수세가 좀 줄어들었다는 얘기가 많이 나온다. 그러다 보니 헤지펀드들의 공매도가 살아나고 있다. 최근 게임스톱, AMC 등 '밈'주식이 급락하고 있는 이유"라고 덧붙였습니다. 미국개인투자자협회(AAPI) 발표에 따르면 최근 투자자들의 낙관적 정서가 3개월 최저치로 떨어졌습니다.
중앙은행들의 긴축 흐름은 대세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이날 영란은행(ECB)은 정책금리를 0.1%에서 0.25%로 15bp 인상했습니다. 오미크론 등 코로나 환자가 하루 9만 명을 넘는 가운데에서도 5% 넘게 치솟은 물가를 잡겠다고 나선 것입니다. 이는 팬데믹 이후 주요 선진국 중 첫 금리 인상입니다. 노르웨이, 멕시코 중앙은행도 이날 금리를 올렸습니다. 유럽중앙은행(ECB)은 팬데믹긴급매입프로그램(PEPP)은 내년 3월에 종료하고 매입 속도도 내년 1분기부터 낮추기로 했습니다. 다만 PEPP의 종료에 따른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기존의 자산매입프로그램(APP)은 내년 2분기부터 일시 확대해 보완하기로 했죠. 사실 유럽의 경기는 미국처럼 금리 인상을 견딜 정도로 강하지는 못하다는 평가입니다. 그렇다면 중앙은행들의 긴축과 함께 팬데믹 시대 강세장은 이대로 끝나는 것일까요? 월가에는 아직 그런 시각이 거의 없습니다. 미국 경제는 내년에도 장기 추세를 두 배 이상 넘는 4% 성장(Fed 예측)이 예상되고, 기업들의 이익도 내년에 올해보다 더 늘어날 것으로 관측되고 있습니다. 게다가 Fed는 점진적으로 금리를 인상하겠다는 자세입니다. 1년에 세 차례, 한 번에 0.25%씩 올린다면 올해 말에야 기준금리 상단이 1%에 도달할 것입니다.
CNBC의 밥 바사니 주식평론가는 "강세장을 죽일 수 있는 요인은 두 가지다. 공격적으로 금리를 올리는 Fed, 그리고 경제 침체다. 그런데 지금은 그런 게 존재하지 않는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전반적인 시장은 견고하지만, 이 시점에서 일부 과대평가된 것으로 인식되는 일부 주식이 문제가 될 수 있다. 이른바 고성장 저수익 기술주들"이라고 말했습니다.
전반적으로 뉴욕 금융시장의 반응은 여전히 혼란스럽습니다. 증시에서는 기술주가 뒤처지는 현상은 뚜렷하지만 경기민감주와 경기방어주가 함께 오르고 있습니다. 일부에서는 기준금리가 인상되면 경기가 나빠질 것으로 보는 것이죠.
도이치뱅크는 Fed가 팬데믹 이후 첫 금리 인상을 이르면 내년 3월 시작할 가능성과 함께 내년에 대차대조표 축소에 나설 가능성도 열어 놓았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에 따라 미 경제는 2024년 이후 냉각되기 시작할 수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짐 리드 전략가는 "역사적으로 첫 금리 인상과 다음 침체 사이 기간은 평균 37~42개월"이라며 "다음 침체는 2025년 7~12월 사이에 나타날 수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또 지난 13개 경기 사이클 중에서 첫 금리 인상과 다음 침체 사이 간격이 가장 짧은 경우는 11개월이었고, 이 경우 다음 침체는 2023년 5월에도 발생할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이날 뉴욕 채권시장에서는 미 국채 수익률이 전반적으로 하락했습니다. 특히 2년물, 5년물 등의 금리 하락 폭이 컸습니다. 2년물은 7bp나 하락해 0.617%까지 내렸고, 5년물은 8.9bp 떨어져 1.169%로 마감했습니다. Fed가 제시한 만큼 금리를 올리기 어렵다고 보는 걸까요? 월가 관계자는 "지난달 Fed가 태도 변화를 보인 뒤 단기에 많이 올랐고, 지금은 경제 펀더멘털보다 수급에 좌우되기 때문에 헛갈린다"라고 말했습니다. 월가에는 여전히 인플레이션이 내년 중반에 둔화하면 어제 파월 의장의 어조로 봐서 그렇게 많이 올리지 않을 것이란 희망도 있습니다. 한 채권 트레이더는 "Fed가 점도표에서 세 번 올릴 가능성을 제시한 것이지 공식 의견이 아니다. 내년에 Fed 위원들이 바뀌면 점도표도 바뀔 수 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일부에선 오미크론 변이로 인해 Fed의 긴축이 늦춰질 것으로 예상합니다. 존스홉킨스대학이 집계한 하루 평균 신규 환자는 11만8717명으로 한 달 전보다 40% 증가했습니다. 이에 구글 애플 등은 직원들의 사무실 복귀를 무기한 연기했습니다. 풋볼, 농구 등 프로스포츠 선수들이 집단 감염돼 제대로 경기를 치를 수 없는 상황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또 영국에선 하루 신규 확진자가 약 9만 명이 쏟아져 나왔고,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도 신규 확진자가 사흘 연속 2만 명대를 이어갔습니다. 바이탈 날리지는 "오미크론 변이는 Fed의 정책을 더 완화적으로 만들 수는 없지만, 덜 매파적으로 만들 수는 있다는 점에서 증시에는 그렇지 부정적이지 않다"라고 밝혔습니다. 혼란스러운 가운데 모두가 동의하는 게 하나 있습니다. 앞으로 몇 달간 시장 변동성이 커질 것이라는 겁니다. 내년 상반기까지 매달 나오는 인플레이션 지표, 그리고 오미크론 변이가 미칠 영향 등에 따라 Fed의 기준금리 첫 인상 시기와 대차대조표 축소 시기에 대한 관측이 난무할 것입니다.
