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초동 삼성전자 사옥. /사진=한경 DB
서초동 삼성전자 사옥. /사진=한경 DB
모건스탠리가 ‘겨울이 오고 있다(Winter is Coming)’는 제목의 보고서를 지난 8월 내놓으면서 8만원 아래로 무너진 삼성전자가 4개월만에 장중 8만원을 터치했다.

23일 오후 3시25분 현재 삼성전자는 전일 대비 500원(0.63%) 오른 7만99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점심 시간 대에는 8만원을 기록하기도 했다.

최근 메모리 반도체 업황의 하락사이클이 생각보다 짧게 끝날 수 있다는 전망이 잇따라 나온 영향이다. 이에 더해 미국 반도체 기업 마이크론이 지난 20일(현지시간) 호실적을 발표하면서 반도체 업황 회복 기대감이 더욱 부풀었다.

마이크론은 올해 9~11월 일반회계기준으로 2.04달러의 주당순이익(EPS)을 기록했다. 월가 예상치인 0.02달러를 대폭 웃돌았다. 이 소식이 전해진 이후 삼성전자는 3거래일 연속 강세를 보이며 3.63% 올랐다.

이달 들어선 이후의 상승폭은 12.06%에 달한다. 외국인이 전일까지 2조5766억원 어치의 삼성전자 주식을 사들이며 주가 상승을 이끌었다. 같은 기간 개인은 삼성전자 주식 2조6564억원 어치를 팔았다. 개인에서 외국인으로 손바뀜이 이뤄진 것이다.

올해 초 강세장에서 주식시장에 대거 유입된 개인투자자들이 삼성전자 주식을 사들이면서 가격이 장중 9만6800원까지 치솟기도 했지만, 이후 흐름은 지지부진했다. 코스피가 3300선을 넘어 최고치를 기록한 7월까지도 8만원대에서 완만한 우하향 곡선을 그렸다.

급락세가 나타난 건 8월이다. 모건스탠리가 8월11일 반도체 업황을 비관적으로 보는 보고서를 내면서다. 공급망 차질이 심화되면서 메모리 반도체를 사용하는 IT기업들 공장에서 생산 차질 현상이 나타났고, 상대적으로 생산이 정상적으로 이뤄진 반도체가 IT 기업들의 재고로 쌓여 가격이 하락할 것이란 논리였다. 이 보고서 내용이 한국 증시에 반영된 뒤 삼성전자 주가는 6거래일만에 7.39%가 급락했다.

이후 한달여동안 반등을 모색하기도 했지만, 지난 9월말 마이크론이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가이던스를 하향하면서 재고자산을 축소하겠다고까지 밝힌 영향으로 다시 충격을 받아 10월13일 6만8800원까지 빠졌다.

하지만 최근 들어 ‘반도체 업황 겨울’에 대해 예상보다 ‘따뜻하다’ ‘짧다’는 분석이 국내외 증권사를 가리지 않고 나오고 있다. 이수빈 대신증권 연구원은 “내년 3분기부터 D램 반도체 가격이 상승 사이클에 진입할 것”이라며 삼성전자에 대한 목표주가를 기존 10만원에서 12만원으로 올렸다.

박성순 케이프투자증권 연구원도 “내년 하반기 수요 개선과 함께 D램 가격 반등을 예상한다”며 “코로나19 재확산과 부품 수급난 이슈 등 대외적인 리스크 요인들은 여전하지만 최악의 상황은 이미 통과했고, 추가적인 악재를 예상하기도 힘들다”고 말했다.

한경우 한경닷컴 기자 ca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