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12월 25일 오후3시41분

신규 상장 기업의 경영진이 스톡옵션(주식매수선택권)을 일정 기간 행사하지 못하도록 제한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최근 논란이 된 ‘카카오페이 먹튀’ 사례의 재발을 막겠다는 취지다.

2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거래소는 예비상장기업의 스톡옵션 행사와 주식 매각과 관련한 개선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상장예비심사 청구를 앞두고 있거나 심사가 진행 중인 기업의 대표이사와 주요 임원진이 대상이다. 거래소는 또 금융당국과 함께 신규 상장기업의 스톡옵션 관리 방안을 논의하고 관련 가이드라인을 마련할 계획이다. 그동안 기업과 상장 주관사의 자율에 맡겼지만 앞으로는 관련 제도를 명문화하겠다는 것이다. 보호예수기간에는 스톡옵션 행사를 금지하는 방안도 논의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단독] 스톡옵션 행사 제한…'카카오페이식 먹튀' 막는다

상장 직후 대량 매도 이례적

지난 10일 류영준 대표 등 카카오페이 경영진 8명은 스톡옵션을 통해 취득한 44만여 주를 시간 외 매매 방식으로 매도해 878억원의 차익을 거뒀다. 대규모 물량이 쏟아진 영향으로 카카오페이 주가는 사흘간 14% 하락했다.

거래소 관계자는 “카카오페이처럼 경영진이 상장 직후 단체로 스톡옵션을 행사해 주식을 대량 처분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라며 “금융당국도 사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상장 기업의 주요 주주 지분율이 5% 이상 변동할 경우 관련 내용을 금융위원회와 거래소에 보고하도록 자본시장법에 명시돼 있지만 스톡옵션에 대해서는 관련 규정이 없다”며 “이번 사례와 같이 현저한 시황 변동이 예상되는 사안에는 경영진이 더욱 신중하게 의사결정을 할 필요가 있다는 게 거래소 입장”이라고 말했다.

관리 사각지대 ‘스톡옵션’

투자업계에서는 경영진 등이 스톡옵션을 대거 보유한 유니콘 기업이 잇따라 상장을 앞둔 만큼 투자자 보호를 위한 견제 장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동안 거래소는 예비상장기업의 최대주주와 벤처캐피털(VC) 등 주요 재무적 투자자(FI)가 보유한 지분은 상장 후 일정 기간 팔지 못하도록 의무보유확약을 권고해왔다. 거래소 상장 규정에 따르면 유가증권과 코스닥시장 상장 기업의 경우 최대주주의 확약 기간이 6개월로 돼 있다. 기술상장기업은 1년이다. 공모 때 임직원이 받은 우리사주(1년)와 기관투자가의 최대 보호예수기간(6개월)을 고려한 것이다. 정해진 확약 비율은 없으며 기업 상황에 따라 이행하면 된다.

그러나 스톡옵션은 행사하기 전에는 주식이 아니기 때문에 관리 대상에서 제외됐다. 행사를 포기할 경우 휴지 조각이 돼버린다는 점에서 기업의 유통주식 수에도 포함되지 않는다. 사실상 관리 사각지대에 놓여 있던 셈이다.

‘보호예수기간 내 매도 제한’ 유력

거래소는 특히 상대적으로 스톡옵션이 많은 혁신 기업이 대거 상장을 앞두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내년부터 컬리, 쏘카, 카카오엔터, 카카오모빌리티 등이 잇달아 기업공개(IPO)에 나선다.

카카오페이의 경우 경영진과 임직원이 보유한 스톡옵션이 전체 주식 수의 약 4.2%(551만3685주)에 달한다. 24일 종가 16만9500원 기준으로 9400억원어치다. 전체 스톡옵션 중 상장 1년 이내 행사 가능한 스톡옵션은 350만2908주로 2.7%다. 지난 10일 행사된 44만여 주를 제외하고도 300만 주 넘게 남아 있다. 내년 12월까지 행사 가능한 스톡옵션이 모두 주식으로 바뀐다면 5200억원 규모의 주식이 시장에 추가로 풀릴 수 있다. 전문가들은 스톡옵션의 행사 가능 시기와 가격, 부여 수량이 제각각이라는 점에서 일괄적으로 관리하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사유재산권 침해 논란에 휘말릴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 때문에 주요 경영진에 한해서만 보호예수기간 내 매도 제한을 걸어두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전예진 기자 ac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