내일도 변동성이 클 수 있습니다. 옵션만기일입니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내일 1억900만 개 이상의 계약이 만료됩니다. 작년 같은 때에 비해 19% 증가한 수치입니다. 특히 7000만 개 이상의 단일 주식 옵션이 내일 만료될 예정입니다. 지난 10년간 12월 만기일 가운데 가장 많은 겁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
16일(현지시간) 뉴욕 증시에서는 주요 지수가 전날에 이어 0.2~0.4% 수준의 강세로 출발했습니다. 하지만 얼마 가지 못했습니다. 나스닥은 10분 만에 마이너스로 떨어졌고 S&P500 지수도 11시부터는 계속 내림세를 보였습니다. 결국, 다우는 0.08% 약보합으로 마감했지만, S&P500은 0.87%, 나스닥은 2.47%나 폭락했습니다. 전날 FOMC에 대한 평가는 "매파적"이라는 게 대세입니다. “온건했다”라고 평가한 월가 금융사는 거의 없었습니다. 테이퍼링 속도를 두 배로 높이고, 기준금리를 내년 3회나 인상하겠다는 전망을 제시했으니까요. 골드만삭스는 "점도표에서 18명의 위원 중 대다수인 16명이 2023년에도 최소 3번의 기준금리 인상을 예상한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다"라고 밝혔습니다. 골드만삭스, 뱅크오브아메리카, 도이치뱅크 등은 내년 첫 금리 인상 시기를 3월로 앞당겼습니다. 그래서 제롬 파월 의장의 기자회견 직후 급등해 나스닥이 2.15% 상승세로 마감한 데 대해 이해가 안 된다는 반응이 많았습니다. 아카데미증권의 피터 치르 전략가는 전날 밤 보고서에서 "최근 (Fed로 인한) 변동성이 이렇게 마무리된 게 마음에 들지 않는다. 그래서 오늘 거둔 이익을 일부 되 뱉어낼 위험자산을 찾고 있다. 이르면 오늘 밤 알고리즘이 몇 시간 동안 폐쇄되고, 사람들이 Fed가 한 일과 한 말을 소화하면 그렇게 될 수 있다"라고 조정을 예고했습니다. 그는 "특히 투자자들의 안일함이 더 걱정된다. 증시 반응이 합리적이려면 더 비둘기 같은 Fed가 필요했다. 나는 황소가 탈출했다(강세장이 끝났다)고 생각하고 위험을 추가하기보다 줄여나갈 것이다. 경기민감주조차도 말이다. Fed는 여전히 자산을 매입하고 있지만 거의 끝나가고 있고, 대차대조표 축소를 서두르지 않는 것 같지만 논쟁의 대상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물론 파월 의장이 지난 11월 30일 의회 증언("일시적 단어를 그만 쓰겠다") 때보다 덜 매파적이었고, Fed가 그리는 큰 그림에 대한 불확실성이 해소됐다는 긍정적 측면이 있었죠. Fed가 인플레이션에서 뒤처지지 않았다는 파월 의장의 말도 시장에 안도감을 줬습니다. 그러나 역시 전날 상승의 가장 큰 원인은 '숏커버링'에 따른 것이란 분석이 많습니다. Fed가 더 매파적일 수 있다고 생각해 공매도 됐던 물량들이 갑자기 청산되며 발생한 랠리였다는 겁니다. 그렇게 기술적인 측면이 있다 보니 이날 다시 되돌려진 것으로 보입니다.
