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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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 대주주’ 비중이 높은 셀트리온은 매년 12월 말이면 주가가 일시적으로 급락하는 경향을 보여왔습니다. 주주명부폐쇄일을 앞두고 양도세 회피를 위한 대주주 매도 물량이 집중되는 탓입니다.

하지만 주주명부가 확정되면 대주주들은 팔았던 주식을 다시 사들였고, 주가는 자연스레 회복했습니다. 작년에는 주주명부 확정 다음날 주가가 10% 넘게 급등했습니다.

이런 흐름을 간파한 외국인과 기관들은 매년 12월 셀트리온 단타로 쏠쏠한 수익을 챙겼습니다. 기관끼리 공유하는 ‘연말 보너스’와도 같았습니다. 그런데 올해는 전부 손실을 입었습니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아봤습니다.

코스피에서는 한 종목의 지분율이 1% 또는 보유액이 10억원 이상이면 대주주로 분류됩니다. 대주주가 되면 시세 차익의 20~25%를 양도세로 내야 합니다. 하지만 주주명부폐쇄일까지 대주주가 되지 않으면 양도세를 피할 수 있습니다.

올해 주주명부폐쇄일은 12월28일이었습니다. 외국인과 기관은 연중 내내 셀트리온을 팔아치웠지만 12월 27부터 대량 매수세로 돌아섰습니다. 28일에는 총 1150억원을 순매수했습니다. 매수세가 한꺼번에 몰리면서 주가는 5.88% 급등했습니다.
사진=셀트리온 주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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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다음날 주가는 예상을 깨고 5.19% 급락했습니다. 외국인과 기관은 20만4000원~21만6000원에 주식을 사들였는데, 주가는 20만1000원까지 떨어졌습니다. 27~28일 단타를 노리고 주식을 매집했던 큰손들이 전부 손실을 입었다는 얘기입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일부 대주주가 재매수를 늦추고 있거나, 완전히 떠난 것으로 보인다”며 “연말 보너스를 노리고 진입했던 외국인과 기관들이 뒤통수를 맞았다”고 전했습니다.

셀트리온에서 대주주 이탈이 나타나는 이유는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다만 업계에서는 경영진과의 관계가 원인이 됐을 것이라는 추측을 내놓고 있습니다. 공매도와 전쟁을 통해 전우의식을 다지던 관계가 금이 가고 있다는 것입니다.

금융위원회의 분식회계 혐의 조사, 실적 둔화 등도 대주주 이탈의 원인이 됐을 것이란 분석이 나옵니다.

실제로 셀트리온 대주주 계좌가 많은 DB금융투자 창구에서 과거만큼 활발한 매수세가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29일 매수상위 창구에서 DB금융투자는 5위에 그쳤습니다. 셀트리온헬스케어는 매수상위 5개 창구에 DB금융투자가 보이지 않았습니다.

셀트리온 주주들은 경영진을 상대로 집회를 벌이고 있습니다. 주가가 급락하고 있는데도 회사측이 주가 부양에 나서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최근 셀트리온 3사는 주식·현금 동시배당을 발표하며 주주 달래기에 나섰지만 시위는 멈추지 않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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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의명 기자 uimyung@hankyung.com