월가 관계자는 "어제 긍정적이었던 Fed의 향후 큰 그림이 나왔다는 것이다. 인플레이션은 내년부터 다시 2%대로 내려올 것으로 봤고, 향후 3년간 8회 기준금리를 높일 것으로 봤다. Fed가 곡선에서 뒤처져(높은 물가에 쫓겨) 허겁지겁 올려야 하는 상황이 아니다. 그렇다면 괜찮을 것이고, 불확실성은 줄어든 게 맞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그러면서도 "Fed가 금리를 올리는 등 긴축으로 돌아선 것은 맞고 이렇게 큰 틀을 바꿨는데 시장이 '나 몰라라'하고 홀로 계속 오르기는 어렵다. 게다가 어제 상승으로 S&P500 지수는 다시 사상 최고치에 바짝 다가섰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이날 시장에선 급락장 속에서도 S&P500 11개 업종 가운데 금융(1.21%) 소재(1.04%) 헬스케어(0.58%) 등 8개 업종은 상승세를 보였습니다. 그러다 보니 떨어진 3개 업종은 정말 큰 폭으로 떨어졌습니다. 정보기술(IT) 업종이 2.86% 급락했고 재량소비재 2.23%, 커뮤니케이션 서비스 0.58% 내렸습니다. 즉 가치주들이 상승하고 기술주들은 급락한 것입니다.
AT&T(6.95%), 누코(5.25%) 버라이즌(4.35%) 켈로그(3.59%) 등이 크게 올랐지만, 애플(-3.93%) 아마존(-2.56%) 테슬라(-5.03%) 등은 급락했습니다. 특히 자일링스(-8.24%) 엔비디아(-6.80%) 퀄컴(-5.88%) AMD(-5.37%) 등 반도체주의 하락 폭이 매우 컸습니다. 금리가 오르면 기술주의 높은 밸류에이션은 타격을 받는 게 통상적입니다. 이익을 많이 내는 주식이 아니라, 미래 성장성이 큰 주식이니까요. 이 관계자는 "FOMC로 인해 이제 거시경제라는 큰 그림에 대한 불확실성은 어느 정도 가셨다. 그래서 투자자들이 이제 기업 실적에 집중하면서 이익을 내는 주식을 사고 실적을 내지 못하거나 밸류에이션이 높은 주식은 파는 것 같다"라고 말했습니다.
또 다른 관계자도 "최근 세일즈포스에 이어 이날 어도비가 예상에 미치지 못한 실적을 내면서 투자자들이 민감하다. 특히 연말이어서 증권사들의 투자등급 조정이 이어지고 있는 데 하향조정된 기업들의 내림세가 급격하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어도비의 주가는 10.19%나 폭락해 2개월 최저치를 기록했습니다. 어도비는 이날 아침 월가 컨센서스 추정치를 밑도는 2022년 1분기 실적과 연간 전망치를 내놓았습니다. 그는 "최근 개인 투자자들의 매수세가 좀 줄어들었다는 얘기가 많이 나온다. 그러다 보니 헤지펀드들의 공매도가 살아나고 있다. 최근 게임스톱, AMC 등 '밈'주식이 급락하고 있는 이유"라고 덧붙였습니다. 미국개인투자자협회(AAPI) 발표에 따르면 최근 투자자들의 낙관적 정서가 3개월 최저치로 떨어졌습니다.
중앙은행들의 긴축 흐름은 대세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이날 영란은행(ECB)은 정책금리를 0.1%에서 0.25%로 15bp 인상했습니다. 오미크론 등 코로나 환자가 하루 9만 명을 넘는 가운데에서도 5% 넘게 치솟은 물가를 잡겠다고 나선 것입니다. 이는 팬데믹 이후 주요 선진국 중 첫 금리 인상입니다. 노르웨이, 멕시코 중앙은행도 이날 금리를 올렸습니다. 유럽중앙은행(ECB)은 팬데믹긴급매입프로그램(PEPP)은 내년 3월에 종료하고 매입 속도도 내년 1분기부터 낮추기로 했습니다. 다만 PEPP의 종료에 따른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기존의 자산매입프로그램(APP)은 내년 2분기부터 일시 확대해 보완하기로 했죠. 사실 유럽의 경기는 미국처럼 금리 인상을 견딜 정도로 강하지는 못하다는 평가입니다. 그렇다면 중앙은행들의 긴축과 함께 팬데믹 시대 강세장은 이대로 끝나는 것일까요? 월가에는 아직 그런 시각이 거의 없습니다. 미국 경제는 내년에도 장기 추세를 두 배 이상 넘는 4% 성장(Fed 예측)이 예상되고, 기업들의 이익도 내년에 올해보다 더 늘어날 것으로 관측되고 있습니다. 게다가 Fed는 점진적으로 금리를 인상하겠다는 자세입니다. 1년에 세 차례, 한 번에 0.25%씩 올린다면 올해 말에야 기준금리 상단이 1%에 도달할 것입니다.
CNBC의 밥 바사니 주식평론가는 "강세장을 죽일 수 있는 요인은 두 가지다. 공격적으로 금리를 올리는 Fed, 그리고 경제 침체다. 그런데 지금은 그런 게 존재하지 않는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전반적인 시장은 견고하지만, 이 시점에서 일부 과대평가된 것으로 인식되는 일부 주식이 문제가 될 수 있다. 이른바 고성장 저수익 기술주들"이라고 말했습니다.
전반적으로 뉴욕 금융시장의 반응은 여전히 혼란스럽습니다. 증시에서는 기술주가 뒤처지는 현상은 뚜렷하지만 경기민감주와 경기방어주가 함께 오르고 있습니다. 일부에서는 기준금리가 인상되면 경기가 나빠질 것으로 보는 것이죠.
도이치뱅크는 Fed가 팬데믹 이후 첫 금리 인상을 이르면 내년 3월 시작할 가능성과 함께 내년에 대차대조표 축소에 나설 가능성도 열어 놓았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에 따라 미 경제는 2024년 이후 냉각되기 시작할 수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짐 리드 전략가는 "역사적으로 첫 금리 인상과 다음 침체 사이 기간은 평균 37~42개월"이라며 "다음 침체는 2025년 7~12월 사이에 나타날 수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또 지난 13개 경기 사이클 중에서 첫 금리 인상과 다음 침체 사이 간격이 가장 짧은 경우는 11개월이었고, 이 경우 다음 침체는 2023년 5월에도 발생할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이날 뉴욕 채권시장에서는 미 국채 수익률이 전반적으로 하락했습니다. 특히 2년물, 5년물 등의 금리 하락 폭이 컸습니다. 2년물은 7bp나 하락해 0.617%까지 내렸고, 5년물은 8.9bp 떨어져 1.169%로 마감했습니다. Fed가 제시한 만큼 금리를 올리기 어렵다고 보는 걸까요? 월가 관계자는 "지난달 Fed가 태도 변화를 보인 뒤 단기에 많이 올랐고, 지금은 경제 펀더멘털보다 수급에 좌우되기 때문에 헛갈린다"라고 말했습니다. 월가에는 여전히 인플레이션이 내년 중반에 둔화하면 어제 파월 의장의 어조로 봐서 그렇게 많이 올리지 않을 것이란 희망도 있습니다. 한 채권 트레이더는 "Fed가 점도표에서 세 번 올릴 가능성을 제시한 것이지 공식 의견이 아니다. 내년에 Fed 위원들이 바뀌면 점도표도 바뀔 수 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일부에선 오미크론 변이로 인해 Fed의 긴축이 늦춰질 것으로 예상합니다. 존스홉킨스대학이 집계한 하루 평균 신규 환자는 11만8717명으로 한 달 전보다 40% 증가했습니다. 이에 구글 애플 등은 직원들의 사무실 복귀를 무기한 연기했습니다. 풋볼, 농구 등 프로스포츠 선수들이 집단 감염돼 제대로 경기를 치를 수 없는 상황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또 영국에선 하루 신규 확진자가 약 9만 명이 쏟아져 나왔고,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도 신규 확진자가 사흘 연속 2만 명대를 이어갔습니다. 바이탈 날리지는 "오미크론 변이는 Fed의 정책을 더 완화적으로 만들 수는 없지만, 덜 매파적으로 만들 수는 있다는 점에서 증시에는 그렇지 부정적이지 않다"라고 밝혔습니다. 혼란스러운 가운데 모두가 동의하는 게 하나 있습니다. 앞으로 몇 달간 시장 변동성이 커질 것이라는 겁니다. 내년 상반기까지 매달 나오는 인플레이션 지표, 그리고 오미크론 변이가 미칠 영향 등에 따라 Fed의 기준금리 첫 인상 시기와 대차대조표 축소 시기에 대한 관측이 난무할 것입니다.
내일도 변동성이 클 수 있습니다. 옵션만기일입니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내일 1억900만 개 이상의 계약이 만료됩니다. 작년 같은 때에 비해 19% 증가한 수치입니다. 특히 7000만 개 이상의 단일 주식 옵션이 내일 만료될 예정입니다. 지난 10년간 12월 만기일 가운데 가장 많은 겁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